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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Aug 07. 2020

에너지를 어디에 저장하는가?  똥배로?

벌써 2주일째, 아침에 조깅화 끈을 매고 현관문을 나서기만 하면 비가 내립니다. 젠장, 아파트에서 내려올 때는 창밖으로 손을 내밀어 비가 내리는지 확인하고 내려오는데도 불구하고 현관에만 내려오면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뭔 놈의 조화인지, 한두 번도 아니고 2주일째 이러고 있으니 부화가 치밉니다. 아예 비가 내리면 조깅 나가길 포기하고 거실에서 스트레칭을 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면 속은 편합니다. 그런데 오늘처럼 뛸 준비를 다하고 와이어리스 이어폰과 휴대폰, 휴대폰을 넣어 허리에 매는 방수 포켓까지 완비하고 나왔는데 비가 오면 참 난감합니다. 어차피 땀에 젖으나 비에 젖으나 마찬가지입니다만 뛰기도 전에 비가 내리면 망설일 수밖에 없고 대부분 뛰는 걸 포기하는 쪽으로 선택하게 됩니다. 뛰는 중간 지점부터 비가 내리면 그것처럼 상쾌하고 좋은 일도 없는데 말입니다. 가끔은 비가 올듯하면 일부러 뛰러 나가기도 했는데 ---


오늘은 집으로 올라가 우산을 집어 들고 다시 내려갑니다. 뛰는 건 포기하고 빠른 걷기로 뒷산 둘레길을 걷습니다. 습도가 워낙 높아 뛰는 거나 빨리 걷는 거나 별 차이 없이 땀이 납니다. 그렇게 1시간 반을 걷고 집으로 옵니다. 그런데 재수가 없는 건지 둘레길에 도착하니 비가 오지 않습니다. 손에는 우산이 들려있는데 말입니다. 버리고 뛸 수 도 없고 그냥 빨리 걷기로 합니다. 덕분에 귀에 꽂은 무선 이어폰으로 전해지는 강의 내용이 쏙쏙 들어옵니다.


그렇게 땀 흘리고 집에 와 샤워를 하고 상큼한 오전을 준비합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로 인해서 집안 습도가 높습니다. 에어컨을 켜서 제습을 할까 하다가 선풍기 하나만 켜놓습니다. 공기 흐름만 바꿔도 선선할 듯해서입니다.

그러고 보니 세상 만물 모든 것이 각자의 길을 가고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눈치채게 됩니다. 아침 조깅을 하는 이유도 "내가 더 건강한 내일을 위해 운동하는 것"으로 정의 내릴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뛰고 있는 그 자체, 그 시간만으로 만족해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지금 내가 뛰고 있는 것이 중요하고 숨이 차서 헐떡이다가 적응을 하여 안정된 호흡을 한다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입니다. 내일의 건강은 지금 이 시간 필요 없는 망상일 뿐입니다. 내일의 건강은 그저 내가 지금 이 시간에 충실해 뛰고 호흡한 결과가 나타나는 것일 뿐입니다.


가만히 침잠해 보면 모든 것이 제각각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바깥에 내리는 저 보슬비와 구름 너머의 태양빛도 마찬가지이고 책상에 형태를 가지고 놓여 있는 모든 사물도 그렇습니다.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며 그 안에 운전하는 인연 없는 이름 모를 사람들조차도 모두 각각의 길을 갑니다. 심지어 둘레길에 본 애벌레 한 마리가 나무 위를 기어가는 것조차 그의 길을 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세상 만물의 모든 것은 같은 것이 하나도 없음을 알게 됩니다. 다양성이 세상의 근본이었던 것입니다. 심지어 가족이라고 하는 집단에서조차 제 각각의 삶을 삽니다. 아버지로 어머니로 자식으로 말입니다. 공유하고 공감하여 울타리를 높이 쌓아 올려 생존의 확률을 높이고 있다는 확증편향으로 살뿐입니다. 너무 매정하고 삭막한가요? 그래도 본질을 들여다보고 나서야 관계를 만들고 공감을 이끌어내면 더욱 견고한 성을 쌓을 수 있습니다.


사실 이 모든 현상은 에너지를 사용하기에 가능합니다. 돌아가는 선풍기는 전기에너지를 사용하고 기어가는 애벌레도 풀잎을 갈아먹고 당분을 흡수하여 에너지로 활용합니다. 움직이는 모든 것은 바로 에너지가 그 근원이었던 것입니다. 인간 세포 1개는 1초에 단백질 1,400개, 지질 12,500개 분자를 활용합니다. 또한 단백질 1 분자를 통해 에너지의 근원이라고 하는 ATP 분자를 210만 개나 생성해 냅니다. 인간 자체가 에너지를 합성하고 저장하고 사용하는 에너지 공장입니다. 이 에너지를 위해 식사를 하고 물을 마시고 운동을 합니다.


산다는 것은 그렇게 에너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초점인 것 같습니다.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에너지를 넘어 의미를 부여하고, 태양계 너머의 행성까지 관찰하는 능력에까지 에너지를 쓰는 지혜도 모두가 에너지의 활용입니다. 그래서 식량은 살아있는 모든 동식물의 기본적인 에너지원이고 사물의 움직임을 가능케하는 전기에너지는 인류 생존의 근원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다행히 올해에는 긴 장마로 인하여 열대야로 잠 못 이룬다고 에어컨을 과잉 사용하여 전력 과부하가 걸려 변압기가 고장 나 전기 없이 뜨거운 밤을 지새운 사람들의 고생담이 전해지지는 않고 있습니다. 전기에너지가 현대 생활에 있어 물과 공기 같은 존재가 되어 버린 지 오래되었습니다. 요즘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 핵에너지의 활용과 자연에 대한 오염이 없는 에너지원인 풍력과 태양광 에너지에 대한 관심도 그렇습니다. 모두 전기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방편입니다.


주어진 에너지를 소중히 잘 사용해야겠습니다. 에너지를 아껴야겠습니다. 흡수한 신체적 에너지를 아끼면 똥배 나오고 체중이 불어나는 부작용이 나오기도 하지만 호모 사피엔스가 수렵채집 생활을 하던 시절에 적응한 신체적 기능이기에 어쩔 수 없습니다. 항상 동물을 사냥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사냥을 하면 많이 먹어 비축을 해놔야 하기 때문에 생긴 진화의 산물입니다. 현대 사회는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항상 접할 수 있습니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에너지를 조금씩 자주 섭취해도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배에 비축하지 않아도 되지만 신체는 비축을 유혹합니다. 마약처럼 DNA에 잠재된 비축의 유혹이었던 것입니다. 지금은 선풍기를 꺼서 전기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간단한 식사로 아침 산책으로 소모한 화학 에너지를 보충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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