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서 외쳐보세요! 연재를 마무리하며-
지금 웃어야 한다. 웃음을 내일로 미루면, 그 웃음은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다.
- 모든 걸음에는 이유가 있다. 김아영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혼자라도 소리쳐 외치고 싶은 삶의 순간들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책을 읽다 갑자기 나는 대나무 숲이 있다면 무슨 말을 외치고 싶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어렸을 때 엄마 몰래 했던 거짓말, 친구에게 나쁜 마음으로 했던 행동과 말들, 남편에게 별거 아니지만 숨기고 싶은 작은 비밀이나 실수, 아이가 엄마는 학교 다닐 때 몇 점 받았어라고 물어보면 대답해야 할 말 못 할 과목들의 점수들...
막상 생각해 보면 크게 굴곡 있게 산 인생 아니고서야 대나무숲에 쏟아부어 외치고 싶은 누구도 알아서 안 되는 큰 비밀들보다, 작고 소소하지만 몰래 감추고 싶거나, 빨리 말하고 잊고 싶은 이야기가 더 많을 것이다.
올 한 해 가장 외치고 싶은 이야기는 아마도 사춘기 아들에 관한 이야기 일 것 같다. 말하고 싶은데 말 못 한 이야기를 속사포 랩처럼 마구마구 쏟아 낼 수 있을 것 같다. 이 지구상의 사춘기 엄마들을 모두 대나무숲에 모아서 큰 참가비를 내고 밤새 쏟아내기 대회를 열어도 너나없이 참여할 것 같은 주제다.
최근 중2 아들이 기말고사를 대하는 자세가 다소 아니 많이 불량하여 이번 기말고사 기간 내내 너무 속이 타들어갔다. 점수에 대한 걱정보다 공부에 대한 자세와 태도가 개선되지 않아 애가 탄다. 태도대비 성적이 잘 나오는 편이라 아들은 늘 당당했고, 이번시험에 폭망 하며 좌절을 겪었으면 하는 우리 부부의 바람은 기말고사에서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런 페이스로 가다간 정말 중요한 순간에 뚝 떨어지는 불상사가 생길 텐데 걱정이다.
시험기간이라 말 못 하고, 기분이 좋으면 괜히 이야기해서 사이 나빠질까 못하겠고, 나쁘면 당연히 못하고, 결국, 잔소리할 타이밍은 언제나 없다. 그럼에도 인간답게 키워야 할 의무가 있는 부모이기에 한 번씩 모르는 척 이야기를 건네지만 결과는 대략 난감이다.
중2의 기말고사가 끝나니 어디 대나무 숲에라도 가서 외치고 싶은 말이 마구마구 떠오른다. 1박 2일로도 부족할 수많은 이야기들- 고등학생이 되어 본격적인 입시가 시작되면 어디 산에 올라가 득도하여 몸에서 사리가 나오는 경지에 이르지 싶다.
이 긴 시간을 어찌 버틸까 고민하다 보면, 결국 대나무 숲을 찾게 되고, 그 대나무 숲이 어딜까 생각해 보니 나에게는 브런치라는 공간이 있었다.
나의 대나무숲 “브런치스토리”
어떤 날은 그 어떤 포장보다 멋지게 과대 포장을 하며 허풍을 날려보기도 하고, 어떤 날은 찌질이도 이런 찌질이가 없구나 싶을 정도로 찌질하다. 어떤 날은 작가처럼 온갖 미사여구를 끌어다 모아 글을 쓰기도 한다. 어떤 게 나의 진짜 모습인지 단정할 순 없지만, 그때의 그 순간 모두가 나의 모습이다.
글을 쓰는 일이 어떤 때는 일처럼 느껴지기 시작해서 오랫동안 글쓰기를 멈췄고, 왠지 글이라도 안 쓰면 아무것도 안 하는 인생이구나 싶어 매주 연재를 시작했다. 그 이후 빠짐없이 글감을 떠올려 글과 사진을 찾고, 읽은 책들에 속에서 글감과 관련 있는 문장들을 찾아서 적어보는 일- 책을 다시 열어보고, 생각을 끄집어내고 문장으로 만드는 과정을 이번에는 기쁘고 즐겁게 해냈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어깨통증으로 인한 키보드 치기였던 것 같다. 키보드를 치고 있으면 지독하게 반복되는 목과 어깨 통증이 여전히 글쓰기를 방해하는 가장 큰 변수였다. 안타깝게 그 변수는 당분간 쉽게 개선될 여지가 없어 스무 개의 글로 이번연재를 마무리를 하려고 한다.
내년에는 조금 더 자유롭고 의미 있는 글로, 나의 소중한 구독자님들과 한 번이라도 읽어주시는 독자님들께 작은 점처럼-기쁨과 위로가 되고 싶은 소망을 가져본다.
부디, 모든 분들이 안녕하기를 -
또 앞으로 계속될 603호 이야기를 기다려 주시길-
소망하며
감사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