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커피를 달고 산다.
출근하면 한 잔. 점심 먹고 한 잔. 오후에 한 잔.
첫째, 둘째 임신했을 때도 커피를 끊질 못했다.
커피가 없는 인생이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참, 그런데 늦둥이가 뭔지. 커피가 끊어진다. 대신 양수를 맑게 해 준다는 루이보스차를 수시로 마신다. 커피 중독자였던 내가 커피를 마시지 않다니. 스스로 신기할 노릇이다.
임신 6주. 입덧이 시작됐다. 위에 두 아이도 아마 이 맘 때쯤 시작되었을 거다. 첫째 아이는 맵고 차가운 음식이 당겼었다. 둘째 아이는 따뜻하고 맑은 음식이.
둘 다 6월에 임신사실을 알았고, 입덧하는 시기도 비슷했다.
그런데 당기는 음식은 달랐다. 계절에 따른 차이는 아니었던 거다. 결과적으로 첫째는 아들, 둘째는 딸이다.학문적으로 맞는 건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나의 두 번의 임상으로는 음식에 따라 아이 성별이 다른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긴 성별만 다르겠는가.
메슥거림, 속 쓰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아무리 셋째라도 입덧은 피해갈 수 없는 일.셋째는 신기하게 가공식품 냄새를 맡으면 메슥거림이 심해졌다. 가공식품 냄새가 역하다고 느껴질 만큼. 평소에 좋아해서 즐겨먹던 햄, 소시지, 어묵은 물론 고기조차도 부대껴서 손이 가질 않았다. 커피라도 마실 수 있으면 좋으련만.
신기한건 나물이나 야채가 당겼는데 그 중에서도 며칠 전부터 나박김치, 토마토가 그리 먹고 싶었다. 도저히 참질 못하고 나박김치 있는 반찬집을 겨우 찾아 주문해서 먹었다. 이런 식탐을 정당화할 수 있는 임신의 특권이기도 하다.
나박김치는 그렇다 해도 토마토는 참 의외였다.내 돈 주고 사는 법이 극히 드문 야채였다. 신선한 샐러드를 해 먹으려 샀는데 아무 소스도 없이 먹어도 너무 맛있다. 제철이라 그런가. 오히려 드레싱이 역하다.
늦둥이라 그런가. 입덧을 제대로 경험하고 있는 것 같다. 불과 몇 주만에 내 생활은 180도 달라져 고달프기 그지 없었다. 그런데도 뱃속 셋째의 안녕이 궁금한 나도 참,엄마는 엄마다.
셋째는 아들일까, 딸일까.
아니 어떤 아이일까.
두 달만 지나면 이 입덧도 안녕이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