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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청개구리 Jul 17. 2020

1_지중해의 별장을 찾아서

도시 청년의 귀촌 이야기

밤 늦게 한국에서 전화가 왔다.


“아들아, 거기 지중해풍 별장이 유명하다던데 집 구경 좀 하러 가야겠다”


수화기 너머에서 그렇게 짤막한 내용을 전하고 며칠 뒤 부모님은 정말 프랑스 파리를 경유하여 니스 공항에 도착하였다. 비행기 타는 것을 싫어해 제주도 여행도 마다하시는 부모님이 무려 15시간을 날아 집 구경 하겠다고 지구 반대편으로 오신 것이다. 지중해풍 별장을 보겠다는 일념으로 진짜 지중해에 오신 것이다.

바다위에 있는 니스 국제 공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항 중 하나로 손꼽힌다


내가 머물고 있는 곳은 지중해가 바라보이는 프렌치 리비에라(French Riviera) 지역으로 당시 나는 프랑스 남부 니스(Nice)에 위치한 글로벌 IT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프렌치 리비에라는 지중해에 맞다은 프랑스 남동부 지역을 지칭하는 단어로 유럽인들이 사랑하는 휴양지들이 모두 모여 있다. 모나코(Monaco) 공국, 니스(Nice), 영화제로 유명한 깐느(Cannes) 모두 프렌치 리비에라에 속한다. 부모님이 오시던 2013년 여름 역시 프렌치 리비에라 지역은 유럽 전체에서 모여든 휴양객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이따금씩 한국의 배낭 여행객도 보였지만 특별한 랜드마크가 없어 관광객보다는 휴양객들이 많은 곳이다.


그런데 부모님은 단지 집구경을 하겠다고 프렌치 리비에라에 오신 것이다.


지중해 해안선을 따라 프랑스 남부와 이탈리아 북부 지역을 프렌치 리비에라(French Riviera) 이다


니스 국제 공항에 도착하신 부모님은 본격적으로 구경을 하실 심산이었다. 오시자 마자 골목길에서 커다란 개똥을 밟은 것도 있지만(프랑스의 골목길은 정말 개똥이 많다.) 많이 걸어다녀야겠다며 쿠셔닝이 좋은 운동화를 새로 구입하셨다. 그리고 다음날 시골 어른들이 논밭매러 나갈때나 입을 법한 몸빼바지 형태의 마바지를 주섬주섬 입고 새 운동화의 끈을 질끈 묶고 나서 집을 나섰다. 우리는 부모님의 머리속에 그려진 지중해풍의 별장을 돌아다녔다. 지중해에는 유명인의 별장이 정말 많다. 헐리우드 배우들의 별장도 있고, 유럽의 인기 스포츠 선수, 특히 축구 선수들의 별장이 정말 많다.


지중해가 바라보이는  돌산 위에 위치한 작은 마을 Eze Village 에는 전 세계 유명인들의 별장이 모여있다


나는 부모님을 모시고 프렌치 리비에라 지역 곳곳을 돌아다녔다. 프렌치 리비에라는 산악 지형이다. 내륙에 산이 거의 없는 프랑스에서는 드물게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지형이어서 집을 계약할 때 지진관련 보험을 요구하기도 한다. 지중해가 내려다 보이는 산등성이 지역은 예외 없이 수많은 별장들이 빽빽하게 줄지어 있었다. 어떻게 여기에 집을 지었을까 싶은 급경사의 지역도 바다가 보이면 예외 없이 고급 별장과 빌라가 있었다.


그 중에는 당시 세계 랭킹 1위 테니스 선수 노박 조코비치, 축구 선수 데이비드 베컴,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 등등 유명인들을 열거하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사실 우리 부모님은 박지성은 알아도 그들이 누구인지 잘 몰라서 내가 설명을 해드리면 그제서야 “오~~” 라고 하는 반응 정도였고 부모님의 관심사는 그들이 아니라 오직 지중해풍 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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