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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백삼홈 Sep 11. 2024

어쩐지 뼛속 깊이 바람이 닿더라.

마흔 중반 골다공증 주사라니요!

남들보다 이곳저곳, 자주 아파 의도치 않게 병원 쇼핑이 취미가 되었다. 원래 병원 쇼핑은 주로 성형외과 쪽을 말하는데-그쪽과는 전혀 다른 내과, 정형외과, 산부인과, 이비인후과, 외과 등 다양한 과를 누가 정해주지 않아도 몸의 통증이 그곳으로 나를 이끈다. 덕분에 동네 병원에 새로 생긴 병원, 의사성향, 쉬는 날까지 꿰고 있어 웬만한 병원정보앱보다 뛰어나다고 감히 자신한다.

  

1년 전쯤 자꾸만 여기저기 쑤시고, 뼈에 바람이 들어오는 것 같아 골다공증 검사를 했다.(사실, 골다공증은 특별한 증상은 없다고 한다.) 검사를 한다고 했을때 의사선생님은 권하지 않으셨다. 그러기엔 젊다고 판단하신것 같았지만 약간의 고집을 부려 검사를 했다. 결과는 정상수치에서 많이 떨어져 있었다. 살짝 놀라는 선생님은 조심스럽게 결과를 설명하시며 일년에 한번 추적 관찰을 하기로 했다.

뼈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열심히 챙겨 먹고, 생애 이런 적 없었던 운동도 열심히 하며 일 년을 살았다. 걱정보단 기대감을 가지고 어느 때보다 자신 있고 당당하게 검사를 받으러 갔다. 결과는 참혹했다. 작년보다 수치가 더 떨어져 이제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 늘 별말 없이 운동이나 열심히 하라던 의사 선생님이 주사를 맞자고 하니 하! 올게 왔다.


골다공증이란? 뼈의 강도가 약해져서 골절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상태를 말한다.

<사진_네이버지식백과>


골다공증은 보통은 50대 이후 검사를 권하며, 골절이 가장 위험하다. 골절이 되면 회복속도가 더디고, 어르신들이 넘어지면 회복하지 못할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라는 말이 검색하면 이곳저곳에서 튀어나온다. 

(골다공증 검사비는 5만 원 안팎이니 50대 이후, 산후 검사 추천한다. 검사시간은 15분 내외. 누워만 있으면 스캐너 같은 기계가 왔다 갔다 하며 몸을 스캔한다. 물론 스캐너가 몸과 멀리  떨어져서 스캔을 하니 몸이 닿거나 통증이 유발되지 않는다. 정형외과에서 가능하며, 실비청구도 가능하다.)


결과수치가 골다공증 있는 60,70대 뼈 수치 정도라, 그 나이가 되면 무서워서 걸어는 다닐까 싶은 생각에 우울함이 몰려왔다. 어자피 없긴 했지만 무병장수의 꿈은 진짜 꿀 수도 없다. 주사는 6개월에 한 번, 일단은 맞고 경과를 보자 했다.


진료실에서 나와 주사를 기다렸다. 주사라는 단어에 공포감을 느끼는 건 너무 당자연스러운 감정 아닌가? 고백하자면,  아이들이 겨울마다 독감 예방접종하는 걸 무서워해서 "주사 들어가는데 1초야. 무서울 것 없어. 별거 아니야 " 자기가 맞는 거 아니라고 신나게 떠들던 입은 어디로 가고, 기다리고 있으니 입술이 바짝 마른다. 더 두려웠던 건 부위가 배였다는 것-새롭고 신기한 신체부위에 주사를 맞게 생겼다.

물론, 뱃속 지방이가 아주 강력하게 방어하고 있기에 어떤 바늘이 들어와도 당당히  승리하리라 예견되지만 한번 도 맞아 본 적 없기에- 배에 주사 맞는 느낌이 어떨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주사실로 들어가 이~~~~~따만한, 사실 세 번째 손가락보다 살짝 긴 처음 보게 생긴 주사기를 선생님이 들고 계셨다. 그리고, 속사포 같은 랩으로 “아프냐? 후유증은 있냐? 계속 맞아야 하냐?”시간을 조금이라도 벌어보기 위해 아무 말 대잔치를 일단 벌려본다. 결국,  우리 가족들 외에는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소중하지만 숨기고 싶은 부위에 주사가 꽂혔고, "아~아파라"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통증은 감소하고, 주사는 주입되었다

짧은 주사시간이 끝나고, 6개월 후에 다시 만나자며 반갑게 인사하던 선생님께 억지웃음을 지으며 나왔다. 보험서류를 챙겨 나왔다. 이제 보험사에 실비청구하기가 부끄러울 지경이고, 보험사는 이 사람은 도대체 어떤 인간이기에 이렇게 다양한 과에서 다양한 질병으로 실비를 자주 청구하나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싶어 잠시 망설였지만, 검사비, 주사비에 10만원을 넘겼으니 당당히 청구했다.


주사를 맞고 몸살기운이 올 수 있지만, 수일 내 없어질 것이니 너무 걱정 말라는 말 때문인지 병원을 나오자마자 온몸에 몸살끼가 돌아 결국, 저녁에 앓아누웠다. 기분 탓인지, 주사 때문 인지 알 수 없으나, 그 말을 듣지 않았으면 그냥 평범함 저녁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도 들었지만 밤새 감기처럼 아팠다.


어렸을 때, 안 좋은 말로 물론, 써본 적 없는 단어지만, '골비 었냐'라는 말을 쓰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 골이 그 골이 아닐지라도) 이 말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누구보다 잘 알게 되었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6개월 후에는 누구보다 골이 꽉 찬 사람이 되고 싶은,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통뼈를 가지고 싶은 소망이 갑자기 생겼다. 병원을 나서며 악뮤의 노래 ‘Dinosaur’ 를 흥얼거려본다

“어릴 적 내 꿈에 나온 Dinosaur! ”를 꿈꾸며 공룡처럼 장대한 골을 위해 헛둘헛둘 운동느낌으로 집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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