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에는 서울에도 집중 폭우가 내렸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동네에만 내렸을 수 도 있겠지만 저녁 8시경에는 정말 비가 창이 되어 내리 꽂히는 기분이었습니다.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리면 피트니스센터에 운동하러 오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피트니스센터로 갔습니다. 우산을 쓰나 마나 할 정도로 많이 내렸지만 비를 뚫고 갔습니다. 그런데 웬걸 운동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습니다. 다들 생각들이 똑같은가 봅니다. 비가 많이 내려 약속들도 많이 취소되었을 테고, 비가 많이 내려 피트니스센터가 한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왔다는 공통점 말입니다.
운동복을 갈아입고 운동화 끈을 다시 맵니다. 근력운동을 하기 전에 스트레칭을 10여분 하며 근육의 유연성을 늘려봅니다. 그렇게 이 기구 저 기구 옮겨 다니며 근육 유지와 향상을 위해 1시간 정도 땀을 흘려봅니다. 그저께도 피트니스센터에 들려 하체근력운동을 했으니 어제는 상체근력운동 위주로 기구들을 선택합니다. 기구 한 대당 3-5세트 정도 반복을 합니다. 근력을 키우는 무게는 무리해서 늘리지 않기로 합니다. 조금은 부하가 걸리는 무게를 설정하고 횟수를 늘리는 방법을 택합니다.
가슴 가빠를 키우는 기구에 앉아 열심히 하고 있는데 바로 앞 힙 어브덕션(hip abduction) 기구에 앉아 운동하는 여성분이 눈에 들어옵니다. 레깅스 입은 몸매를 보려고 한 것은 아닙니다. 정말입니다. 힙 어브덕션 기구에 걸린 무게의 숫자 때문입니다. 70kg이 넘는 숫자에 무게추가 걸려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가볍게 20회 정도를 하고 잠깐 쉬고 또 하고 합니다. 힙과 허벅지 근육이 스케이트 선수터럼 굵지도 않은걸 보니 전문적인 트레이너 같지는 않습니다. 제가 피트니스센터에 다닌 지가 2년이 넘었지만 본 기억에 없는 여자분이셨습니다. 피트니스 센터에 가는 시간대가 서로 달라서 못 본 모양입니다.
제가 힙 어브덕션 기구에 앉으면 매번 일정하게 52kg 정도에 무게 걸쇠를 놓습니다. 여자분은 저보다 무려 20kg이 넘는 무게를 들어 올리는 하체운동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무게추에 눈길이 확 갔던 것입니다.
그래서 한참 후 그 여성분이 자리를 옮겨가고 그 기구에 제가 앉아 봅니다. 70kg의 부하를 내 다리근육이 감당할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엉덩이 근육과 허벅지 근육이 인체에서 가장 큰 근육입니다. 자기 몸무게 정도의 무게는 무난히 버틸 수 있을 정도는 될 테지만 갑자기 무거운 무게를 들다가는 근육에 무리가 올 수 있어 조심해야 합니다.
자세를 잡고 다리를 벌려 무게를 들어 올려 봅니다. 허벅지와 엉덩이에 부하가 확 걸려옴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일곱 번 정도를 하니 다리에 살짝 쥐가 나려고 해서 멈춥니다. 내가 감당할 무게가 아니었던 겁니다. 그 여성분이 존경스러워 보였습니다. 그 무게를 거뜬히 들 만큼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이고 노력을 했을지 예상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뭐 여자가 드는 무게보다 한참 적은 무게를 든다고 해서 쪽팔리거나 의기소침할 필요는 없다고 자위해 봅니다. 무게는 여우의 신포도(sour grapes)로 치부하고 적은 무게를 횟수를 늘리는 쪽으로 운동 효과를 만회하는 전략을 계속 유지하기로 합니다.
오늘 저녁부터는 피트니스 센터에 가면 혹시 그 여성분이 오셨을까 두리번거릴 듯합니다. 보고 싶어서가 아니고 그 여성분 옆 자리에서 운동하는 걸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나는 아무리 무게와 상관없이 운동한다고 하지만 옆에 보이는 여자분이 나보다 더 무거운 무게로 운동하는데 주눅 들 것이 틀림없기 때문입니다.
분명 나이에 맞는 운동이 있습니다. 나이에 맞게 들 수 있는 무게 있습니다. 물론 피트니스 운동을 꾸준히 하여 무게를 늘려갈 수 있습니다. 매번 똑같은 무게를 들면 근육이 보통의 루틴으로 인식해 버려 시간이 지나도 운동효과가 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도 압니다. 2.5kg 무게 하나 더 올려놓아도 근육이 바로 알아챔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늘려가는 것이 현명한 피트니스센터 운동법이지 않을까 합니다.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하는 많은 남성들이여! 전문적으로 운동하는 여성분들한테 기죽지 않기 위해 무리하게 무게를 올려 운동하다가는 관절 망가지고 근육 찢어집니다. 자기 체력에 맞게, 자기 근육이 감당할 수 있는 무게로 지속적으로 운동하면 됩니다. 특히나 나이 든 꼰대라고 생각되시면 반드시 전문 트레이너한테 PT를 받아야 합니다. 혼자 열심히 한다고 하다 보면 엉뚱하게 근육을 쓰지 않고 관절을 써서 무게를 드는 불상사가 벌어집니다. 피트니스센터에서 다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명심하시고 반드시 자기에게 맞는 적당한 운동량을 선택하고 조절해야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무리한 운동은 오히려 독이 됩니다. 여자를 이기려고 무리수를 두는 오판을 하지 않는 게 건강하게 오래 사는 길입니다. 잠깐의 쪽팔림이 평생의 건강을 책임짐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래도 자꾸 70kg이 눈앞에 어른거리는 이유는 뭘까요? 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