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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이꽃 Jul 16. 2021

알아내지 못한 레시피

할머니, 깻잎장아찌 어떻게 담어야 해?”


“액젓 사다가 양념혀서

따둑거려서 사나흘 지나면 물 쪽 따라내고

 서너 번 양념 허믄 된다”


아니 그니까 양념을 어떻게 허냐고?”


“하이고 답답허네

마늘 들어가고 다마내기 넣고

액젓만 넣어야혀


양념에 깻잎을 찰박찰박 적셔서

통에다 옮겨놔야지

사흘이나 이틀이나 있다가 열어봤다가

깻잎이 숨이 죽었으믄

짤짤 달여서 식혀서 다시 붓어놔야혀

알아듣겄냐?

그렇게 시번 끓여서 식혀서 붓고 맛보믄 돼야

시방은 비싸서 깻잎  담는 다잉”


sns에 할머니와의 대화를 기록해 놨던 이 짧은 대화의 기억은 2016년 여름의 일입니다.


할머니랑 바지락죽 먹으러 부안엘 갔었는데 반찬으로 깻잎장아찌가 나온 겁니다

전라도에서 많이 담아먹는 짜디짠 깻잎장아찌가 만들어보고 싶어서 할머니한테 만드는 법을 여쭤봤더니  저렇게 알려주셨었더랬죠.


할머니한테 된장. 고추장 담는 법도 배워야 하고 깻잎을 액젓 양념에 담그는 장아찌도 알아내야 하고 가을걷이가 끝난 고춧잎 뜯어서 담는  고춧잎 장아찌도 전수받아야 하는데 암호 해독하듯이 알려주셔서 답답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할머니는 제가 못 알아들어서 답답하시고 저는 할머니의 암호 같은 레시피가 가늠이 안돼서 답답해하며 바지락죽 한 그릇을 비워냈었습니다.


결국엔 알아내지 못하고 헤어졌네요.


된장 담는 것도 고추장 담은 일도 가을걷이가 끝난 들판에서 버려지는 고춧잎을 주워 담아 액젓 넣고 장아찌를 담는 것도 모른 채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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