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ml로 수유량을 늘리고서도 아이의 수면시간이 늘지 않는 것을 보고 실망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육아는 기계가 하는 일이 아니기에 변수는 늘 존재한다. 게다가 육아란 모름지기 생명을 다루는 일 아닌가. 서른여덟에 첫째와 8살 터울 진 셋째 엄마는 이 지식이 체화되어 여유로 승화됐다.
독한 마음으로 다시 180ml로 늘리고 수유텀을 4시간으로 시도해 본다. 수유텀 4시간 동안에는 많은 일이 일어난다. 아이가 30에서 40분 정도 수유와 트림을 한다. 1시간에서 1시간 반정도 논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은 잔다. 소위 먹-놀-잠 패턴이 반복된다.(이 패턴이 하루에 7~8번 반복된다니. 적으면서도 놀랍다.)
첫 단추를 끼워 본다. 쉽지 않다. 수유텀을 늘리기 위해 엄마와 할머니의 궁여지책은 한번 잘 때 깊고 오래 잘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과 놀 때 가능한 혼자 두지 않고 같이 놀아주는 것이다. 경험상 깊은 잠에 빠지도록 돕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가 졸려할 때 안아주고, 아이가 어느 정도 잠들었을 때 침대에 안고 함께 눕는 것이다. 아이들마다 다르겠지만 우리 아이는 안고 재우면 잘 잤다. 시어머니와 교대로 아이와 함께 누워 있었다. 아이가 졸려하는 데 양육자가 그 사인을 캐치하지 못하면 강성울음으로 바뀌어 달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오후 5시 30분. 180ml 수유 후 한참을 놀았다. 7시쯤 목욕을 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졸려했다. 8시쯤 아이를 데리고 침실로 들어간다. 다음 수유 목표 시간은 9시 30분. 하지만 한편으로는 8시 30분에 깰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아이 옆에 가볍게 누웠다. 피곤했던 나는 어느새 아이와 함께 골아떨어졌다.
어느새 배고픔을 알리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급하게 시계를 확인한다. 11시 20분. 내가 헛 것을 본 건가. 빨리 분유를 타러 나간다. 수유를 하며 다시 시간을 확인해도 11시 30분 언저리다. 뭐? 6시간 텀? 우리 아이도 유니콘이었던 건가. 기쁘면서도 과연 이게 지속될까 하는 엄마의 노파심으로 잠든다. 다음 수유는 새벽 4시 10분. 이번엔 5시간이다. 와우. 겨우 55일 된 아기에게 생명의 신비와 경이로움을 느낀다. 일희일비로 끝날 일이 아니길. 내일도 파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