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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Jul 26. 2022

무엇을 먹나 한 달간 기록해보니

지난달 6월 27일부터 오늘까지 꼬박 한 달간 매일같이 입으로 집어넣는 모든 음식물을 표기하고 운동량도 함께 적어왔다. 한 달의 짧은 약속이지만 지켜내고 적어봤다. 그 결심과 결과물은 아래 글과 사진과 같다.


ㅇ 한 달간 입으로 들어오는 모든 것을 기록해 보기로 (6월 27일/ https://brunch.co.kr/@jollylee/493)

한 달간 무엇을 먹고 얼마나 움직였는가?


결과는 입으로 들어오는 음식물의 에너지보다 운동으로 소비하는 에너지가 적다는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그 결과는 체중이 70kg이긴 하지만 앞자리가 7인 날이 무려 14일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내 평생 체중의 앞자리가 7인 날짜를 모두 합해도 열흘이 안 넘었는데 지난 한 달간 무료 14일이나 초과하는 충격적인 상황표를 받아 든 셈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성적표가 아니라 상황표인 것에 위안을 삼는다. 한 달 동안 작정하고 다이어트하고 운동한 결과물이 아래와 같다면 아마 충격 정도가 아니고 경악했을 것이다.

먹는 것과 운동하는 것 중에, 먹는 게 문제가 있는 건 아닌듯하다. 하루 두 끼 먹는다. 출근을 하는 날에는 아침을 먹지 않은지가 벌써 10년 세월이다. 그전에는 아침식사를 먹고 다녔는데 집에서 6시 20분 전에는 나오는 출근 습관 때문에 아침식사는 한 두 숟가락 정도로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아침식사를 차려주는 것 자체가 오히려 부담스러워 10년 전부터는 아예 아침식사를 하지 않고 우유 한 잔 정도 마시고 나오는 것으로 대신했다. 아침 식사 안 했다고 오전에 허기지거나 일을 하는데 문제가 있어 본 적은 없다. 식탐이 크게 없는 이유인 듯도 했다.


한 달간 먹은 식단을 보면 전체적으로 주말을 제외하고는 오전에 갑상선 호르몬제를 먹느라 두유 200ml 한 잔과 블랙티 한잔, 커피 한잔 그리고 가끔 쿠키 한두 개 정도를 커피와 함께 먹는 정도가 전부다. 그렇다고 주말에도 삼시세끼 다 챙겨 먹는 것도 아니다. 주말에도 집에 있는 날이면 브런치 겸 9-10시에 식사를 하고 점심은 건너뛰고 저녁식사를 먹는다.


그렇지만 한 달간 먹은 식단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먹는 메뉴에 문제가 있는 듯하다. 밥을 먹을 때는 반공기 조금 더 먹는 수준으로 양은 적은데 육류가 메뉴에 상당 부분 들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섬유질 채소는 주로 김치와 같은 반찬으로 보충하는 수준이다. 샐러드와 같은 섬유질 채소를 따로 챙겨 먹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식단 메뉴에 고기류가 많은 이유는 점심 저녁 식사 약속 때문에 발생하는 어쩔 수 없는 일임도 드러난다. 메뉴 자체를 내가 선택하기보다는 상대방의 취향에 맞추다 보니 맛집을 선택하거나 고기류 위주로 메뉴를 고를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해 12월 초에 갑상선암 수술로 오른쪽 갑상선을 적출한 것을 핑계 삼아 술 마시는 것을 거의 자제했다는 것이다. 특히 저녁 약속 때에는 어김없이 술을 식사와 같이 마셔야 했는데 수술을 핑계로 목에 수술 자국을 보여주며 양해를 구하면 대부분 아예 술잔을 빼앗아 간다. 건강 관리나 잘하라고 하면서 말이다. 한 달 동안 마신 술의 양이 소맥 2잔에 맥주 1,000cc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수술했다"는 사실은 술을 마시지 않는 강력한 무기로 등장했고 유효 적절히 써먹을 수 있는 카드로 작동하고 있었다.

반면 한 달간 운동량을 보면 처참할 정도다. 물론 상황표에 표기된 운동량은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헬스 기능에 저장된 것이라 모든 운동을 표시하고 있지는 않다. 휴대폰을 책상에 두고 왔다 갔다 할 때나 저녁에 골프연습장에서 1시간씩 운동하는 것은 누적되지 않았다. 또한 기초 대사량이 얼마나 되는지도 알 수 없어 에너지 소비량이 어느 정도인지도 감안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일반적 운동량을 무시한다고 할 때 하루 1만 보 이상 걷는 날이 3일밖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다소 충격적이다. 이 1만보를 넘는 날조차 주말에 조깅을 하여 겨우 얻어진 것이다.


한 달간 식단과 운동량을 적어보고 알게 된 것은 운동 부족이다. 건강의 진리는 먹은 만큼 에너지를 소비하는 운동을 하는 것임은 자명하다. 8월부터는 먹는 식단보다는 운동량을 기준으로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달력을 만들 예정이다. 체중의 앞자리에서 7자를 지우는 것을 1차 목표로 삼는다. 한 끼 굶으면 6자로 가겠지만 지속적인 6자를 유지하는 일이 중요하다. 운동밖에 없다. 주말에만 뛰던 조깅을 주중에도 두 번 정도 하던지 골프 연습장을 내려가는 것으로 운동량 추가를 하는 것은 물론 거실 구석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요가매트와 푸시업 도구를 다시 끄집어내어 팔 굽혀 펴기와 윗몸일으키기 근력운동을 다시 시작하기로 한다. 귀찮게 매일 먹고 움직인 것을 기록하는 불편을 감수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체중 첫째 숫자가 6자인 성적표를 매일 받을 수 있는 프로젝트에 돌입한다. 이 프로젝트는 기간이 정해진 것이 아니다. 이젠 죽는 날까지 쭉 계속되어야 하고 이루어내야 할 숙명 같은 일이다. 운동을 특별한 날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이 되도록 몸에 심어야 한다.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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