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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근애 Dec 21. 2023

육아야말로 일희일비할  것이 못 된다

늦둥이 엄마입니다만

 아이가 50일에 접어들었다. 처음 집에 왔을 때와 비교했을 때 수유량이나 수유텀이 큰 변화가 없다. 복직을 20여 일 앞둔 나로서는 마음이 조급해진다. 출근하기 전 새벽 수유텀과 수면시간을 늘려야 할 텐데.


 아침부터 젖병을 물고 있는 아이에게 말했다.

"엄마가 좀 있으면 출근을 해야 해. 근데 네가 새벽에 계속 깨면 엄마가 너무 힘들어. 이제부터 마지막 시간엔 200ml를 먹고 새벽에는 너도 나도 푹 자자."

아이는 알아듣는 건지 못 알아듣는 건지 멀뚱멀뚱 보기만 한다.


 아이의 반응이야 어찌 됐든 50일이 넘어가며 발달이 눈에 띄게 달라졌으니 어려운 일도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한 간에는 50일에 통잠 자는 아기는 유니콘이라는데. 그만큼 드문 일이라는 거겠지. 하지만 그 유니콘이 우리 아이일 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이 솟는 건 엄마에게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대망의 밤 11시 30분!

200ml은 많을 것 같아 180ml을 준비해 태워 줬다. 아이가 먹는 시간은 대략 20~25분 정도 걸린다. 평소에는 길기만 한 20분이 이상하게 설렌다. 5시간만 수유텀이 늘어도 새벽에 1번만 수유를 할 수 있다. 생각만 해도 피로가 풀린다. 아이는  내 기대에 부응하듯 180ml을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싹싹 비웠다. 이거 뭐지? 200ml를 줬어야 하나. 슬픈 예감이 드는 걸 막을 수가 없다.


 한참 트림을 시키고 눕혔더니 낮보다 똘똘해진 눈을 하고 있다. 차마 그 눈을 바라볼 수 없어 옆에 모르는 척 눕는다. 혹시나 하여 백색소음을 30분으로 맞춰 둔다. 저러다 혼자 잠들겠지라는 기대를 하며. 아이 소리가 들리지 않아 조심스레 얼굴을 보니 여전히 맑은 눈이다. 마음 깊숙이 절망감이 올라온다. 그때 마침, 백색소음이 꺼진다. 시각은 새벽 2시. 어차피 5시쯤 깨겠지 싶어 잠을 청한다.


 깊은 잠에 빠져 들 무렵, 아이의 칭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벌써 5시인가? 하고 언뜻 창밖을 보니 해가 뜰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시계는 4시를 가리키고 있다. 슬픈 예감이 틀리길 간절히 바랐었는데...... 졸린 눈을 비비며 다시 분유를 탄다. 오늘도 통잠은 물 건너갔구나. 체념하며 수유를 한다.


 다시 7시, 아이의 칭얼거림이 들린다. 한두 번은 4시간 수유텀이었는데, 엄마의 욕심에 아이가 퇴행으로 일침을 놓는 걸까. 하지만 아이를 믿는다. 엄마니까. 오늘 다시 도전해 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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