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4주 이야기
지난주에 대해서는 미팅을 중심으로 이야기해보려 해요. 의미 있는 미팅들이 많은 한 주였거든요. 네 건이 있었어요. 독서 문화 플랫폼 대표님과의 미팅, 텍스티 북-음 작곡가님과의 미팅, 저작권 수출 에이전시와의 미팅, 작품 관련 인터뷰 미팅. 모두가 흥미진진했답니다.
1. 독서 문화 확산을 위해
저는 텍스티가 하는 일을 사람들에게 좋은 소설을 제공함으로써 공감 능력의 반경을 넓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점점 책을 덜 읽는 시대에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였습니다. 여전히 소설을 읽는 첫 번째 목적은 재미라고 생각하지만 오직 재미를 위해서라면 대체재가 너무나 많은 세상이니까요. 저는 이제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일종의 자기 계발 행위라고 생각해요. 지금처럼 자본과 과학기술이 모든 담론을 잠식하는 시대에는 인간의 감정과 삶을 이해하고 그에 기반한 무언가로 소통한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이에요. 소설 읽기가 그걸 도울 수 있어요. 재작년에 텍스티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정립한 후, 이것을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가에 대해 꾸준히 고민해 왔는데 그 길이 틀리지 않았음을 <도둑맞은 집중력>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어요.
소설 읽기를 자기 계발 행위의 하나로서 전파하는 것이 세상에 없었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렇게 규정하고 일종의 사회 운동처럼 참여를 유도하는 일을 새롭게 해보고자 합니다. 일단 텍스티라는 세계에서 그것의 디테일을 만들어내야겠지만 텍스티의 힘만으로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소설 읽기의 가치에 공감해 줄 수 있고, 아니 오히려 선도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독서 플랫폼과의 콜라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서로가 가진 역량과 고민을 놓고 어떻게 합을 맞춰볼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분명 재미있고 유익한 일이 만들어질 거라 믿고 화상회의를 진행했는데요, 단번에 좋은 아이디어가 나왔던 것은 아니지만 서로의 진정성, 콜라보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던 자리로 충분했어요. 대화를 통해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콜라보 프로젝트에 대한 구상을 준비해 오프라인에서 다시 만나 이야기 나누기로 했답니다.
2. <아카식> 북-음 작곡 방향 논의
텍스티 장편소설에는 전용 OST인 북-음이 있습니다. 책에 실린 QR코드(전자책의 경우 링크)를 통해 유튜브 에 업로드된 10~15분 길이의 들으시면서 독서를 해보십사 마련한 장치인데요, 소설 읽기를 충분히 즐기실 수 있음에도 이런저런 방해 요인들로 인해 몰입이 쉽지 않은 상황을 조금이나마 해소해 드리고자 넣은 안배입니다.
북-음은 작품과 어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독서에 대한 몰입을 방해해서는 안 되므로 정교한 기획이 필요해요. 영화나 드라마 OST와는 달리, 내용과 음악의 흐름이 붙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대목에서 듣더라도 거슬리지 않아야 하고 음악이 연출의 한 요소라기보다는 텍스트에 대한 몰입을 부추기는 정도 선에서 거리를 두어야 해요. 더 정확히 말하면 독서의 시작 정도를 돕고 사실상 어느 순간부터는 음악이 의식되지 않아야 해요. 외부 요인 차단 효과에 충실하면 그만인 것이죠.
아, 그리고 10~15분 정도인 이유는 매일 그만큼이라도 꾸준히 독서를 하신다면 독서 습관을 얻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북-음 플레이되는 동안만이라도 읽자 라는 마음으로 매일 소설을 읽어나가시다 보면 어느 순간 소설 다독가, 공감 능력 만렙이 되어 있을지도 몰라요.
<아카식>은 여름에 출간될 미스터리 액션 스릴러물인데요, 드라마적으로는 사람과 시대에 대한 그리움이 진하게 묻어 있는 작품이라서 그런 정서를 자아내는 음악을 구성해보려고 합니다. 작곡가님과 화상 회의를 통해 어떤 사운드를 쓰는 게 좋을지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는데 엠씨스퀘어, 다마고치 사운드를 적절히 녹이게 될 것 같아요. 그 물건들이 작품에 등장하기도 하고 멜로디보다는 시대를 드러내는 사운드를 통해 향수를 자극하는 북-음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아마 3월 말에는 완성될 텐데, 나오면 들려드릴게요.
