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나박 물김치를 담았습니다. 베란다에서 일주일째 방치되어 있는 시어머니가 준 배추 한 포기를 없애는데도 딱이거니와 지금 파김치가 먹고 싶긴 하지만 너무 오른 쪽파 가격에 파김치를 담을 엄두가 나질 않기도 했거든요.
나박 물김치의 생명은 국물인데 저는 여기에 사과 한 알, 배 한개, 무 200g, 양파 한 개, 마늘 6알, 생강 한 알을 휴롬에 내려서 맹물과 섞어 국물을 만듭니다. 국물 간은 천일염으로 맞춰요. 물김치는 간이 잘 맞아야 하는데 간을 맞추는 게 천연의 과일과 천일염이니 이게 까닥 잘못하다간 맹물 비슷하게 되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김치를 만드는 초보자분들께는 잘 권하지 않습니다.
나박 물김치가 기가 막히게 만들어져서 기분이 너무 좋아서 내친김에 갈비 소스도 두통 만들어 냉장실에 넣어두고 마른반찬 두어 개 만들어 저축해두고 하루를 마무리했었습니다. 물김치 맛있게 만들어놓고 뿌듯해서 잠이 안 오는 건지 이유를 모르겠는데 또 아주 오랜만에 불면의 밤이네요.
새벽 3시가 넘었는데도 잠 못 들고 집안을 서성입니다.
지난 일 년 저희 가족이 지글지글 끓으며 마음고생하였던 딸의 입시 문제가 말끔히 해결이 된 이후론 잠을 너무 잘 잤었는데 말이에요. 오늘 저녁은 또 이렇게 정신이 말짱해진 게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의 소요가 또 생겼지 싶기도 하네요.
찾아갈 고향이 없어진 게 이젠 햇수로 3년 차예요. 올해 설에는 마음이 더 담담해져서 이젠 친정 식구들을 생각하면 미움도 원망도 일어나질 않습니다. 그냥 못 산다는 얘기만 안 들렸으면 싶거든요. 그리고 더 이상 얽힐일도 만들고 싶지가 않습니다.
그립다거나 아니면 뭔가 마음에 파장이 일어서 힘들다거나 그렇진 않은데 딱히 마음의 표정이 읽히지가 않습니다. 그 말이 맞을 겁니다. 슬픈지 기쁜지 먹먹한지 아픈지 그런 것도 아니고 그냥 조용한 상태인데 그렇다고 그게 마냥 즐겁고 들뜬상태도 아닙니다.
너무 가난했던 살림이었지만 할머니는 설날 전이되면 쌀을 찌고 말리고 기름에 튀겨내어 산자도 만들고 식혜도 큰 들솥으로 끓였습니다. 가래떡도 한말 방앗간에서 빼 와서 떡국떡도 썰어두고 늘 말썽쟁이였던 아빠를 위해 생선도 말리셨죠.
강정도 만들어 선반에 올려두고 설 날이 되기 전까지 아껴뒀다가 자손들이 다 모이면 골고루 배분을 해서 먹이셨습니다. 그 기억이 유산으로 남아서 저도 그 모습을 흉내를 낼 수가 있지 싶어요.
남편과 딸이 제가 강정을 만들면 정말 신기해하거든요. 나박 물김치를 담는 걸 보고도 신이 나서 딸은 언제 먹을 수 있냐고 들떠서 묻고 또 묻습니다. 산적꽂이 거리를 준비하는 저를 따라다니며 이번엔 좀 더 많이 하라고 잔소리를 하기도 합니다.
내 나이가 내일모레면 오십이니 이젠 그만 찾아갈 고향 그리워 말고 내가 고향이 되면 된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딸과 남편에게는 내가 만드는 음식들이 고향의 음식일 테니까요.
이젠 연이 끊어진 그들에게 미련도 원망도 없지만 잘 살길, 잘 지내길 바라는 마음뿐인데 잠 못 들고 서성이는 밤에 제 마음과 똑같은 노래를 마주했네요. 선우정아 님의 노래인데 어쩜 그리 내 맘과 똑같은지 너무 놀랐어요.
이렇게 담담해진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어쩌겠나 싶은 일들입니다. 잘 지내겠거니…. 하고 말아야지요.
https://youtu.be/Sn4bU4aKWKo
<노래 가사>
만나는 사람은 줄어가고
그리운 사람은 늘어간다.
끊어진 연에 미련은 없더라도
그리운 마음은 막지 못해
잘 지내니
문득 떠오른 너에게
안부를 묻는다.
잘 지내겠지
대답을 들을수 없으니
쓸쓸히 음…음…
그러려니….
잘지내니?
문득 떠오른 너에게
안부를 묻는다.
잘 지내겠지?
대답을 들을 수 없으니
쓸쓸히 음…음…
그러려니…
그러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