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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Feb 14. 2020

밸런타인데이, 다른 사람, 행복

출근길이 제법 밝아졌음을 눈치채셨는지요. 해 뜨는 시간이 조금씩 빨라졌다는 것은 봄으로 가는 길이 가까워져 오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러고 보면 입춘이 지난 지 열흘이 넘었습니다. 다음 주가 우수이니 절기는 시나브로 봄에 들어와 있습니다. 제주도 도롱뇽은 예년보다 한 달이나 일찍 산란을 하고 남녘의 홍매화도 이미 붉은 자태를 살포시 보여주고 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모두 다 봄을 기다리기에 그 따뜻함을 전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그렇게 자연은 실려오는 바람 한 점에도 생명을 이어가는 연결고리로 묶여 있습니다.

세상 만물은 홀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울려 공존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균형이 맞아 바람도 잔잔하고 태양의 정기를 받은 대지가 서서히 더워져 대지와 대양의 온도가 일정해지면 드디어 그 온도에 맞는 생명의 움틈들이 꿈틀 꿈틀 기지개를 켤 겁니다. 그러면 차례차례로 한여름 정점의 시간까지 세상은 새로운 생명을 쏟아낼 겁니다. 그것이 지구의 표면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생명의 모습입니다. 지구 내부의 맨틀과 핵에 녹아 있을 무궁한 힘의 원천들은 감히 이야기할 필요도 없습니다. 지구의 표지인 흙을 만들어낸 원천과 그 원천이 뭉쳐지고 돌면서 형성한 원심력에 끌려 흩어지지 못하고 형성된 대지의 공기들이 모두 절묘한 균형 속에 존재합니다. 이 균형 중 어느 것 하나 사라진다면 생명도 끝이 납니다. 자연은 그런 것입니다.


이 절묘한 균형을 깨뜨리는 유일한 존재가 바로 인간입니다. 생물 자체를 넘어 상상을 만들어내고 그 상상을 바탕으로 자연에 없는 인공을 만들어 냅니다. 브레인의 용량이 제한되어 있다는 것을 간파하고 브레인의 능력을 컴퓨터라는 외부에 저장하는 능력까지 발달시켰습니다. 인간의 능력을 무한대로 확장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제는 그 확장 능력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그 확장의 끝인 특이점(singularity)에는 어떤 것들이 다가올까요? 결국 공존과 균형을 이루어내는 일의 시작은 인간으로 귀결됩니다. 지구 표층에 몰려 사는 생명체에 지나지 않는 인간이 지구를 지배하려 드는 것이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 사유하는 인간만이 그 해결책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방송이 끝난 케이블방송 TVN '알쓸신잡'프로그램에 나왔던 30대의 젊은 뇌과학자인 장동선 박사가 쓴 "뇌 속에 또 다른 뇌가 있다" 마지막 페이지 부분에 하버드 대학이 80년을 지속하고 있는 연구과제 내용을 언급하고 있는데 오늘 주제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인용해 봅니다. "행복의 조건 그랜트 연구-하버드대학교 인생성장보고서"라는 단행본 번역서도 있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그랜트 연구(Grant-Study)'는 1938년 하버드를 졸업한 268명의 졸업생을 대상으로 매 2년마다 설문조사를 받고 있답니다. 마지막 졸업생이 사망할 때까지 계속한답니다. 연구 이유는 "오래도록 행복하게 사는 비결이 무엇인가?"대한 질문입니다. 2012년 세 번째 중간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과연 행복의 조건에 무엇이 중요했을까요? 돈? 지능? 교육? 종교? 정치적 위상? 아니었답니다. 오래도록 행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다른 사람'이었답니다. 연구결과가 다소 의외인가요?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과의 사회적 관계가 우리 삶의 질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 요인이라는 겁니다. 그랜트 연구 중간발표 결과는 "행복' 그것은 다름 아닌 사람입니다"랍니다.


우리는 혼자 있을 때 가장 행복한가요? 아닙니다. 행복함을 느낄 때는 대부분 우리가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입니다.


장동선 박사는 " 우리 뇌를 가장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다른 사람이다. 우리의 뇌는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관계를 나누기 위해 진화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사람이다"라고 책의 결미를 쓰고 있습니다. 


춥고 덥고 시원하고 졸리고 신경질 나고 사랑하고 --- 모든 현상이 바로 균형입니다. 오늘은 어떤 균형들이 세상사들을 만들어 낼까요? 여명의 시간이 빨라지는 만큼 따뜻함으로 채워 넣을 공간이 넓어졌음을 알게 됩니다. 그렇게 채워나가는 하루가 인생에게 가장 소중한 시간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지금 이 시간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시간의 균형입니다. 균형은 곧 '살아있음'을 알게 하는 징표입니다. '다른 사람'이 바로 이 글을 읽어주는 그대였기에 행복도 함께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마침 오늘이 밸런타인데이입니다. 사랑하는 연인이 마음을 고백하는 아름다운 날로 상징 지어놓고 의미를 붙이고 평소에 하지 못한 용기를 불어넣어줍니다. 설령 초콜릿 회사의 상술로 등장했다고 해도 손만 잡아도 가슴 뛰는 첫사랑의 연인들에게는 소중한 날이 될 겁니다. '다른 사람'은 바로 연인이고 사랑이고 행복이고 그대였던 것입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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