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임신이 아닐 수도 있어. 자궁에 문제가 생겨서 임신테스트기가 두 줄일 수도 있지.'
간혹 임신테스트기가 불량이거나 두줄이 나와도 임신이 아닐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에 설연휴가 끝나자마자 산부인과로 달려갔다. 연휴 끝이라 그런지 환자들이 어찌나 많은지.
"무슨 일로 오셨어요?
"임신테스트기를 했는데 두 줄이 나왔어요.
"마지막 생리일이 언제였어요?
"잘 모르겠어요. 기억이 안 나요."
"네,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잠시 후 진료실에서 내 이름이 불려졌다.
나도 모르게 길게 숨을 들이마셨다.
간단히 몇 가지를 물어보신 후 초음파부터 보자셨다.
위로 아이를 둘이나 낳았지만 질초음파검사는 언제나 내키지 않는다.
질초음파를 할 때 입는 치마를 입고, 의자에 누웠다. 차마 화면을 볼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멍하니 천장을 보고 있었다. 임신이 아닐 거라는 희망을 부여잡은 채.
"축하합니다. 임신 5주네요."
"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생각을 못 한 건 아니었지만 막상 의사 선생님을 통해 들으니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고개를 돌려 화면을 봤다. 익숙한 젤리곰. 오랜만이었지만 낯설지 않았다.
"셋째라고요? 낳으실 거죠?"라고 물으신다.
이 분위기 뭐지?
당연한 거 아냐?
방금 전까지 임신이 아니길 바랐던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메말라 있던 모성애가 솟는다.
"물론이죠!"
의사 선생님은 이레 물으신 것이겠지. 하나 나는 저 작은 생명이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는 두려움이 느껴졌다. 그리고 내 뱃속에 저 작은 생명을 꼭 지켜내고야 말리라는 결의를 스스로 다졌다.
진료가 끝나고 보니 난 어느새 임신 5주 차의 산모가 되어 있었다. 마지막 생리일도 몰라서 아기 크기로 예정일을 정하는. 그리고 나의 출산예정일은 9월 28일. 아, 이제 당분간 커피와도 안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