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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Jan 17. 2024

당연해서 묻지 않았던 일상을 물어라

가끔은 아주 가끔은 말입니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라고 되묻습니다. 무엇을 하고 있던지 말입니다. 피트니스센터에서 늦은 저녁 트레드밀을 뛰면서도 "이 늦은 시간에 왜 이 짓을 하고 있는 거지?"라고 묻는 경우가 있습니다. 뛰다 걷다 30분이 지나고 뛰는 속도를 시속 10km로 맞춰놓고 발만 들었다 놨다 하면서, 움직이는 발판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을, 어두워 거울처럼 비치는 창문을 통해 모습을 봅니다. "얼마나 오래 살겠다고, 얼마나 건강해지겠다고 이렇게 땀나도록 뛰고 있지?"라고 묻습니다.


아침 출근할 때마다 두유 한 팩을 마시고 종합영양제 두 알을 삼키면서도 "이 비타민제를 지금 왜 먹고 있는 거지?"라는 의문이 듭니다. 먹는다고 어떤 효능을 느껴본 적도 없는 것 같습니다. 남들이 좋다고 하니까, 주치의 선생님이 처방해 준 1년 치 영양제이니 그저 의무감에서 먹고 있는 느낌에 대한 반발심일 수 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안 먹자니 그렇고 1년 치 50만 원 가까이 되는 분량이니 돈이 아까워서라도 먹어야 하나? 이런 의심입니다. 이 덕분에 아직 장기복용하는 약이 하나도 없다는 핑계를 가져다 붙여 합리화를 해봅니다.


"너무 예민한 거 아니야?" "그냥 살아!" "의사 선생님이 운동하라면 하고, 약 먹으라고 하면 먹고! 뭘 그리 고민하고 그래" "신경 쓰는 게 더 안 좋아. 그게 스트레스야!" "먹고 싶으면 먹고 자고 싶으면 자고, 그게 최고지. 인생 뭐 있어"


과연 그럴까요?


묻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묻지 않으면 아무 행동도 하지 않습니다.


가끔 일상의 루틴에 묻혀 있는 것들조차 꺼내서 햇빛 아래 널어놔 봐야 합니다. 그 루틴이 맞는지 점검을 해봐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야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제대로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저 남들이 한다고 따라 했다가는 가랑이 찢어지고, 뭐가 뭔지도 모르고 휩쓸려가다가 몸 버리고 돈 버리고 사람도 버리게 됩니다.

물었다면 결론을 끄집어내야 합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일상의 루틴에 대한 질문에 정답을 찾기는 힘들지만 해답은 찾아낼 수 있습니다.  묻는 질문은 해답을 찾는 일이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고 해소시켜 줍니다. 해결은 문제에 정답을 제시하는 것이지만 해소는 문제 자체를 아예 없애는 것입니다. 질문을 잘 던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운동에 대한 질문을 다시 던져 봅니다. "왜 거의 매일 피트니스센터에 가서 근력운동을 하고 유산소운동을 하는 거야?"라고 말입니다. 매일 운동하는 것은 오히려 신체 상태를 피로하게 만들어 효과 측면에서는 3일에 한번 운동하는 것에 비해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습니다. 습관적 루틴이 가져오는 오류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살아있는 생물이기에 그렇습니다. 환경에 적응해서 살아가는 유기체이기에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물어야 합니다. 물으면 왜 운동을 하는지에 대한 개념과 목표를 조정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물으며 뛰다 보면 왜 뛰는지 불현듯 알게 됩니다. 건강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오래 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지금 현재 이 순간 뛰는 것 자체를 들여다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숨 가쁜 호흡 하나하나, 다리 근육에 걸리는 부하의 한계, 이를 유지하려고 발버둥 치는 심장의 쿵쾅거림까지도 생생히 듣게 됩니다. 그리고 그제야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반복되는 루틴에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분명히 있습니다. 지금 왜 이 짓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말입니다. 밥을 먹고 옷을 입고 출근하고 주여진 업무의 스케줄을 체크하는 일까지. 모든 일상에 대해 물음을 갖다 보면 허술했던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대충대충 살았던 생활을 반성하게 됩니다. 삶에 대한 질문은 삶의 방향을 잡는 방향타가 됩니다. 물어야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잘못은 수정하고 잘하고 잘 되는 것은 더욱 정진하게 됩니다. 당연하여 묻지 않았던 일상이 있는지 살펴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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