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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백삼홈 Sep 04. 2024

들어가는 말 _아무튼, 글쓰기

몸이 또 여기저기 아파오는것 보니 글 쓸 때가 된 것 같습니다.

2020년 겨울. 브런치작가가 되었다. '브런치 고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작가 되기 어려움이 있는 이곳에서 단 번에 작가가 되었다. 글을 잘썼다기 보다 그 년도의 행운이 그날, 다 했구나 생각한다.  지금 브런치작가에 도전했다면 쓰디쓴 고배를 자주 마시며, 브런치작가라는 이름에 목메며 쓰고 또 쓰다 결국, 아예 글쓰기와는 손절했을 것이다.

처음 브런치 작가에 지원한 글이 우리 소룡이 이야기 였다. 그 때, 내 속에 담긴 것들을  뭐로든 풀어내지 않으면 그대로 주저앉아 다시는 일어서지 못할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 없었던 일이 되는 건 아니지만, 글을 쓰면서 견디고, 단단해 지게 되었다.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매일 같은 날일리 없고, 기쁜일이든 나쁜일이든 예고 없이 마음대로 내 마음속에 들락날락 거린다. 그 마음을 알아차리고, 다스리며 살아야하는데 -그게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나에게 글쓰기는 때로는 감정의 쓰레기통이 되기도 하지만, 그 보다는 마음의 환기구이자 나를 조금 더 인간 답게 만드는 소중한 일이 되어 있었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서 글 쓰는 일이 진짜 재밌었다. 한 달 동안 매일 새벽에 일어나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쓴 날도 있었다. 모든 일상이 글감이 되어, 머릿속이 온통 단어들로 꽉 차 있던 날도 있었다. 마치 내일 등단이라도 할 것처럼 글쓰기는 일 설레었고, 글을 남기면 복리의 마법처럼 구독자가 생기고, 믿을 수 없는 조회수를 기록하는 날에는 어떤 작가도 부럽지 않았다. 그야말로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작가의 마음처럼 오만한 시간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부끄럽다.


그러다 어느 한 순간, 특별한 이슈 없이 글쓰기가 두려워졌다. 그때도 지금도 핑계로 삼고 있지만, 누군가 내 글을 보고 평가하는 것도, 내 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생각보다 크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글은 계속 썼지만 발행 버튼 누르는 일이 마치, 지금 발행한 글이 신문이나 온라인 메인에 올라 모두가 읽게 될 것 처럼, 어려운 감정의 날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슬럼프라고 말하기엔 부끄러우니 그런 아무개 시기도 있었다. 어쩜 글을 쓰다 더 심해진 '말린어깨증후군'(어깨통증으로 인해 여러 가지 신체적 통증이 이곳저곳에서 관찰되어 온몸이 아파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는 걸 말함.사전에 나와있지 않음 내가 지었음)에게 오랜시간 동안 괴롭힘을 당했다. 병원을 들락거리고, 재활을 받으며 인고의 시간을 견뎌냈지만, 여전히 말린어깨증후군은 진행중이다.


요즘은, 세월이 유수같다. (이런 시조가 내입에서 나올줄이야!)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시간은- 세월은- 찰나의 순간도 기다려주지 않고 속절없이 흐른다.

그동안 글을 쓰지 않은 건 아니지만 조금 더 비장한 마음가짐으로 매주 연재를 시작해 본다. 유수같이 흘러가는 세월속에서 서랍에 담긴  100여개의 글을 더 이상 묵은 글이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바람이 살랑 살랑 불어오고 책 읽고, 쓰기 좋은 가을과 겨울이 다가 오고 있다. 그게 무엇이든 핑계삼아  다시 글을 쓰려고 한다. 브런치 작가신청도 즉흥적이었고, 이 연재도 즉흥적이었다. 우주지존 J인 나에게 꽤나 파격적인 행보이니, 즉흥적인 일도 잘 해 낼 수 있음을  스스로 증명해 보이리라.


세월이 유수로다 어느덧 또 봄일세

구포(舊圃)에 신ㄷ채(新菜)나고 고목(古木)에 명화(名花)로다

아이야 새술많이 두었으라 새봄놀이 하리라

- 박효관의 歌曲源流 중에서


아무튼, 글쓰기를 시작한다.

하루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

사랑하는 사람들과 매일 함께 호흡하는 이 곳

603호 우리 집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특별한 이야기는 없겠지만 글을 읽다  

문득  내 삶도 크게 나쁘지 않구나.

이 집이나 저 집이나 별게 없구나.

사람은 누구나 평범한 삶을 위해 매일 고군분투하고 있구나 여기며 작은 위로가 되어주길-

오늘은 힘들어도, 내일은 작은 미소라도 지을 수 있길 소망하며-


연재 시작의 문을 조심스레 열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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