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이유: 떠나온 자들의 결핍
떠나온 자들의 결핍
무엇이 나를 떠나오게 했을까?
영화 카모메 식당 포스터. 출처:https://www.economytalk.kr/news/articleView.html?idxno=213142번 아웃은 하던 일을 내려놓게는 하지만 새로운 세계로 떠나는 모험의 추동력이 될 수는 없다. 무엇이 나를 떠나오게 했을까? 무엇이 수많은 개인들을 떠나오게 했을까? 되짚어보면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결핍이다. 삶의 결핍이 그들을, 그리고 나를 떠나도록 만들었고 이때 결핍은 욕망의 다른 얼굴이다. 훗날 세계지도를 바꿀 줄도 모르고 미지의 세계로 탐험을 떠났던 이들부터 전쟁, 기아 등으로 인한 난민들의 이주 그리고 모국의 여권과는 다른 나라에서 살고 있는 모든 이주자들은 자신의 삶에서 결핍된 요소를 채우기 위해 이주를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이주자들은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꿈꾸며 미디어, 책 혹은 지인들을 통해 얻은 간접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지도에서 특정나라를 선택하여 자신만의 유토피아로 지정하고 떠난다. 결과적으로 더 나은 삶이라는 청사진이 반추하는 것은 결국 현실의 결핍된 요소들이다.
15세기 세계지도. 출처:https://fineartamerica.com/featured/15th-century-world-map-claudius-ptolemy.html역사적으로도 세계지도를 바꾼 개척자들은 그들의 국가가 가지고 있는 지정학적 결핍을 극복하기 위해 미지의 세계로 탐험을 나섰다. 15세기 포르투갈의 엔히크 왕자가 항해사 학교를 설립하고 수십 년 동안 대서양을 탐사를 감행한 이유도 포르투갈의 지리적 결핍에서 비롯된다. 조지 프리드먼은 『다가오는 유럽의 위기와 지정학』에서 포르투갈인들이 세계 최초로 서 아프리카 해안 너머의 세계를 발견하게 된 이유를 오스만과 그의 동맹 베네치아가 합심하여 비단길과 바닷길을 막고 담합하여 향신료 가격을 올리자, 포르투갈의 왕자 엔히크가 직접 인도 혹은 중국으로 진출하여 향신료를 구매하고자 한 것에서 찾는다(93). 요약하자면, 당시 막강한 부와 권력을 가졌던 다른 유럽 국가가 아니라 대서양의 최남단에 위치한 포르투갈에서 세상을 탐험할 수 있는 항해술을 갖출 수 있게 된 계기는 포르투갈의 지정학적 결핍에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남해상 경로 확보를 넘어 세계지도를 바꾸는 혁명의 시초가 되었다.
나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현실 속 결핍된 요소들이 나를 떠나도록 부추겼다. 저기 어딘가
지구 반대편에 분명 더 나은 삶이 있을 것이라고 달콤하게 속삭였다. 남편과 함께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못다 한 공부를 하고 좋아하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조용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이렇게 삶의 결핍은 유토피아를 갈망하게 했다. 그리고 이내 탐험을 시작할 준비 단계에 착수했다. 세계 지도를 펼쳐 우리만의 유토피아를 선정하기 시작했다.
조용히 살고 싶었으므로, 지인이 있는 미국, 캐나다 등지는 제외되었다. 미술사와 예술학을 각각 전공한 우리는 유럽의 역사와 예술가, 철학가들에 대한 오마주가 항상 있었으므로 유럽 대륙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저렴한 물가와 영어가 가능한 학교등을 찾다 보니 마침 동유럽 한 폭 판에 있는 헝가리가 눈에 들어왔다. 이후 우리는 헝가리를 몇 차례 다녀오면서 현지의 물가, 생활환경, 치안, 현지 취업 가능성 등을 꼼꼼히 확인했다. 동시에 헝가리와 관련된 책은 모두 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헝가리의 대표 소설가 마그다 서보의 소설에서 헝가리 출신의 유명 정치학자 조지 프리드먼이 쓴 유럽의 지정학에 이르기까지 헝가리에 관해서라면 닥치는 대로 읽으며 추후 우리가 이주하게 될 나라 ‘헝가리’에 대해 예습했다.
현지 학교에서 유학 후 재취업을 계획했기 때문에 가능한 비용절감을 위해 장학금 제도를 찾아보았다. 그리고 몇 단계의 시험을 거쳐 2021년 초 여름, 대학원 학비, 소정의 용돈, 건강보험, 그리고 거주비를 보조해 주는 헝가리 정부초청 장학생에 선발되었다. 이후, 이주 후 재취업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3년간으로 상정하고 비용을 산출했다. 남편의 퇴직금과 그동안 사업을 하여 모든 돈으로 생활할 수 있는 자금이 확인되자 우리는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떠났다.
work cited
-. 조지 프리드먼, 『다가오는 유럽의 위기와 지정학』, 홍지수 옮김, 김앤김북스, 2020, p. 9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