새우를 까줘서 반했습니다

소개팅, 맛있는 음식의 중요성

by 조조

세 번째 만남 이후, 우리는 자연스럽게 문자에서 통화를 하게 됐다. 문자로만 소통하던 게 답답했던 나는 어느날 툭, 시크하게 물었다.


"우리 전화할래?"


"응응. 할래!"


그는 기다렸다는 듯 반색했다. 그렇게 네 번째 만남이 있기까지 우리는 매일 밤 통화를 했다.


일주일 뒤, 네 번째 만남을 가졌다. 회사 인근이었다. 두 번째 만남 장소였던 그 카페 앞에서 보기로 했다. 이번에는 나를 기다리게 하지 않았다. 신호등 건너 기다리는 그가 보였다. 정장을 입고 사원증을 목에 걸고 있었다. (사원증은 왜? 까먹은 건가. 다행히 가는 길에 가방에 넣었다.)


그는 미리 예약해 둔 곳이 있다며 길을 안내했다. 문자에서 통화를 하게 되면서 조금 편해진 줄 알았는데, 다시 얼굴을 보니 부끄럽나 보다. 그는 또다시 눈을 잘 마주치지 못한다.


걷다 보니 땀이 났다. 초가을이지만 아직 여름의 기운이 남아있는 날씨였다. 겨드랑이에 땀이 차는 게 느껴졌다. 흰색이긴 했지만 신경 쓰인다. 결국 나는 셔츠 소매를 말아 올려 손목을 드러냈다. 시원하다. 옷 태도 더 이뻐 보인다. 어휴 - 진작에 올릴걸.


그의 픽으로 간 식당은 분위기 있는 일본식 화로구이집이었다. 가게는 크지 않았지만 은은한 조명과 조용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런 데서 와인 한잔 하면 딱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는 이 식당이 평소 아껴두었던 식당이라고 말했다.


'나중에 진짜 중요한 사람이랑 오기 위해서' 킵해 두었다고.


메뉴를 보니 가격이 세다. 그는 과감히 B코스 두 개를 시켰고 혹시 와인 한 잔 어떠냐고 물었다. 이런. 내 마음을 다 읽어버린다.


코스로 나오는 구성은 훌륭했다. 다양한 부위의 고기를 미니 화로 위에 직접 올려 구워야 한다. 그는 섬세하게 고기와 꼬치를 구어 내 접시 위에 올렸다. 시선은 오직 꼬치에 꼬치처럼 꽂혀있다. 마치 주어진 메뉴를 완벽하게 구워내야 한다는 사명이라도 생긴듯하다.


노릇노릇 구워진 고기와 꼬치구이는 맛이 없을 수가 없다. 근데 이건 선을 넘었다. 와 - 진짜 맛있어도 너무 맛있다. 역시 음식이 비싸서 그런가? 그가 잘 구워서? 아님 그의 자상한 손맛이 베여서?


최근 먹은 음식 중 가장 맛있었다. 음식이 너무 맛있으니 갑자기 그가 더 멋있어 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효과를 노린 걸까. 한두 잔 마신 와인의 취기가 올라오는 걸까. 갑자기 정우성이 고기를 구워주는 것 같다.


킬링포인트는 따로 있었다. 화로 위에 대망의 새우 꼬치를 올렸다. 그는 맛있게 달궈진 새우를 본인 접시로 가져갔다. 그리고는 예민한 새우 대가리를 떼고 몸통을 깔끔히 정리해 내 접시 위로 통통한 살을 틱 올린다.


'안 되겠다. 나, 이 남자랑 사귀어야겠다'


그날, 난 새우 한 마리에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알고보니 새우 페티시라도 있는 건가 나? 그러고보면 그동안 만난 남자들은 하나같이 자상하게 새우를 까줬고, 그때마다 나의 사랑은 더욱 깊어졌다.


하지만 그는 반전이었다. 누구보다 냉정하고 차가워 보이던 인상이었기에 새우 까기 따위는 상상도 못 했으니까. 그는 이후 나온 홍합 스튜에서도 홍합 살을 열심히 발라 내 접시 위로 토스했다. 본인은 잘 먹지도 않는다.


오케이 인정. 쌉 인정이다. 맛있는 음식과, 와인, 좋은 분위기와 자상함 한가득. 이건 노린 거라고 해도 할 말 없다. 모든 것이 완벽했으니까. 눈앞에 정우성이 있는데, 새우를 까고 있는 정우성이 있는데! 어떤 여자가 안 반할까?


- 다음화에 계속




keyword
이전 06화심장아 나대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