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아 나대지 마

긴장 속 두근거림

by 조조

음료를 찾아서 가게 앞 벤치에 앉았다. 벤치는 고르지 못한 땅 위에 설치돼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살짝 기울어진 모양새였다. 벤치마저 우리가 썸 타는 걸 알고 있기라도 한 걸까. 자연스럽게 몸이 쏠리면서 밀착해서 앉게 됐다.


어색함 속에서 그의 손을 가까이에서 보았다. 손이 굉장히 컸다. 나는 크다 말아서 손이 작은 편이었다.


"손이 되게 크네?"


"응, 손 발이 큰 편이야. 너는 되게 작네?"


매우 뻔하지만, 역시 클래식은 클래식인 이유가 있다. 나는 괜히 손 크기를 재 보자면서 그의 손 위에 나의 작은 손을 포개어보았다. 왜 썸 타는 남녀들은 스킨십의 초기 단계로 손금을 보고, 손 크기를 재보는 걸까? 그래 인정! 이것 만큼 자연스러운 스킨십도 없다.


클리셰지만 손을 포개어보니 거의 내 두 배였다. 처음 알았다. 키 차이 말고 손 크기 차이로도 설렐 수 있다는 것을. 마음 같아선 깍지를 끼고 싶었지만 너무 나가진 말자. 그렇게 손을 한참 포개면서 우리는 괜히 손금 따위의 실없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커피를 다 먹고 차로 이동했다. 시간은 7시가 조금 넘었다. 그는 이제 뭐하지? 하면서 혹시 집에 가야 하냐고 물었다. 물론 나도 이대로 가긴 아쉬웠다. 토박이 정보를 동원해 인근 천에 가자고 했다.


계곡이 흐르는 천이었다. 길게 천이 뻗어있고 양옆에는 은은한 카페, 휘황찬란한 호프 등이 줄지어져 있다. 걷다 보면 조명을 그럴싸하게 꾸며놓은 미니 다리도 있다. 늦여름, 산책하기에는 최적의 장소와 계곡 사운드였다.


우리는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며 계곡을 따라 걸었다. 카페들은 하나 씩 문을 닫는 분위기였다. 위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가게들은 보이지 않고 적막함과 어두운 건물들이 이어졌다. 그 음산한 공기 때문일까 우리는 미리 계획이라도 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귀신 이야기를 했다.


그러던 중 조명 다리가 나왔다. 거기서 그는 아주 자연스럽게 내 손을 턱 잡았다.


'움찔'


아까 음식점에서 처음 내 손을 잡았을 때와는 달리 확신이 찬 그립이었다. 그는 한결 자연스러워졌지만 꽤나 용기를 낸 것 같았다.


'꼴깍' 그의 침 소리가 들렸다.


나도 이번에는 장난치지 않았다. 자연스럽고도 조금 설레는 맘으로 내 손을 내주었다. 그리고 조금 힘주어 그의 손에 내 손을 더 밀착했다.


손을 잡은 상태로 우리는 귀신 이야기를 하면서 걷고 또 걸었다. 손을 오래 잡고 있을수록 살짝 땀차는 게 느껴졌다. 자연스럽게 손이 풀렸고, 또 자연스럽게 우리는 반대쪽 손을 잡고 걸어 올라갔다.


가다 보니 폐교처럼 보이는 건물이 있었다. 호기심 많은 나는, 저게 뭐냐며 들어가 보자고 했다. 건물은 공사를 하다 만 것 같은 풍경이었고, 주변은 정말 어두웠다. 매미 우는 소리는 시끄럽고 인적은 드물었다. 막상 들어가 보자고 큰 소리를 쳤지만 약간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우리 앞에 사냥개처럼 생긴 까만 개가 한 마리 서 있는 게 아닌가!


그 개는 우리를 안내라도 하듯이 잠시 서 있더니 뒤돌아서 제 갈길을 간다. 뭐에 홀린 듯 우리는 그 개를 따라 들어갔다. 폐교 같은 건물로 빨려 들어갔다.


일종의 담력 테스트를 하는 기분이었다. 혹시라도 개가 공격적으로 나올까 봐 건물 뒤 작은 공간에 숨기도 했다. 약간 긴장되기 시작하니 가슴이 뛰었다. 손은 더 꼭 잡았다. 우리는 나름의 공포체험을 자처했지만 아마 제삼자가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면 '꼴값' 떨고 있다며 비웃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는 긴장 속 이 가슴뜀을 즐기고 있는 게 분명했다. 안 그래도 심장 뛰는데, 이 분위기가 주는 긴장감이 더 서로를 향한 설렘으로 폭발하고 있었다.


폐교를 한 바퀴 돌아보고 이만 나가기로 했다. 그런데 아까 본 그 개가, 우리 앞에 또 있다. 너무 갑작스럽게 눈앞에 등장하자 나는 약간의 비명을 질렀다. 반사적으로 그는 나를 살짝 안았다. 뒤에서. 백허그였다.


아... 심쿵.

바이킹 타는 그 느낌이 또 왔다.


개는 이 꼴값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우리를 스치고 제 갈길을 갔다.


약간의 정적, 우리는 다시 자세를 고쳐 잡고 폐교를 빠져나왔다. 굳이 그곳에 들어가서 긴장을 잔뜩 하고 나온 우리. 뭘 특별하게 한 것도 없는데 한층 더 가까운 사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세 번째 만남이 끝났다. 세 번째 만남에서 우리는 손을 잡았고 0.1초간의 백허그도 했다. 다음은 얼마나 더 가까워지려고 심장은 이렇게 나대는 걸까.


-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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