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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졸쪼 Mar 30. 2018

3월 17일의 운동 일기

어제는 전날 마신 술 때문에 아침 요가 대신 저녁 단체 PT에 참여했다. 훈남 트레이너는 처음 오셨으니 하실 수 있는 만큼만 따라하라고 나를 안심시킨 뒤 푸쉬업을 40개 시켰다. 하지만 나는 정신승리의 여왕. 그래,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되지. 트레이너가 구령을 붙이든 말든 나 혼자 슬로 모션으로 나름 최선을 다했다. 그래. 잘하고 있어. 이 정도면 되는 거지 뭐.



그런데 그 트레이너는 심각한 얼굴로 내 옆에 다가오더니 자기 구령 소리에 맞춰 나를 짓눌렀다가 들어올리기를 반복했다. 팔이 갈려 없어지는 줄 알았다. 이대로 땅속으로 꺼지면 팔은 안 아프겠구나 싶었다.



푸쉬업과 함께 크로스핏, 클라이밍마운틴 그리고 무슨 동작을 더 시켰는데 과정은 잘 기억이 안 난다. 그냥 뭔가를 파닥거리다가 꼴사납게 엎드려 있었던 것 같다. 이것저것 험한 꼴을 이겨내고 아이고 모르겠다 널브러지니 그 트레이너는 자 마지막입니다. 마지막 복근 운동 30개, 30개만 더 어쩌고 하더니 기어코 100개를 채웠다.



내가 애초에 PT 들어가기 전에 이 수업 힘드냐고 물어봤을 때 그는 분명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거라고 답했다. 훈훈한 그는 진실됨이 부족했다.



어제에 이어 오늘까지 세수를 잘 못 하겠다. 팔이 안 올라가서 손에 얼굴을 문대는 중. 내일도 약속이 있는데 아무래도 꼬질꼬질한 얼굴로 갈 것 같다. 팔 떼어서 복원기에 넣고 싶다. 지금 내 팔은 저 중국 토우 같은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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