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38주 0일이었다. 진료 후 출산의 징후가 보이지 않았다. 일주일 뒤에 진료 보고 양수가 계속 적으면 유도분만하자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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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언제든 아기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어제는 잘 먹고, 잠도 푹 잤다. 그런데 오늘 아침 이슬이 비치는 것 아닌가.
올 것이 왔구나. 아이들이 일어나기 전 집정리를 하고 아침을 준비한다. 서둘러 아이들을 보내고 남편과 병원으로 갔다.
첫째는 예정일보다 늦게 출산했지만 둘째는 이슬본 날 출산했기에 셋째의 이슬도 예사롭지 않았다. 하지만 남편은 병원에서도 오늘 안 나올 것 같다며 설레발 아니냐고 한다. 대체 무슨 근거로 저런 말을 하는 건지. 헛웃음이 나온다. 이것 보쇼. 나 애 둘 낳아 본 여자야.
이슬이 비춰 왔다고 하니 먼저 양수검사를 하자신다. 검사 결과 양수가 새고 있고 경부길이가 짧아져 당장 입원해서 유도분만을 하기로 했다. 거봐, 여보.
10시에 입원실로 올라갔다. 이어 촉진제투여, 무통시술, 제모 등 출산을 위한 모든 처치를 마쳤다. 자궁수축이 전혀 없는지라 아기를 내일 만날 수도 있다고 하신다. 하지만 엄마의 직감은 틀리지 않다. 그 말씀이 끝나고 약 12시쯤 진통이 시작됐다.
진행이 더뎌 남편에게 점심을 먹고 오라고 했다. 한사코 거절하던 남편은 1시가 넘어서야 갔다. 아, 밥 먹을 때 애 나올 것 같은데라는 예언자적인 말을 남기며.
남편이 식사하러 간 뒤 분만실에 홀로 남아있다. 간호사 선생님들이 수시로 왔다 갔다 하시지만 쓸쓸하고 적적하다. 그러던 중 갑자기 긴급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진통은 심해지는데 아기가 밑으로 내려오지 않는다는 것. 간호사 선생님이 흡입분만동의서를 들고 오셨고 나는 눈물을 머금고 동의서를 작성했다. 수 간호사선생님은 탯줄을 감고 있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셨다.
2시경부터 급격히 분만이 진행되는 당황스러운 상황.
병원에서 연락을 받고 점심을 먹던 남편은 먹던 것도 버리고 달려왔다.
위에 두 아이는 2.9kg로 낳았는데 이미 3kg가 넘은 막내는 나올 때 느낌부터 다르다. 힘을 줬는데 안 나온다.
드디어 마지막 힘! 오후 2시 32분. 응애!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막둥이를 품에 안는데 눈물이 나온다. 우리의 세 번째 아기.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 낳고 나니 탯줄이 너무 짧아서 내려오는 데 오래 걸렸다고 한다. 우리 아기, 힘들었겠다.
아기는 신생아실로 떠나고 심한 오한이 온다. 첫째 때는 열이 났었는데, 아이마다 다 다른 것도 신기하다.
이제는 전력으로 몸을 회복할 시간. 애국자라이프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