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육백삼홈 Sep 18. 2024

싱그러운 여름, 사춘기 소년의  첫 연애

만남은 쉽고, 이별은 어려운 게 사랑이란다. 아들아-

만남은 쉽고 이별은 어려워

눈빛에 베일 듯 우린 날카로워

마침표를 찍고 난 조금 더 멀리 가려 해

만남은 쉽고 이별은 참 어려워

- 만남은 쉽고 이별은 어려워 (Feat. Leellamarz)


“만남은 쉽고, 이별은 참 어려워”주니가(중1) 방에서 고등 래퍼처럼 목이 터져라 부른다. 요즘 노래는 왜 이렇게 어려운지 잘 알아듣지 못하고 있었는데 동생 소룡이가(초3) 따라 부른다. 남편은 "오빠 여자친구랑 헤어져서 부르나 봐" 둘이서 낄낄거린다. 여하튼 사랑의 사랑도 모르는 철없는...


엄마가 아는 주니의 공식적인 첫 연애는 불과 두 달 전 싱그러운 여름에 시작됐다. 같은 반 여자친구의 고백으로 이루어졌다. 어느 날부터 휴대폰을 달고 살고, 괜히 기분이 좋아 보이는 게 첫 여자친구가 생겼나 싶었다. 담임선생님과 통화 중 우연히 알게 되었다. 사실 심증은 있었는데 담임 선생님께서 확인 사살을 해주신 격이다. 원래 남의 연애사는 너무 재미나니 궁금한 마음에 이것저것 물어봤지만 부끄러운지 대충 얼버무리고 말길래 무관심해 지자 했다.


매일 반에서 만나 반가웠을 텐데 여름 방학이 되면 아쉽겠네 했지만- 야속하게 시간은 흘러 여름 방학이 되었다. 방학에 여자친구 안 만나냐고 물어보면 ”만날 거야 “라고만 하더니 어느덧, 개학이 되었다. 방학 후반에 주니는 아주 무기력했고, 살짝 우울했으며 짜증이 많았다. 너무 더워서 그랬나? 사춘기가 심하게 오려나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니, 그 쯤 여자친구와 소원해진 듯했다. 중학생 연애는 100일은 못 간다는 말이 맞는가! 사실 사춘기 연애가 걱정이 안 되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이별의 상처가 깊진 않았을까? 생각했어야 했는데-미안하지만 이 연애가 오래가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2학기 회장이 된 주니일로 담임 선생님과 통화하다 선생님은 주니의 이별소식을 전해 주셨다. “좋은 경험이죠 뭐 ” 선생님은 웃으셨지만 ~ 이별의 아픔을 혼자 견디었을 주니에게 방학 내  무기력하다고 잔소리했던 일들이 미안하게 느꼈다. 먼저 말해주면 좋았을 것을!


마음 같아서는 이유가 뭐냐? 누가 헤어지자고 했냐며 이말 저말 묻고 싶었지만 그게 지금 와서 뭐가 중요하냐 싶어 헤어진 이유도 묻지 않고, 그냥 묻고 가기로 했다.


다행히 2학기 시작했는데 평소와 달라진게 없는 주니에게 안도감을 느끼며, 웬만하면 이제 여자친구는 안 만났으면 좋겠다. 여자친구 없으니 휴대폰도 안 보고, 외모에 신경도 덜 쓰는 듯 느껴지고, 여러 가지로 더 나아 보이는건 기분 탓 일까?


어느 날, 우연히 친구엄마에게 주니의 이별의 이유를 듣게 되었다.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로 환승했다는 것. 이것이 방송에서만 보던 환승연애던가! 버스도 아니고 뭘 환승하는 건데? 갑자기 얼굴도 모르는 전 여자친구가 얄미워졌다. 주니처럼 귀여운 남자를 두고 어떤 남자친구로 환승을 한 거지? 이별통보는 제대로 이루어 진건지-진정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더냐! 마침, 학교 수련회를 떠났는데 마음 같아선 강원도로 달려가 진짜 냐고 묻고 싶었던 마음도 살짝 있었지만... 환승연애라는 말을 듣고 웃었다. (미안, 아들) 아빠의 다정함을 십 분의 일만 닮았어도 여자친구가 정말 주니에게 폭 빠질 텐데-초다정함은 아닌 듯했고, 따로 만나지도 않고, 이래저래 여자친구랑 소원해 질만 했다고 혼자 생각을 하긴 했다. 그렇지만, 중학생 아들의 첫 여자친구도 낯설고, 이별도 당황스러운 마음인데 듣도 보도 못한 환승연애라는 말에 깜짝 놀랐다. 하필 같은 반이라 전여자친구를 매일 만나는 일이 힘들진 않을까 엄마로서 신경 쓰이는건 사실이다.


만남의 기간이 짧다고 마음의 깊이까진 알 수 없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특별히 달라진 것 없이, 평소처럼 잘 웃고 다니는 걸 보면, 실연의 아픔인지, 원래로 돌아온 건지 알 수 없으나 코빠트리고 있지 않음에 감사하고 조용히 묻고 가보자.


어쩌면, 첫사랑은 세월이 흘러도 이루어지지 않는 게 국룰인가?(문득, 푸르매 같았던 나의 첫사랑은 아저씨 되어 잘 지내겠지?)


사랑과 이별은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주니가 부르던 노래가사처럼 만남은 쉽고, 이별은 어렵지만 사랑 후에 오는 것은 누가 말해줄 수 없는 또 다른 경험이 되었을 거라 다독여 본다. 엄마가 보기에 조금은 시시해 보였지만 이건 온전히 남의 생각이고-첫 연애의 마침표는 엄마가 마음대로 여기서 찍는다.


아들! 부디, 너무 아픈 사랑이 아니었기를~

여름 햇살처럼 뜨거웠지만, 싱그러웠을 너의 첫 연애가 추억의 한 장이 되었길...

(그리고, 이제 여자친구는 나중에 나중에 나중에-사귀면 어떨까 ㅎㅎ)



이전 02화 어쩐지 뼛속 깊이 바람이 닿더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