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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Mar 06. 2023

요즘 같은 환절기에 옷 입는 요령

오늘 아침 출근길 복장은 어떠신가요? 겨울옷을 벗기에는 아직 아침 바람이 좀 차죠? 서울의 아침 7시 기온이 영상 2도 정도하고 바람도 없어서 추운지는 모를 정도입니다. 덥고 춥고의 느낌은 하루전날 기온과의 비교에서 오는 것일 테지만 그래도 3월에 들어선 지 며칠이 지났고 오늘은 땅속의 벌레들이 놀라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인지라 바깥온도를 살펴보게 됩니다.


그래서 그런지 출근준비를 하면서 월요일이기도 하고 해서 어떤 옷을 입고 나서야 하지 고민을 잠시 합니다. 아직 옷장의 전면을 차지하고 있는 옷들은 겨울옷들입니다. 두꺼운 외투들도 묵직한 무게로 옷걸이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곧 세탁소로 보내질 운명일 테지만 아직은 한 두 주 정도는 더 버텨낼 듯합니다.


옷의 두께 정도조차 눈치 보며 입는다는 것이 좀 우습기는 하지만 환절기에는 멋보다는 체온유지가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옷은 "늦게 벗고 일찍 입어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날씨의 온도가 차가워짐이 기준입니다. 추위가 시작되면 빨리 두꺼운 옷을 입고 온도가 조금씩 오르더라도 최대한 늦게 옷을 벗으라는 조언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항온동물의 운명을 가장 잘 설명하고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생명은 온도에 의해 좌우됩니다. 너무 추워도 안되고 너무 더워도 안됩니다. 골디락스 존안에서만 생명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옷을 통해 온도의 골디락스 범위를 더 넓힘으로써 활동영역을 확장하는 묘수를 생각해 냈습니다. 옷이라는 보온재를 입을 생각을 못했다면 인간도 한겨울 동안 동면을 하며 추위에 적응을 했거나 온몸에 털을 북실북실하게 가꾸었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옷이 체온유지의 기능을 넘어 신분의 표상이 되고 부를 자랑하고 멋의 겉치레로 등장한 것은 상징이라는 의미를 알게 된 호모사피엔스의 운명 같은 심미안 때문입니다. 멋진 깃털로 암컷을 유혹하는 많은 동물의 본능이 옷의 화려함으로 되살아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출근길 전철 안 사람들의 옷차림을 찬찬히 살펴봤습니다. 아직 모두들 두꺼운 외투들을 장착하고 있습니다. 동이 트기도 전에 출근하느라 사람들의 마음은 아직도 영하의 빙판을 조심스럽게 내딛고 있는 듯합니다. 목도리를 한 여성분들도 보입니다. 그럼에도 지난주와 확연히 차이가 있음을 눈치챈 것은, 많은 사람들이 외투의 단추를 안 채우고 있다는 겁니다. 꽁꽁 싸매서 체온을 유지하고자 외투를 입은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외투를 안 입기에는 기온이 찬 듯하니 언제든지 더우면 벗을 수 있는 용도로 외투를 활용합니다. 환절기에 대한 지혜를 모두 잘 활용하고 있는 듯합니다.


사실 '한 겨울에 비키니 입고 한 여름에 모피코트 입고 다니는 사람'이 제일 부자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습니다. 바깥기온과 상관없이 냉온방이 잘 되는 집에서 산다는 은유적 표현입니다. 그런데 들여다보면 그런 일정한 환경에서 사는 사람이 감기에 잘 걸리고 잔병치레를 달고 살고 있음도 보게 됩니다. 적당한 온도의 오르내림 속에 있어야 신체의 적응도 재빨리 하는데, 항상 일정하면 조그만 온도 변화에도 적응을 못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바로 온도 변화의 편차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가 문제인데 옷의 두께를 가지고 어느 정도 조절을 할 수 있습니다. 한여름에 덥다고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놓고 자다가 감기에 걸리는 사례들이 은근히 많습니다. "오류월에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라고 하던 속담은 에어컨의 등장으로 사어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환절기에 부고가 유난히 많은 이유도 바로 온도 편차에 적응하지 못해 면역력이 약한 분들에게 사자가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일교차가 큰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오는 시즌하고 늦가을에서 겨울로 들어서는 시기입니다.


아침온도가 영상을 유지하는 나날이 지속된다고 방심해서는 안됩니다. 아직은 세탁소로 보낼 외투를 며칠 더 걸치시는 게 현명합니다. 멋쟁이들은 트렌치 코트와 같은 간절기 옷들을 꺼내 입는 센스를 발휘할 테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아직도 쌀쌀하니 대비를 잘하는 게 중요합니다. 기온으로만 친다면 봄과 가을이 사라진듯하여 간절기 옷들을 준비하는 것이 사치처럼 느껴지는 것이 최근 추세이긴 합니다.


남녘의 꽃소식이 전해진지는 벌써 한두 주가 지났습니다. 아파트 한 편의 양지바른 모퉁이에도 초록의 잡초들이 움트고 있음도 볼 수 있습니다. 오늘이 경칩이듯이 시간의 온도는 이렇게 시나브로 다가와 옷깃 밑으로 들어옵니다. 아직 차갑다고 느끼시나요? 마음이 차가운 것이 아니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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