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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백삼홈 Oct 02. 2024

우리의 영원한 슈. 퍼. 스. 타

세월이 흘러도 음악으로 마음이 닿았던 그 순간을 잊긴 어렵지

“결국, 남는 건 마음을 나눈 기억이다. 마음과 마음이 닿았던 순간의 기억이 우리를 일으키고, 응원하고, 지지하고 살만 나게 한다. “ *


얼마만의 콘서트인지!  생각해 보니 남편과는 첫 콘서트였다. 가고 싶어도 아무나 갈 수 없다는 “성시경 with friends" 티켓팅에 성공했다. 예매성공의 순간! 이미 콘서트에 다녀온 기분이다. 가수 성시경뿐 아니라 여러가수들이 함께 하는 무대여서 설렘이 배가 되는 기다림이었다. 양희은, 백지영, 박정현, 윤종신, 김종서, 박진영, 이재훈, 조장혁 등 출연 라인업으로 콘서트 설명은 충분하지 싶다.


콘서트 콘셉트를 보니 , 1995년 처음 시작된 드림콘서트가 생각났다. 서태지와 아이들, 신승훈, 듀스 등 당대 최고의 가수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다. 콘서트 현장으로는 못 가고 공중파 방송을 목 빠지게 기다리며, “오빠~오빠~”를 외치며 목 터져라 노래를 따라  부르던 그때의 모습이 떠올라 웃고 말았다.



콘서트 출연 가수들은 데뷔 20년차 이상이었다. 여전히 정상에 있을 때처럼 감미로운 목소리, 살짝 힘겨워 보이는 댄스였지만, 충분히 행복한 시간이었다. 관객 대부분 비슷한 연령대가 많았는데, 가수 한 명 한 명 무대에 오를 때마다 우리는 그때, 소년 소녀들처럼 환호했고, 열광했다. 서로 알지못하는 우리였지만, 각자의 사연과 추억을 가슴에 담고, 음악과 함께 그 때로 다시금 떠나는 시간이었다.


콘서트의 열기가 달아오를 때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말 떠올랐다. 무대를 날아다니던 그들은 여전히 파이팅 넘치고, 목소리는 감미로웠다. 하지만, 외모만큼은 시간을 거스를 수 없기에  빠진 뒷머리가 휑해 보이고, 외모도와 목소리도 변했고, 댄스실력도 예전 같지는 않았다. 우리는 붙잡을 수 없는 시간 속에서 함께 늙어 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서로 만나고 있지만, 마음만은 지금의 여느 아이돌 보다 더 화려하고, 무대를 씹어 버릴 만큼 충분히 열정적인 무대 였다고 감히 평하고 싶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똑같이 흐르고, 늙어가는 일은 너무자연스럽지만, 그때와 다른 나의 가수들을 보니, 살짝 서글픈 마음이 들어 여러 번 남편과 눈을 맞췄다. 아이 키우느라 이미 늙어 버린 우리의 모습도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음에 마음이 뭉클해졌다. 그래도, 세월의 흐름이 야속한 것만은 아니었다. 음악으로 함께 마음을 나누었던 그때의 시간만큼은  되돌릴수도,돈으로 살 수도, 어떤 것과 견줄 수 없을 만큼 소중한 ‘각자의 추억‘으로 간직되어 있다. 지금도 가끔 꺼내 들여다 보곤한다. 그리고 그때를 회상하며, 오늘을 정성 스럽게 살아내려고 애쓰는 나를 발견한다.


10년 후에도, 20년 후에도 부디, 나의 슈퍼스타들을 무대에서-노래하는 모습 속에서 건강히 만날 수 있길! 노래여 영원하라!


“어느새  젊음은 떠났고 마음만 쓸데없이 젊어 몸이 받쳐주지 않아 삐걱대는 나를 보았다. 가끔 서글프기도 했다. ”*


 <* 양희은 에세이 _그럴 수 있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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