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는 것보다 주는 게 더 기쁜 사람
"성현 안경이 선반 위에 덩그러니 놓여있는게 마음이 쓰여서 하나 샀어."
아내가 택배 박스에서 안경 수납함을 꺼내며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안경 넣어둘 곳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고맙게도 아내가 선수를 쳤다. 내 안경은 세 개. 안경 수납함은 네 칸. 한 칸이 비어있었다. 비어있어도 상관이야 없지.
"성현. 이거 안경 수납함 마지막 칸이 불량인가봐. 한 번 봐줄래?"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아내가 나를 불렀다.
"어째 뽑기 운이 없었네? 불량이면 교환해달라고 해야지." 아내에게 말하며 마지막 칸을 빼보았는데 수납함은 멀쩡했다.
"괜찮은데?" 아내를 바라봤는데 아내가 웃고 있었다. 뭐지?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구나! 다시 안경 수납함을 보았는데, 하나, 둘, 셋, 어라, 네 번째 칸에 있는 안경은 뭐지?
"생일 선물이야!" 아내가 웃으며 말했다.
작년에 아내의 안경을 고르러 한남동 안경 가게에 갔던 적이 있었다. 정작 아내는 본인 안경은 고를 생각은 없고 내게 이 안경 저 안경을 씌워주며 나보다 더 신이 났었다. 나는 가로로 길쭉한 게 마음에 들었고, 아내는 그보다는 동그란 게 좋다고 했다. 결국 내 맘에 드는 걸로 충동 구매를 해버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탄 마을 버스에서 아내가 말했다.
"아까 그 안경도 진짜 예뻤는데. 내가 내년에 생일 선물로 사줄게."
"에이. 됐어. 그거 비싸."
"안경은 좋은 거 있으면 오래 쓰잖아. 그런 건 돈 안아까워."
아내는 모델명, 색상, 사이즈, 소재까지 꼼꼼히 적어두었다. 내년 초에 남편에게 선물해 주고싶다는 마음으로.
'하만옵티컬, 딥엠버, 44사이즈, 셀룰로이드.'
그리고 6개월이 지나고 아내는 그 메모를 다시 꺼내었다.
아내가 요즘 안입는 옷들을 열심히도 팔길래 무슨 바람이 불어서 저러나 했었는데, 알고보니 내 선물 살 돈을 마련하던 것이었다고 했다. 남편 선물 사주려고 옷까지 파는 게 오 헨리 단편 소설 <크리스마스 선물>의 내용 같아서 웃었다. 아내는 웃는 나를 보며 말했다. "얼마나 사주고 싶었는데!"
안경 수납함이 불량 같다며 깜짝 선물을 하는 아내의 표정은 천진한 아이같다. 정작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이 더 기뻐하는 건 뭐라고 설명해야할지, 참 신기한 사람이다. 주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무엇을 줘야 좋을까. 일단 선물 받은 안경 쓰고 맛있는 음식부터 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