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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Apr 28. 2023

최악의 운동과 식사를 하고 있었다

지난 화요일 회사 의료센터에서 매년 하는 건강검진을 했습니다. 건강검진할 때 담당의사가 혈액검사 수치가 적힌 예전 데이터를 쭉 보더니 "저밀도콜레스테롤(LDL) 수치가 계속 높아지고 있는데 고지혈 관련 약을 복용해야 할 경계를 넘어서고 있다. 전문의와 상의하는 게 좋겠다"는 조언을 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건강검진 데이터 결과통보서와 함께 담당 선생님으로부터 메일이 왔습니다. "올해 혈액검사 데이터 수치 중 지질검사 항목이 모두 정상범위를 넘어서고 있으니 내과를 방문해 재검 및 콜레스테롤 약 복용에 대해 상담을 하고 결과를 알려달라"라고 합니다.


화요일에 건강검진을 하러 갈 때는 내심 모든 신체기능이 정상범위 내에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지난 12월부터 5개월 가까이 피트니스센터에서 근력 및 유산소 운동을 1시간 이상씩 해왔습니다. 그것도 일주일에 세 번 이상은 갔으니 제법 운동량으로 따지면 많다고 자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받아 든 검사 데이터중 간이나 신장 및 다른 건강 데이터들은 정상범위 내에 있었지만, 혈압 및 지질검사 관련 부분은 완전히 예상치를 벗어나 있었습니다.


혈압이 높을 것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매년 건강검진 때 혈압을 재면 항상 서너 번을 재야 했습니다. 처음 재면 수축 시 혈압이 거의 140-150, 어느 때는 160을 넘길 때도 있었습니다. 잠시 심호흡을 하고 다시 재면 조금씩 줄어들어 겨우 130대로 내려올 정도였습니다. 올해 건강검진 때도 어김없이 네 번이나 혈압측정을 하여 겨우 139/85를 찍었습니다.

운동을 많이 하는 것과 혈압, 콜레스테롤 지질상태와의 상관관계는 왜 연관성을 가지지 못하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그 의문이 어제, 내과를 찾아 전문의를 만나서 풀렸습니다.


최근 5년 치 건강검진 데이터를 들고 회사 근처 내과를 찾았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자료를 보시면서 몇 가지 질문을 던지십니다. 

"하루 식사는 어떻게 하시나요?" 

"아침식사는 안 하고 하루 두 끼만 먹습니다.(나름 적게 먹고 있음을 주장하려는 의도 ㅠㅠ)"

그러자 의사 선생님께서 "최악의 식사패턴을 가지고 계시는군요"라고 치고 들어오신다. 잉???


의사 선생님 왈 "아침 식사 안 하니 하루 섭취하는 칼로리가 적을 듯 생각하시겠지만 착각하고 계시는 겁니다. 아침식사 안 하시니 점심은 조금 빨리 드시죠? 본인은 적게 먹는다고 하겠지만 가만히 들여다보세요. 배가 고프니 아마 허겁지겁 먹을 겁니다. 저녁때도 전체적 에너지가 부족하니 많이 먹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어떠신가요?"


폐부를 찌르는 맹공을 하십니다. 제가 딱 그러했거든요.


의사 선생님께서 운동패턴에 대해 또 물으십니다. 

나는 자신 있게 "일주일에 3번 이상은 퇴근 후에 피트니스센터에서 1시간 이상 근력운동과 유산소운동을 합니다. 조깅도 5km, 10km 뛰기도 하고요"라고 확신에 찬 대답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의사 선생님 왈 "역시 최악의 운동을 하고 계시는군요"라는 답변을 내놓으십니다. "지금 하고 있는 운동은 신체 건강과 체중조절, 관절 유지를 위한 것으로는 훌륭하나 선생님처럼 혈액 관련된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안 좋은 습관입니다. 아마 운동하고 집에 가서 식사하고는 그냥 거실에서 TV보다 그대로 잠을 자시죠? 이런 패턴으로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절대 낮출 수 없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운동 좀 한다는 중년 남자들의 패턴을 보면 선생님과 비슷합니다."라고 하십니다.


가슴이 뜨끔했습니다. 역시나 "아마추어들의 헛 똑똑이 짓을 내가 하고 있었구나" 반성하게 됩니다. 물론 의사 선생님은 수많은 상담자들을 만나면서 화술을 통한 충격요법을 터득하고 계신 것이 분명하다는 것도 눈치챌 수 있지만 그래도 저한테는 먹혔습니다. 대화 마케팅이란 이런 것이구나라고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한 달 동안 식사 및 운동 패턴을 바꿔보고 다시 와서 혈액검사를 해보자고 하십니다. "앞으로 한 달 동안 아침식사는 꼭 하여 하루 세끼 식사 패턴을 규칙적으로 유지한다. 두 번째, 피트니스센터 운동은 저녁식사 시간 이후로 변경을 하거나 아니면 저녁식사 이후에 한 시간 정도 가볍게 산책 정도를 한다. 운동강도가 중요한 게 아니고 식사 후 에너지를 20% 정도만 소모하는 것을 목표로 무조건 움직인다. 그리고 저녁식사 이후에는 물 이외에는 과일이나 다른 음료 등 어떠한 당분섭취도 안 하고 잠자리에 든다를 실천하라"라고 하십니다.


내 몸이 지금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중에 부족한 것이 무엇이고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집어내야 합니다.  그저 죽어라 뛰고 적게 먹으면 건강에 좋은 줄 알지만 그렇게 하고 저녁 내내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어 졸다 보면 칼로리는 다시 혈관에 그대로 쌓이게 되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됩니다. 제대로 접근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헛다리만 집고 허벅지 굵어지고 가빠 커졌다고 자만하는 사이,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어둠처럼 잠식해 들어와 있습니다. 신체 기능 향상을 위한 운동과 혈관 순환계에 도움이 되는 운동을 구분할 줄 아는 새로운 눈을 떴습니다. 더 늦지 않게, 아니 스타틴과 같은 고지혈 약을 복용하지 않고도 혈압 및 콜레스테롤 수치를 정상범위에서 유지할 수 있도록 해봐야겠습니다. 한 달 도전에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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