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초반에 전치태반이 의심된다고 하셨다.. 태반은 태아와 모체를 연결하여 영양을 공급하고 노폐물을 배출시키는 역할을 한다. 임신 내내 자궁 속에 있다가 출산할 때 아기가 나오고 나면 태반을 꺼낸다. 당연히 태반은 자궁 위쪽에 있어야 한다. 아이가 나오기도 전에 태반부터 나오는 것은 산모에게도 태아에게도 위험하다.
그런데 내가 전치태반이라고? 출혈도 통증도 없는데 왜 전치태반일까. 근종 때문일까. 여러 추측을 해 본다. 첫째, 둘째 때는 무심결에 넘겼던 것들이 이번 임신 때는 피부로 와닿는다. 전치태반은 출산 시 위험하기 때문에 대학병원으로 전원해야 한다고도 했다. 당연히 자연분만할 거라 생각했는데 무조건 제왕절개로 출산해야 한단다.
만약 내가 잘못되면 어떡하지? 또 앞서 걱정이다. 제일 먼저 두 아이들이 떠 올랐다. 생각만 해도 마음이 저릿하고 아팠다. 아직도 엄마 손과 곁이 필요한 아이들인데.
늘 그랬듯 별 거 아니라는 식으로 남편은 반응했다. 괜찮을 거라고. 그리고 내가 관리하고 있는 통장에 대해 물어보는 이 남자. 화가 나는데 짠하기도 하다. 애 셋을 혼자 어떻게 키울까. 나도 영락없는 k아내다.
생명을 얻기 위해 어쩌면 내 생명을 내놓아야 한다니. 숭고하기만 한 이 사실이 한편으로는 깊은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맞다. 출산은 단순한 일이 결코 아니다. 위대한 일이라는 깨달음이 새삼 다가온다.
34주가 되어 막달검사를 하러 병원을 찾았다. 태반이 위로 올라갔단다.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쉰다. 그런데 이번엔 양수가 너무 적단다. 원인은 알 수 없단다. 자궁 내 공간이 없어 아이가 힘들어한단다. 비전문가인 내가 봐도 아이 얼굴이 눌려져 있다. 보통 양수가 이대로 늘지 않으면 자연분만은 어렵다고 하시며 마지막까지 애써보자 하신다.
하, 임신과 출산.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