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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May 30. 2023

다이어트나 운동도 절실해야 하게 된다

'부처님 오신 날' 3일 연휴는 잘 보내셨나요? 무심하게도 3일 내내 비가 내려 아쉽게 집에서 소일하신 분들이 많았겠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집에서 빈둥빈둥 보낼 수 있다는 것도 휴식이자 여유가 되었을 듯합니다. 다행히 어제는 비가 점점 개서 점심때부터는 조각구름 오가는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어제는 대체공휴일이었지만 평소 출근시간에 눈이 떠져서 아침 조깅을 하러 나섰습니다. 이틀 연속 비가 계속 내리고 있었는지라 베란다 창을 열고 비가 오는지 확인을 합니다. 이슬비처럼 내리기는 하는데 구름의 두께를 보건대 더 강해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과감히 옷을 갈아입고 신발을 신고 나갑니다. 어차피 뛰어서 젖나 비 맞아서 젖나 그게 그거이긴 합니다만 조깅하는 중간에 비를 맞으며 뛰는 맛이 상당합니다. 은근 비가 더 내리기를 기대하며 집을 나섭니다. 


그렇다고 뛰기도 전부터 비가 내리면 나가지 못합니다. 참 희한하죠.


조깅을 나서기 전에 챙기는 건, 휴대폰, 무선 이어폰, 스마트 워치 그리고 휴대폰을 넣을 방수용 벨트쎅입니다. 조깅할 한 시간여 동안 들을 유튜브 동영상도 미리 선정해 놓습니다. 저는 주로 '박문호의 자연과학세상' 강의 동영상이나 '유시민의 알릴레오 북스' '최재천의 아마존'을 선택합니다. 동영상 길이가 길어서 좋고 이어 보기를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무엇보다도 저의 관심사와 맞는 내용들이라 더욱 좋습니다.


그렇게 새벽 조깅을 하고 늦은 브런치를 먹은 후 잠시 쉬다가 오후엔 근력운동을 위해 다시 피트니스센터로 갔습니다. 지난달말 의사와 약속한 식생활 및 운동 패턴을 바꿔보고자 하는 욕망 때문입니다. 지금 5월 한 달은 의사가 추천한 데로 식사와 운동 패턴을 바꿔보는 실험 기간이기도 합니다. 의사는 아침식사를 꼭 하라고 권유했지만 20년 넘게 안 먹어온 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게 쉽지 않아 아침식사는 일단 계속 거르기로 합니다. 그래도 아침식사 걸러서 점심식사와 저녁식사를 많이 먹는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계속 경계하는 쪽으로 신경 쓰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운동패턴도 의사 선생님께서 퇴근 후에 운동하고 바로 저녁식사를 한 후에 거실에 가만히 있지 말고 가볍게 걷기라도 나서라는 권유를 받아들여 식사 후에 피트니스센터에 가서 1시간 이상 운동을 하는 것으로 바꿔 실천 중입니다.


내일이면 한 달째 되어가는데 점심 저녁 식사 약속들이 줄줄이 있어 식사를 조절하는 게 쉽지 않은 도전임을 직감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의사 선생님의 권유를 지켜내고자 노력한 덕에 이번 5월 중 20일 정도는 운동 패턴을 바꿔 실행하고 있습니다.

사실 식습관과 운동 패턴을 바꾸는 데에는 절박함 때문입니다. 지난달 건강검진 때 혈압약과 고지혈 강하제를 먹어야 한다는 경고사인을 받아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들 약들은 한번 복용을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하는 족쇄입니다. 약을 안 먹고 콜레스테롤 수치와 혈압을 정상치로 유지하기 위해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의사가 권유한 식생활 및 운동패턴을 바꿔서 실천해 보고 혈액검사를 다시 해서 수치가 떨어지는지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 한 달밖에 안 되는 기간이지만 혈액검사 결과가 나아졌다면 운동 패턴 바꾼 것이 효과가 있었다는 결론일 테니 일단 운동시간 변화에 집중해 보고 있습니다. 저녁식사도 7시 정도하고 그 이후로는 간식이나 과일조차 안 먹고 물만 마시는 것으로 하고 있습니다. 물론 식사약속 때문에 한 달의 태반은 잘 안 지켜집니다만 그래도 눈치껏 최소한으로 먹고 마시는 것으로 맞춰왔습니다. 내일이 지나고 6월 첫날 혈액검사를 해보면 결과를 알게 되겠지요.


식습관과 운동 패턴을 나름 바꾸었는데도 혈액수치들이 정상치로 다가가지 않았다면 유전적인 요인이거니 생각하고 약을 복용해야 할 테지요. 하지만 약을 먹어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트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루에 작은 알약 하나 꿀꺽 삼키면 되는데 뭐 하러 몸을 혹사하며 운동하고 맛있는 음식을 앞에 놓고 안 먹는 거야 미련하게~~"라고 유혹하는 반쪽 악마와 매일 싸우고 있습니다. 지난달 찾았던 내과 담당의사도 "지금 선생님 콜레스테롤 수치를 보건대 약을 처방해 드려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지만 한 달간 식사습관과 운동 패턴을 바꿔보고 나서 혈액검사를 해보고 그때 가서 약을 처방할 것인지 판단해도 늦지 않는다"라고 말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음을 눈치챌 수 있었습니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한 달 동안 식습관을 바꾸고 운동을 해보고 다시 체크하자고 하면 열명이면 열명 대부분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지는 경우가 없다는 겁니다. 의사인 자기가 약처방을 마구 발행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인지시키는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바꾸라고 해도 바꾸기 힘든 것이 식습관과 운동습관이라는 걸 의사 선생께서는 꿰고 있었던 것입니다. 약처방을 한 달간 미뤘을 뿐 어차피 자기는 약처방전을 쓰게 될 수밖에 없음을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나는 의사 선생님의 이 관념을 깨는 사람 중에 한 명이 되고 싶었습니다. 어떻게든 콜레스테롤 수치를 줄여 약을 먹지 않고도 버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미 1년 반전 오른쪽 갑상선 적출 수술 후 호르몬제를 끊고 있는 상태를 경험하고 있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나이가 들면 약에 의존하는 것도 긴요한 방법일 수 있음은 너무도 자명합니다. 더 심각한 상태가 오지 않도록 컨트롤할 수 있도록 약이 보조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마다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내가 스스로 몸을 관리해서 약을 먹지 않아도 되면 그것이 최선이자 최고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절실하면 간절해지고 간절해지면 하게 됩니다. 다이어트와 건강은 그런 것입니다. 막다른 골목에 몰려봐야 퇴로가 하나밖에 없음을 직감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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