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hengrin Sep 19. 2023

운동하기 싫지만 할 수 없이 합니다

어제저녁에는 식사약속도 없는 터라 퇴근하여 아파트 지하상가에 있는 골프연습장에 내려가 1시간 운동을 하고 올라왔습니다. 막내 녀석도 학교 갔다가 일찍 왔기에 오랜만에 가족이 모여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한 시간여 쉬다가 동네 피트니스센터로 갔습니다. 식사 후 운동하는 패턴으로 바꾼 것이 지난 5월부터이니 5개월째 접어들었습니다. 보통 8시에 피트니스센터로 가면 근력운동 40분, 트레드밀 40분 정도를 뛰고 샤워를 하고 옵니다. 집에서 왔다 갔다 하는 시간 10분씩 20 분하고 샤워시간 20분 합쳐서 총 2시간 정도 쓰고 있습니다. 집에 오면 10시 정도 됩니다.


이 루틴은 주말을 포함하여 일주일에 3-4번 정도 합니다. 주말에 골프약속 없으면 바깥 조깅코스를 뛰는 것까지 하면 꽤 많은 시간을 운동관리에 쓰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쉽지 않은 일임을 압니다. 나가기 귀찮습니다. 저녁식사 후에 소파에 앉아있으면 노곤하니 옆으로 슬슬 쓰러집니다. 그렇게 꿀잠 같은 졸음이 더 좋은 게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유혹을 뿌리치고 운동화와 어메니티 백이 든 백팩을 메고 집을 나서는 이유는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갔다 온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힘들고 어렵다는 소리입니다. 제가 이 쉽지 않은 루틴을 거의 매일 하는 이유는 아시는 바와 같이 갑상선암 판정을 받고 한쪽 갑상선을 적출한 이후부터입니다. 


남들은 "갑상선암은 암도 아니다"라고 하지요. 올해부터는 보험회사에서 아예 갑상선암은 암의 분류에서도 제외해버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갑상선암 판정을 받은 본인에게는 엄청난 심리적 정신적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아무리 아무것도 아니라고 되뇌어봐도 소용없습니다. '암'이라는 용어가 갖는 죽음과의 연결고리에서 벗어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당해본 놈만이 알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불안과 어둠의 감정이 있습니다.


갑상선암 판정을 받기 전에도 나름 운동이라면 꼭 루틴까지는 아니더라도 시간 나면 조깅을 하던지, 거실에 요가매트를 깔아놓고 스트레칭이라도 했습니다. 아! 골프연습장에도 빠지지 않고 내려갔습니다. 덕분에 올해 6월, +1 원오버 스코어를 치는 라베도 하고 평균 핸디 80대 중반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것이 갑상선 수술을 한 이후 변화하는 신체 기능들을 지켜보면서 건강을 유지하는 길은 운동과 먹는 것을 조절하는 수밖에 없음을 직감했기 때문입니다.


약을 먹어 건강수치를 유지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습니다. 죽어라고 걷고 죽어라고 뛰느니, 그냥 간단히 콜레스테롤 수치 낮추는 알약 하나 매일 먹으면 되는 줄 알고 있습니다. 요즘 약 성분들도 좋아져서 굳이 부작용 걱정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의 사전에는 약을 먹는다는 것은 아직까지는 '용서받지 못할 행위'입니다. 덜 먹고 많이 움직여서 건강수치를 유지할 수 있다면 그게 최선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덜 먹고 많이 움직이면 좋은지 모르나? 알면서도 안 되는 것이 바로 그거지. 덜 먹고 많이 움직이는 사람들은 팔자 좋은 사람들이지. 치열하고 처절하게 살아봐 그거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야. 몸 편하고 마음 편하니 운동한다고 다니고 있는 거야"라고 말합니다.


