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다 똥 되니까, 사랑해요

우리는 닮는다

by 조조

연애 초 K의 차를 타고 이동하다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스피커 사이로 흐르는 음악 때문이다. 방금 전 그를 만나기 전까지 듣다 나오던 노래들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아니, 내 플레이리스트를 훔쳐보기라도 했나?'

우리의 취향은 멜론 TOP100도 아이돌 노래도 힙합도 아니다. 아주 오래된 노래들. 특히 올드팝이었다.


클래식한 인간과 아날로그 인간의 만남이었다.


클래식한 그는 꽤 보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뭐든 '기본'에 충실하는 편이다. 올드카를 좋아하고 묵묵히 자기 할 일을 성실하지만 완벽하게 해낸다. 아날로그를 선호하는 나는 조금 고집스러운 면모가 있다. 어쩐지 디지털은 가벼운 기분이다. 그래서 다소 비효율적이지만 전자책보다 종이책을 고수한다. 아이패드가 아닌 손목이 뻐근한 노트 필기를 선호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역시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나는 건가?


흔히 사랑에 빠진 커플은 닮는다고 한다. 한 번은 친구 녀석이 같이 찍은 사진을 보여달라 했다. 가장 잘 나온 사진으로 하나 보여줬다. 그는 단번에 "둘이 닮았다"라고 말했다. 닮았다고? 닮았다고?


첫 소개팅만 해도 그는 분명 내 스타일의 외모는 아니었다. (나는 귀여운 얼굴을 좋아한다.) 그런데 왜 점점 귀여워 보이는 걸까. 아니 귀여움을 넘어 강아지가 됐다. 미친. 멍뭉미 폭발이다.


그렇다. 우리는 닮아가는 중이다.


어디 외모뿐인가, 말투부터 자주 쓰는 단어, 표현 행동까지 닮고 있다. 의식과 무의식을 왔다 갔다 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따라 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더 예쁜 말, 좋은 말, 좋은 행동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좋은 말을 하면 할수록 상대방으로부터도 예쁜 말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연애는 거울과 같다. 단순 이성관계를 넘어, 자신의 본연을 마주할 수 있는 경험이 연애일지도 모른다. 다들 누구에게고 그렇게 친절하고 착할 수 있으면서, 여러 가지 이유를 핑계로 안 하는 것일 뿐.


그러니 뭐 연애를 하는 동안만큼이라도 좋은 말들은 많이 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다. 생각해보면 살면서 또 언제 그렇게 많이 표현해 보나 싶기도 하다.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쓰면 쓸수록 부자가 되는 기분이지 않은가? 그러니 좋아한다, 사랑한다, 고맙다, 미안하다 따위의 표현은 아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아끼지 말자.

역시 "아끼면 (그 관계만) 똥 된다!"라는 격언은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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