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은 기적을 체감하게 한다

by Lohengrin

나는 나름대로 운동을 꾸준히 실천하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지난해 정년퇴직을 하고 난 이후에는 하루 시간의 주도권을 스스로 쥐게 되었다. 일과의 흐름 속에서 운동 시간을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특권이다. 그러나 이 자유에는 늘 함정이 따른다.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다는 선택권이 오히려 “하지 않아도 된다”는 유혹으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운동 패턴은 때때로 불규칙해진다. 날씨가 춥다거나, 비가 온다거나, 늦잠을 잤다거나, 몸이 무겁다거나, 전날 과식해서 컨디션이 좋지 않다거나 하는 온갖 이유를 만들어 운동을 미룬다. 운동을 회피하기 위한 변명은 무궁무진하다.


이 함정의 늪에서 빠져나오려면 방법은 단 하나다. 운동을 습관화해 선택의 여지를 없애는 것이다. ‘오늘 운동을 할까 말까?’라는 질문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다. 이를테면 숨 쉬듯 자연스럽게, 자동반사처럼 몸이 피트니스센터를 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물론 세상에는 평생 운동을 거의 하지 않고도 살이 찌지 않으며 건강 수치가 정상 범위에 머무는, 유전적으로 복 받은 사람들도 있긴 하다. 하지만 그것은 극히 드문 경우다. 대다수의 인간은 움직여야 한다. 근육을 유지하고 장기가 제 기능을 하도록 관리하고, 끊임없이 보수해야만 건강을 지켜낼 수 있다. 결국 방법은 뻔하다. 운동으로 몸을 관리하고 보수하는 수밖에 없다.


나의 일상 루틴은 대체로 저녁식사 이후 저녁 8시에 피트니스센터로 향하는 것이다. 두 시간가량 머물며 근력 운동을 40분, 트레드밀에서 5km를 달리거나 걷는 시간을 40분 정도 가진다. 저녁 운동을 택한 이유는 혈액 관련 건강 지표들이 대부분 주의 경계치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는 저녁 식사 후 남는 에너지가 체내에 저장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진단을 받은 이후 시작한 습관이다.


가끔은 오후 일정이 비어 있으면 골프연습장에서 1시간쯤 스윙을 하며 땀을 흘린다. 주말에는 아침 조깅으로 10km를 뛰는 것을 루틴처럼 지켜온다. 물론 이것이 완벽히 규칙적인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운동에 집착하는 중독 수준도 아니다. 다만 땀을 내지 않고 하루를 보내면 몸이 굳어가는 느낌이 들어 맨손체조로나마 스트레칭을 해주어야 하는 정도다.

하지만 운동 후 샤워를 마치고 나올 때의 상쾌함은 중독에 가깝다. 땀을 흘리고 나면 그만큼 몸이 가벼워지고 머리까지 맑아진다. 덕분에 평생 잠을 이루지 못해 뒤척인 적은 거의 없다. 베개에 머리를 대는 순간 바로 코를 고는 체질이 된 것도 운동 덕분일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운동 중에 나타나는 신체의 다양한 반응이다. 예컨대 헬스장에서 근력 운동을 하다 보면 하품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는 근육에 혈류가 집중되면서 뇌로 가는 산소가 부족해지고, 하품을 통해 산소를 보충하려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또 하나는 소변량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점이다. 흔히 땀을 많이 흘리니 그만큼 소변이 줄어든다고 생각하지만, 원리는 조금 다르다. 운동 시 근육에 혈류가 집중되면서 신장으로 가는 혈류량은 평소의 약 20%에서 5% 수준으로 감소한다. 동시에 땀으로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체내 삼투압이 올라가고, 이에 따라 신장은 수분 재흡수를 늘린다. 다시 말해 몸은 수분 보존 모드로 전환되어 소변 배출을 줄이고 체액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신장은 단순히 노폐물을 거르는 기관을 넘어, 물을 재흡수해 체내에 보존하는 생명 유지 장치다. 이는 고대 생명체가 땅 위를 걸어 다니며 살아남기 위해 진화시킨 위대한 장치였다. 특히 중생대 트라이아스기와 쥐라기의 고온·건조한 초대륙 환경 속에서 생명체가 살아남기 위해 발달시킨 결과다. 다시 말해 우리가 운동하며 땀을 흘리는 순간에도, 수억 년에 걸친 진화의 흔적이 여전히 몸속에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운동은 단순히 근육을 단련하는 행위가 아니다. 땀 한 방울, 하품 한 번, 줄어든 소변량 속에도 인류 조상의 생존 전략과 진화의 기억이 녹아 있다. 거스를 수 없는 생명체의 흔적이 우리 몸속에서 여전히 살아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지금 내가 숨 쉬고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경이로움이다. 많은 사람들이 기적을 특별하고 드문 사건이라 여긴다. 그러나 기적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살아 숨 쉬며 움직이고 있는 이 순간, 그것이 바로 기적이다. 운동은 그 기적을 더욱 선명하게 체감하게 해 준다.


따라서 우리는 삶을 기뻐해야 한다. 땀 흘리며 몸이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잠시의 호흡조차도 감사히 느껴야 한다. 기적은 어쩌다 찾아오는 희귀한 사건이 아니라, 매 순간 펼쳐지는 삶의 향연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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