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백수저요리사는 엄마인 나다.
흑백요리사가 연일 화재다. 우리 가족도 모두 함께 재미나게 시청했던 프로그램이다.
흑백요리사를 보니, 2014년에 화제가 되었던 “냉장고를 부탁해”라는 프로그램이 떠올랐다. 스타들의 냉장고를 그대로 가져다 놓고, 안에 있는 재료로 음식대결을 펼쳤다. 그때부터 요리사라는 직업이 대중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기 시작했지 싶다. 한식, 양식, 중식 등 다채로운 메뉴와 요리사들의 매력은 이제 요리사라는 이름에 방송인까지 추가되어 출연하는 프로그램도 다양해졌다. 아마도, 백종원 씨가 요리의 멘토로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요리로 이끄는데 한몫한 듯하다.
요리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요리경연대회가 생겨나고, 스타 요리사들이 배출되었다. 유튜브라는 콘텐츠가 활발해지고, 연예인도 요리사 못지않게 음식을 만들고, 먹방채널들도 생겨나면서 요리자체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노래만 부르던 가수가, 연기만 하던 배우가 이토록 요리를 잘하다니 감탄스러운 요리도 많이 있다. 편의점을 가도 연예인들의 레시피로 제품이 나오고, 이제 요리 레시피를 검색해 보면, 00의 레시피라는 요리사 이름보다 연예인의 레시피가 상위에 노출될 정도다.
이제 요리사라는 직업은 배우, 가수, 요리사 모두에게 매력적인 직업분야가 되었다. 희망하는 직업이 뭐냐고 물어보면 유투버가 1위라고 놀랐던 때가 있었는데 , 이제 많은 사람들이 요리사 되길 희망하게 될 것 같다.
요리라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내가 제일 어려워하는 요리는 바로 면요리랑, 칼질이다. 면의 익힘의 정도와 연습부족이라고 느끼는 불규칙한 칼질은 나의 요리 아킬레스건이다. 한식이나 나물 하는 게 제일 어렵다고들 하는데 나물은 괜찮은 편인데, 면은 아무리 시간을 맞춰놓고 해도 뭔가 부족한 느낌이 있다. 면요리의 생명은 면발인데 말이다. 칼질은 아마 칼을 무서워하는 게 가장 크지 싶다. 재료의 크기가 일정해야 맛이 더해지는데 이건 아마 20년 차쯤 아니면 극복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면을 잘 뽑는 나폴리맛피아 님을 보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트리플스타의 칼질을 보고 있으면, 불멍처럼 빠져든다.. 칼멍이라고 해야 하나.. 집에 있는 양파 백개쯤은 썰어보고 싶은 충동이 느껴진다.
처음 요리를 할 때는 요리저울과 숟가락으로 0.1g의 오차도 없이 레시피대로 넣었다. 그래도 맛이 없었다.
이제 주부 내공 14년 차이다 보니, 이것저것 대충 넣다 보면 간이 맞아진다. 처음 요리를 했을 때, 남편은 몇 년 전 이제야 고백을 한다며 그때 진짜 간이 하나도 안 맞았다고 -그때 말했으면 좀 더 빨리 더 요리를 잘하게 됐을 텐데 그래도 맛없는 요리 매일 맛있게, 정성스럽게 먹어줘서 고마운 마음이 든다.
요리가 재밌어지고, 잘하게 된 계기는 시어머님과 함께한 생활 때문이었다. 퇴사를 한 후 집안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집밥 김 선생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삼시세끼 집에서 드시는 시어머님은 국이 없으면 물에 말아 드셨다. 그때부터 국을 끓이고, 반찬을 하기 시작하면서 음식 스킬이 무한 상승하게 되었다. 요리의 레벨이 상승하면, 필요한 아이템들이 있다. 바로 주방용품이다.
세상에는 예쁜 그릇, 접시, 숟가락, 포크, 칼, 도마등 종류도 다양하고, 명품가방만큼 주방용품의 가격도 천정부지다. 주방용품에 진심인 나는 집안의 경제적인 사정을 생각하면서 구입해야 하는 것들이 있기에 생활비를 모아 야금야금 예쁘고 좋은 것들을 가끔 장만한다. 남편은 가격도 모른 채 맛있게 먹고 있으니 그걸로 됐다. 어쩌면, 경제적으로 이만큼인 게 다행인지도 모른다. 많이 풍족했다면 우리 집은 주방용품으로 가득 찼으리라. 주방용품 예찬은 짧게 마무리 하자. 안 그래면 이 글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수도 있으니...
아무튼, 이번 흑백요리사가 소위 말하는 대박을 치며, 요리사에 대한 관심은 더 뜨겁다. 시즌2까지 제작된다고 하니 엄청난 흥행을 이뤄냈나 보다. 요리경연장 규모도 컸고, 대결도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었다. 시청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요리사가 우승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응원도 열심히였다. 음식이 얼마나 맛있는지 먹어도 보고 싶고, 먹는 이야기로 시청하는 동안 눈으로 즐거운 프로그램이었다. 백종원, 안성재 셰프의 어록도 유행이라고 중학생 아들이 전해줬다.
“엄마 애들이 급식 먹으면서 even 하게~"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뭔가 요리를 해야 할 것 만 같은 기분이 든다. 이 프로그램의 출연자 100인의 식당도 덩달아 인기라니 요즘 같은 불경기에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나름 우리 집 김명장으로 불리는 나는 흑백요리사를 보며, 남편에게 “맛소금, 치킨스톡 보이지? 다 저런 거 써서 맛있는 거야. 자연의 맛은 아니란 거지 ”하며 조미료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나의 콧방귀가 뿜어져 나온다.
사실 집에서만 명장이지 누구에게도 인정받지도, 심사받으면 큰일 난다.(사실, 요리사들은 흔히 말하는 MSG를 안 써도 나보다 백배 천배는 맛있으리라.) 그저 나는 우리 집에서 제일 요리를 잘하는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이다.
흑백 요리사 후폭풍이 있긴 했다. 정주행 일 때, 차려준 음식을 먹을 때마다, 가족들이 점수를 매기거나, 이번 저녁 요리는 생존이라는 말들을 하기 시작했다. 한두 번은 그냥 넘겼는데 자꾸 그러니 신경이 쓰여
“우리 집에서 김명장 음식에 한 번만 점수 매겼다간 평생 내 음식 못 먹는 줄만 알아 "으름장을 놓았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트리플스타의 오차 없는 칼질이 되어 있는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 물론, 1등 권성준 욫리사의 이탈리안음식도 먹어보고 싶고, 언제나 자신만만한 최현석요리사의 음식도 먹어보고 싶고, 만두도 좋아하니 정지선요리사의 딤섬도 먹어보고 싶고, 일식도 좋아하니 안유성명장의 튀김.... 김수한무가 되겠다. 아-이쯤 하자.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따뜻한 저녁 할 시간이다. 오늘도 오차가 백개쯤 있는 칼질과 덜 익은 면이 되더라도, 음식을 하면서 쏟아붓는 애정만큼은 흑백요리사 1위 경쟁보다 몇 배는 더 뜨거우리라.
더불어, 이 글을 읽는 모든 독자의 오늘 점심 또는 저녁식사가 모두에게 따뜻하고, 감사한 밥상이 되었길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