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얼마 전 우리 반에 수두가 급속도로 퍼졌다. 수두에 대해 무식자인 나는 크게 걱정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검색해 보니 임신 초기에 수두는 꽤 위험하다기에 걱정병이 시작되었다.
선생님께 말씀드리니 항체검사를 해 보자고 하셨는데, 다행히 항체가 있다. 이때까지 잠잠하던 수두가 갑자기 유행이라니.
2. 둘째가 언젠가부터 약간의 기침을 한다. 같이 자던 나도 피할 수 없었다. 감기는 정통으로 맞았다. 지난 화요일 저녁부터 오한에 몸살에 기침까지 한다. 주말 만을 절실히 기다리게 된 이번 주. 집에 오면 최소한의 루틴으로
아홉 시가 되기 전 잠들었다. 워킹맘에 임산부인 나에게는 아픈 것도 사치다.
금요일 즈음 감기가 거의 다 나았다 생각했다. 그런데 어제저녁일정까지 무리를 했던지 기침 때문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계속되는 기침으로 너무 힘들다. 누워서 잠잘 수가 없어 침대에 기대 자고 있다. 약 하나 먹으면 될 것 같은데. 늙은 어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약도 먹질 못한다. 이번 감기 독하다더니 정말 지독하구나.
다음 주에는 공개수업도 있는데. 빨리 낫길 간절히 바라본다.
3. 수업을 마치고 병원에서 받은 문자 한 통. 2차 기형아 검사를 들으러 내원하란다. 1차 때는 정상이라며 문자로 알려줬었는데 살짝 불안하다. 시간이 금인 워킹맘 임산부는 헛걸음하기 싫어 병원에 전화해 본다. 결과가 고위험군으로 나와서 내원을 해야 한단다.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첫째, 둘째 때는 가볍게 지나갔었는데 늦둥이 막내는 쉬운 게 하나도 없구나.
퇴근하자마자 병원엘 갔다.
"선생님, 그럼 전 어떻게 해야 하나요?"
"엄마가 선택해야죠."
뭘 선택하라는 건지. 내가 이 생명을 좌지우지할 만한 무슨 자격이 있다고. 얼떨결에 권유받은 니프티 검사를 했다. 일주일 뒤 결과가 나온다 했다.
집에 가는 내내 여러 생각들이 오갔다.
임신인 줄 모르고 먹었던 타이레놀이 문제인가.
나이가 많아서?
아님 스트레스 때문인가.
살이 너무 많이 쪘나.
어찌 됐든 돌이킬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수많은 생각 끝에 어떻게든 이 생명을 지키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러자 마음에 평안이 찾아왔다.
일주일 뒤 정상이라는 결과를 받았다.
아 이제 좀 발 뻗고 자겠다.
늦둥이 만나는 일이 꼭 서바이벌 게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