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다고 떠들썩이지만 나는 속만 시끄러웠다. 내게는 그리 편안한 시댁이 이리도 껄끄러울 일인가.
어젯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어머님의 무거운 목소리가 귓전에 맴돈다.
아이들도 없어 준비할 것도 없는데 왜 이리 늑장을 부리고 있는지. 현실은 피할 수 없었고 어느덧 내 몸은 시댁을 향해 가고 있었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냉랭한 공기를 가르는 두 아이들의 따뜻한 환호성이 들린다.
"엄마, 아빠 축하해!"
아이들에게 호응해 줘야 하건만 자연스레 시부모님의 눈치를 살피게 된다.
"엄마, 아기 이름은 기쁨이로 하는 게 어때?"
어제 미리 동생 소식을 들은 아이들은 벌써 태명까지 지어 놓았다. 역시 아이들에게 미래란 밝기만 한 것인가. 한없이 밝은 아이들을 뒤로하고 어머님이 계신 주방에 가 본다. 주방에 일거리가 없나 어머니 곁은 서성인다.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엔 일거리가 상책이다.
어머님이 먼저 말문을 여셨다
"그래, 기쁨 이로 하자. 어젯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 아이를 통해 우리 가정에 큰 기쁨이 있으려나보다."
어머님도 우리만큼이나 걱정으로 밤새 뒤척이셨을 거다.
그제야 우리는 웃을 수 있었다.
친정은 아버지 빚 문제에 쫓겨나듯 이사까지 겹쳐 사흘들이 쫓아다니고 있었고, 맞벌이로 간신히 갚고 있는 집 대출, 차 대출도 아직 한참이나 남았다. 아이들은 이제 9살, 7살 육아에서 조금 벗어나 숨을 좀 쉬나 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셋째, 언제 생겼는지도 모르겠는 셋째. 생명은 분명 귀한 것인데 현실에서 맞는 임신은 당혹스러움 그 자체였다.
기뻐할 수도 슬퍼할 수도 없는 이 상황.
우리는 기뻐하기로 선택했다.
그리고 다가올 기쁨을 기대하기로 결정했다.
이어서 어머님이 넌지시 하시는 말씀.
"쌍둥이는 아니겠지? 며칠 전에 오징어 두 마리를 사는 꿈을 꿨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