맞습니다. 일상생활에 찌들어 살고 직장일에 스트레스받아가면서 시간 내서 운동하는 것, 절대 쉽지 않습니다. 저녁마다 식사약속을 통해 인맥을 넓히고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데 운동할 시간을 낸다는 것은 언감생심이고 식사약속에서 술 안 마시고 눈앞에 놓인 삼겹살 안 먹기는 불가능합니다.

어찌해야 할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바꿔야 합니다. 운동도 여행과 같습니다. 시간 날 때 하는 것이 아니고 시간 내서 해야 합니다. 오늘 해야 할 일정에 반드시 끼워 넣어야 하는 일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쉽게 포기하게 됩니다. "오늘 점심 저녁 식사 약속으로 꽉 차 있으니 내일 운동하지 뭐"라는 소리는 이미 운동을 포기했다는 소리입니다. 점심 저녁 식사 약속이 있으면 식사 장소로 가는 동선 중에 걷는 방법을 강구해야 하며 식사 메뉴는 그나마 주도권을 쥐고 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소주 한 병 마실 것을 반 병 마실 수 있도록 조금의 요령도 필요합니다. "어떻게 그러고 사니? 그렇게 이것저것 간 보고 하면 앞에 앉은 사람이 다 눈치채. 같이 식사하고 싶지 않은데 앉아있다고 말이야. 그런 섭외나 식사는 안 하는 게 더 나아"라고 쥐 잡듯이 닦달을 한다면 별로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역시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의식적으로라도 덜 마시고 덜 먹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건강검진을 하고 결과표를 받아 들고서야 1년 동안 무슨 짓을 했는지 되돌아봐서는 안됩니다. 어차피 신체기능은 년수가 지날수록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은 자명합니다. 나이에 맞게 운동을 해서 부족한 것은 채우고 과한 것은 덜어내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건강검진 한 달 전에 빠짝 운동하여 숫자를 맞추는 오류도 지양해야 합니다. 사람의 몸은 항상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본능으로 움직입니다. 운동을 매일 해야 하며 시간을 내서라도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어제 피트니스센터에서 개인 PT를 받으면서 힘들어서 울면서 운동을 하던 30대 정도밖에 안 되어 보이는 젊은 여성 분이 떠오릅니다. 무엇이 그 여자를 그렇게 가혹하게 운동하게 만들었을까요? 트레이너가 독종이어서 그랬을까요? 눈물을 흘리며 운동하게 한 동력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렇다고 체형이 뚱뚱한 것도 아니고 모델처럼 날씬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보기에는 조금 글래머러스 한 체형으로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레그리프트 기구에 누워 다리근력 운동을 하면서 일어서는데 힘들어서 울고 있습니다. 옆에서 벤치프레스를 하면서 그 모습을 지켜보게 됩니다. 안쓰러울 정도입니다. 그 여자분은 내일부터는 피트니스센터에 다시 안 나올까요? 아니면 그 정도 독하게 운동하는 걸 봐서는 내일 또 나올 것이 틀림없습니다.


뭐가 되었든 간절해야 합니다. 간절함의 동기가 무엇이 되었든 반드시 이루어내야 하고 해내고 말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일입니다. 눈물로 가릴 수 없는 간절한 그 무엇을 이루어내야 합니다. 꼭 매일의 루틴으로까지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꾸준한 습관으로는 만들어놔야 합니다. 운동이란 녀석은 비탈길에 세우 둔 자동차와 같아서 가만 놔두면 뒤로 밀려갈 수밖에 없습니다. 계속 밀어야 합니다. 그래야 겨우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건강하게 산다는 것은 그만큼 에너지가 들고 힘든 일입니다. 그럼에도 해내야 합니다. 잠시 한눈팔면 뒤로 밀리고 밀려 헤어 나오지 못하는 늪에 빠지고 맙니다. 나중에 치료제로, 보조제로 회복하려고 할 때는 이미 부품도 삭고, 갈아 끼워야 하는 상태가 됩니다. 닦고 조이고 기름 쳐서 오래 쓰는 것이 장땡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해외여행 가서도 조깅하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