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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Sep 21. 2023

삶은 헤일메리 같은 불꽃놀이다

막다른 길에 몰리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삶을 살면서 수많은 막다른 길을 만날 수밖에 없다. 태어났다는 자체가 막다른 길이다. 어쩌겠는가? 자의의 선택으로 태어난 생명은 존재하지 않는다. 돌아갈 수 없다. 생존은 방향성을 갖는다. 어찌 되었든 앞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것도 시간의 지배를 받으면서 말이다. 그것을 '산다'라고 한다. 삶의 의미의 출발은 바로 생명으로 태어나면서 부여된 필연으로 시작된다. 지금 살고 있다는 것은 그 막다른 길들을 잘 헤쳐 나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살아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앞이 막힌 막다른 길에 들어섰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내리는 결정은 두 가지밖에 없다. 극복하고 뚫고 나가던지, 막힌 벽 앞에 좌절하고 주저앉던지. 아니 막혔다는 것을 빨리 인지하고 되돌아 나오는 것도 방법일 수 있지만 이 방법은 극복의 다른 우회 전술이다. 둘 중에 어느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고 판단인지는 안 물어봐도 다 안다.


궁서설묘(窮鼠齧猫 ;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라고 했다. 절박하고 절실한 상황, 잃을 것이 없는 상황을 극복하고 벗어나는 길에 대한 선택의 표현이다.


미식축구(American football) 공격 전술 중에 헤일 메리(hail mary)라는 것이 있다. 경기 막판에 지고 있는 팀이 역전을 노리고 하는 마지막 최후의 패스를 일컫는다. 농구경기에서 경기 종료시간을 알리는 버저 소리가 울리기 직전 던진 슛을 말하는 버저 비터(buzzer beater)와 같다.


헤일 메리나 버저비터는 최후의 수단으로 던진 공이 골대를 통과했을 때 반전된 상황의 극적인 순간으로 표현된다. 수많은 헤일 메리나 버져 비터가 시도되지만 성공하는 확률은 극히 드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수의 진처럼 이 전술을 의도적으로 행하는 이유는 어차피 시도하지 않으면 경기에서 질 수밖에 없는 막다른 길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 방법이라도 써서 정말 운 좋게 골이 들어가는 최선의 상황을 만들고자 하는 요행의 한 수 인 것이다.

다시 한번 질문을 던져보자. 


잃을 것이 없는 상황, 막다른 길에 몰렸을 때의 상황 앞에 서 있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상황에 대들어 볼 것인가? 자포자기하고 말 것인가?  대든다면 그 힘은 어디서부터 끌어올 것인가? 포기는 물을 것도 없다. 기회를 놓는 것이고 작은 희망조차 버리는 행위다.


막다른 길에 몰렸다고 자학하는 행위가 과대망상과 결합되면 아무 상관도 없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테러를 저지르는 끔찍한 상황과 마주하는 경우를 최근에 자주 보고 있다. 이들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자포자기에 휩싸이고 이 상황이 자기가 만든 것이 아니고 사회가 그렇게 자기를 궁지로 몰았다고 덧씌운다. 그래서 이들의 특징은 범죄를 저지르고도 사건 현상에서 도망치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막다른 길에 들어선 사람들이 어떻게 그 상황을 인식할 것인지가 그만큼 중요하다. 잃을 것이 없다고 자포자기할 때는 잃을 것을 만들어야 한다. 잃으면 손해 볼 수 있다는 연민을 일깨워줘야 한다. 자포자기하는 대부분의 경우는 삶에 재미를 못 느끼는 데 있다. 가장 기본적인 생명 보존을 위한 행위에서조차 기쁨을 느끼고 행복을 느끼고 재미를 느끼게 해야 한다. 잠시 숨 쉬는 것을 1분 정도 멈추고 있다 보면 숨 쉬는 것조차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한다. 처절하게 비관적인 상념에 빠져있는 것조차 숨 쉬는 바탕 위에 존재하는 것임을 깨닫는 순간, 상념이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를 알게 된다.


막다른 길은 그저 눈앞에 있는 벽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앞은 막혔을지언정 양쪽 옆과 아래와 위와 뒤쪽은 열려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막다른 길은 그저 수많은 발생 확률 중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을 아는 순간 별거 아닌 일이 되어 버린다. 그렇게 되면 막다른 길을 벗어나는 길은 너무도 간단해진다. 옆길로 옮겨 걸으면 된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내 안에 있다. 내가 길을 바꿔 걸으면 된다. 길은 하나가 아니고 360도 전방위로 나아갈 수 있고 그 길은 내가 만들어 나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나는 다만 용기를 내면 되고 다시 걸으면 된다. 꺾이지 않는 마음, 주저앉지 않고 일어설 힘을 비축하는 일 그리고 과감히 다시 도전하는 일이다. 긍정의 힘은 인생을 바꾸고 세상을 바꾼다. 불확실성의 시대를 이겨내고 앞서가는 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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