3. 텍스티 소설의 세계화
국내 독서율과 분야 순위를 보면, 소설을 출판하는 것이 무모하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물론 어느 사업이든 잘하면 되는 것이겠죠. 여전히 수십, 수백만 권이 팔리는 소설이 나오고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흥행업이라는 것은 워낙 예측이 어렵고 경쟁도 치열하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장을 넓혀야 한다고 생각해요.
텍스티는 이 일을 수동적으로 할 생각이 없습니다. 작년 9월 즈음, 국내의 주요 수출 에이전시 몇 곳에 메일을 보냈고 두 곳과 미팅을 진행했습니다. 텍스티의 브랜드 소개서와 IP소개서를 준비해 만났습니다. 이후 지속적인 교류를 진행해 왔고 첫 책 <호러만찬회>를 대만에 수출하였습니다. 그리고 <수상한 한의원>이 현재 여러 국가의 오퍼를 받고 있는 상황이고 다음 책 <편지 가게 글월>은 출간 전 해외 수출이라는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움직임 속에 있습니다.
지난주 만난 에이전시는 작년부터 만나려고 나름의 애를 썼으나 인연이 닿지 않던 중 <수상한 한의원>으로 연이 닿아 만나게 된 곳이었습니다. 한 러시아 출판사가 먼저 <수상한 한의원>에 대해 에이전시에 문의하였고 저희에게 연락을 주었던 것입니다. 저는 기회다 싶어 <수상한 한의원>뿐만 아니라 텍스티 IP들을 두고 앞으로 어떻게 협업을 해나가면 좋을지 이야기를 나누는 미팅을 제안했고, 만나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소설 저작권 중개 시장에서 한국 에이전시들이
일하는 방식, 최근 해외 시장에서 어떤 작품들을
찾는지에 대한 경향성 새로운 협업 방식에 대한 가능성 등 대화가 다이나믹하게 흘러갔습니다. 좋은 협업 사례들을 함께 만들어가 보자는 결론으로 마무리 지었고요. 일단은 에이전시가 관심을 갖는 텍스티 IP를 추리고 그에 대한 팔로업을 할 예정이에요.
4. 에피소드 추가를 위한 인터뷰
앞서 언급한 <편지 가게 글월>은 힐링소설입니다. 4월에는 모 플랫폼에서 전자책을 선공개할 예정이고 북펀딩을 거쳐 5월에 단행본을 낼 예정이에요.
이 소설의 새로운 점은 실존하는 가게를 배경으로 하는 힐링소설이라는 점인데요, 배경만 실존하는 것이 아니라, 극 안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의 상당 부분을 실제 가게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가깝게 묘사하기 위해 취재 및 스터디가 매우 중요했던 작품이에요.
‘글월’은 편지에 필요한 도구들을 파는 가게이기도 하지만 모르는 사람들 간의 펜팔을 제공하는 ‘레터 서비스’가 핵심 상품입니다.
모르는 사람들 간의 펜팔이라니. 재미있는 아이디어죠? 게다가 다양한 감동이 일어나겠구나 짐작할 수 있고요. 실제 그러해서 여러 매체들에 소개되기도 했는데, 편지하면 가장 먼저 떠올릴 법한 ‘군인’들이 보는 전문 잡지에서 ‘글월’을 취재했다고 해서 당시 에디터님을 만나서 이번엔 저희가 취재를 한 거죠.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니 좋은 디테일들을 얻을 수 있어서 작품 안에서 잘 살릴 수 있을 것 같아요. <편지 가게 글월>도 기대해 주세요.
오늘은 좀 긴 글이 되었네요.
사실 매번 2~3일에 걸쳐 틈틈이 쓰는데 이제는 월요일 출근길에 글을 마무리하는 것으로 정착된 것 같아요. 지난 주가 아닌 이번 주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ㅎ
암튼 이번 주도 파이팅입니다. 바람이 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