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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근애 Dec 27. 2023

귀염둥이를 얻은 혹독한 대가

늦둥이엄마입니다만

  귀염둥이를 얻은 대가로 나는 무릎과 허리통증을 얻게 됐다.

그래서 요즘 내 의지와는 전혀 무관하게 절뚝이 생활을 하고 있다. 주변에서 병원 가 보라고 했지만 한사코 미뤘다. 무서웠다. 큰 병일까 봐.

 오늘은 큰 마음을 먹고 병원엘 왔다. 나가다 늘 눈 여겨보던 통증의학과.

 골반 때문에 걷는 게 불편하다고 말했다. 통증은 없다고 덧붙였다. 스스로 괜찮다고 아니 내 병이 심각하지 않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의사 선생님은 통증이 없어도 불편한 것 자체가 통증의 하나라고 하신다. 그런데 골반이 불편한 건 허리 문제가 대부분이란다.

그 말을 듣자마자 나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내셨다. 역시나 생각보다 심한 건가.

내 한숨소리를 들은 선생님은 걸어오는 거 보니 심한 건 아닌 것 같다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 신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 워낙 환자들을 많이 보니까  걷는 것만 봐도 대충 상태를 안다고. 어쩐지 진료실 입구가 길더라.


사진을 찍었다. 이리 누웠다 저리 누웠다. 몇 장의 사진을 찍고 난 뒤 원인을 알게 됐다. 골반이 문제인 줄 알았더니

꼬리뼈 쪽 디스크가 튀어나와서 신경에 염증이 생긴 거란다.

중학교 3학년 때 엉덩방아를 찧다가 생긴 꼬리뼈문제가 고등학교 내내 괴롭히더니 결국 또 말썽이다.


주사를 맞아야 한단다. 엉덩이 주사인 줄 알았다. 그런데 꼬리뼈에다가 주사를 맞는단다. 대체 말이 되냐고! 엉덩이 정도는 돼야 하는 거 아니냐고! 생각만 해도 끔찍한데 엎드리고 누워 마음속 아우성을 쳐 댔다.


한참을 절망 속에 기다리고 있으니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체면이고 뭐고 없다. 다짜고짜 서른여덟 살의 나는

"안 아프게 해 주세요. 제발요."라고 거의 읍소했다.

"그럼요. 안 아프려고 왔는데." 의사 선생님은 나의 읍소에 아주 담백하게 대답하셨다.

"그게 아니라 주사요ㅠㅠ"


하지만 나의 간절한 기대와 달리 주사는 예상했던 대로 그 기분 나쁜 느낌 그대로였다.

주사를 놓는데 체감으로는 1시간이 지난 것 같았다.


그러면서 나는 다짐했다. 내가 이 병원을 다신 오나 봐라 하고.


마음속 다짐을 어찌 아신건지

"오늘 주사 맞아서 괜찮다고 안 오시면 안 됩니다. 당분간 치료 계속 받으셔야 해요." 

통증을 견디려 깨문 입술 사이로 더 깊은 한숨이 새어 나온다.


계속 다 됐다고 말만 해 놓고선 주사약은 들어온다. 동서고금 "다 됐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근데 맞고 나니 허리가 안 아프긴 하다.

과연 이 주사를 다시 맞을 수 있을까.

나는 이제 출산 전처럼 바로 걸을 수 있긴 할까.

여러 생각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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