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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Jun 25. 2021

타인의 상처로만 남는 잊힌 전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오늘은 6.25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71주년 되는 날입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초개와 같이 산화하신 순국선열의  영령 앞에 머리 숙여 묵념을 드립니다.


세월이 너무 많이 흘러서 그런가요? 전쟁의 상흔에 대한 기억들이 아스라이 지워져 가고 있는 느낌입니다. 두 세대를 넘어서는 시간의 흐름 속에 전쟁을 경험했던 세대가 점점 유명을 달리하는 동안 우리는 전쟁의 아픔과 고통을 타인의 상처로만 인식하는 수준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반성해봅니다. 철저히 파괴된 나라에서 오늘날 그래도 밥 먹고 살게 된 것도 전쟁의 깊은 터널에서 살아남아 고통의 세월을 버텨내신 세대가 계셨기에 가능했음을 전후 세대는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봅니다.


역사와 과거를 돌아보는 이유는 "잘못된 것은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며 잘한 것들은 더욱 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한국전쟁이라는 우리 민족 최대 비극의 시기를 잊지 않고자 하는 것은 그 참담한 세월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염원의 발로입니다.


잊힌 전쟁으로 남아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70~80년대까지만 해도 6월 25일만 되면 반공과 멸공 포스터 경연대회를 하고 핏대 세우며 열변을 토하는 웅변대회와 손가락 물어 혈서를 써대던 궐기대회를 하며 선동적 전쟁 회상 행사를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아픈 과거를 되돌아볼 기회들이 사라져 버린 듯합니다. 물론 코로나로 인한 집회 제한도 있긴 하지만 사회 분위기가 전쟁을 회상하는 일을 그저 과거 치부를 들추는 것처럼 부끄러워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습니다.

우리는 지구 곳곳에서 지금 이 시간에도 벌어지고 있는 내전의 참상들을 전해 듣고 보고 있습니다. 그 광경을 간접적으로 접하고 있어서 그런지, 우리는 그저 "참 안됐네" "왜 지들끼리 싸우고 난리야 잘 좀 해결하지" 정도로 상황을 회피하고 방관합니다. 그 화면 속 광경이 불과 71년 전 이 땅에서 벌어졌던 현상임을 오버랩시키지 못합니다. 아니 나의 일이 아니라고, 우리가 겪고 있는 일이 아니라고, 그렇다고 내가 뭐 해결할 수 도 없는 일이기에 그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자위합니다.


우리 민족은 그나마 운 좋게도 국민들의 희생정신으로 나라를 살려낸 몇 안 되는 국가입니다. 썩어빠진 지도자들이 나라를 잘못 이끌 때에도 그 구렁텅이에서 분연히 다시 일어나 나라를 구한 것은 민초들이었습니다. 3.1 독립만세운동이 그랬고 상해 임시정부가 그랬으며 가까이는 80년 광주 민주화운동 및 87년 6월 민주항쟁, 2016년 촛불시위까지 국민들이 지켜낸 나라입니다.


시대정신의 밑바탕에는 희망이라는 저변이 깔려있습니다.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우리 민족은 분연히 일어나 희망을 주장하고 미래를 보여주길 원했습니다. 전쟁을 기억하고자 하는 이유는 바로 참담했던 당시 상황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고 그 암울한 현실에서 벗어나 희망을 살리고자 함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빈터에 다시 건물을 세우고 도로를 닦고 꽃과 나무를 심고자 함입니다.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함입니다. 그렇게 과거 전쟁의 기억은 지워지지 않고 새로움을 키우는 자양분으로 자리매김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순국선열들의 희생을 되새기고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하는 길입니다. 경건한 마음으로 또한 결기 있는 자세로 한국전쟁을 되돌아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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