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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Mar 30. 2020

지적 호기심의 수준


"수준이 다르다" "수준에 격이 있다" 이런 표현이 맞을까? 사전적 의미의 수준은 "사물의 가치나 등급 따위의 일정한 표준이나 정도"입니다. 수준이라는 단어 자체에 비교 우위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수준이라는 단어가 사용되면 반드시 높다 낮다의 동사가 따라옵니다. 주어가 문제입니다. 사물일 경우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물건의 가치 수준이 대단히 높다"라고 표현해도 무리가 없습니다. 사물은 비교가 되어도 우열을 나타내는 것이기에 좋고 나쁨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어가 사람으로 바뀌면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생깁니다. "사람들 수준이 그 정도인가?" "관객들 관람 수준이 좋았어?" " 그 학생, 학습 수준이 어때?"


사람의 수준을 비교하여 우위를 평가할 수 있느냐는 의문입니다. 각각의 이해정도와 공감, 인지 정도, 학습 정도에 따라 달라진 시선을 어느 시선이 더 좋다 훌륭하다, 높다 낮다로 평가할 수 있겠냐는 것입니다. 많이 알면 더 훌륭하고 좋다는 획일적 평가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식이 많다는 것이 수준을 높이는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정보가 많으면 올바른 예측을 할 수 있기에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은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더 바람직한 예측을 했다고 해서 "사람의 수준이 더 높다"하고 할 수 있을까?


그럴 수도 있습니다. 현 사회의 공동체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경쟁을 하는 관계로 남들보다 앞선 예측을 할 수 있는 정보와 지식을 많이 갖거나 학습한 사람이 앞서 가는 것은 당연합니다. 또한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공동의 선이라고 금을 그어놓고 있는데 그 선을 지키느냐 아니냐에 따라 수준의 높낮이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함께 살 아기기 위해 자기의 영역을 지키고 타인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지켜야 하는 에티켓 같은 것입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같은 의무의 수준도 등장합니다.

수준의 범위를 확장하면 끝없이 차이를 넓혀갈 수 있습니다만 한정해야 논의의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시 수준의 범위를 좁혀보겠습니다. 우리 사회의 수준이 소득 3만 달러 경계에서 머물러 있는 것도 사회학적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오늘 아침은 개인의 "지적 호기심 수준" 정도에 머물겠습니다. 


'지적 호기심의 수준'이라고 하면 분명한 목표가 보입니다. "지적 호기심의 수준"은 반드시 올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수준의 상한성이 보이지 않는 것이 또한 '지식에 대한 호기심'의 한계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추구해야 하고 찾아가야 하는 것이 '지식에 대한 호기심'의 아이러니일 겁니다. '지적 호기심'은 관심입니다. 하고자 하는 욕구입니다. 인간의 본질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지적 호기심'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발로로 인하여 이처럼 매일 차 한잔을 옆에 놓고 하얀 화면에 검은색 글자들을 새겨 넣는지도 모릅니다. 팔만대장경 경판을 만들던 장인들의 노력을 떠올려봅니다. 한 자 새기고 절 한번 하고 한 자 새기고 절 한번 하고 간절히 원하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뜻을 경판을 통해 관통하려 했던 선인들의 간절함이 눈에 들어옵니다.


오늘 한 자 한 자 새기는 이 글자들에는 어떤 간절함이 담겨 있을까요? 다름이 아니라 한결같음이 행간에 있습니다. 하얀 건 종이이고 검은 건 글자이지만 그 행간과 너머엔 총천연색의 화사함이 봄기운처럼 배어 있습니다. 뒤집어 흔들면 노란색 흰색 분홍빛 봄이 마구 쏟아져 나올 것입니다.


삶은 그렇게 신뢰하고 공감하면 총천연색으로 다가옵니다. 힘들고 어렵다고 생각하면 더 무거워지지만, 할 수 있고 해낼 수 있다고 믿으면 그 무게는 그만큼 가벼워지는 게 세상 이치입니다.


일상을 대하는 자세와 수준을 어떻게 가져갈지는 너무나 자명합니다. 그래서 이 아침은 그 자명한 이치의 수준을 따라 반드시 광명정대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어깨를 짓누르는 무거움의 허상이 지배하는 아침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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