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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붕 위 아빠 Dec 05. 2023

인생은 성공과 과정만 있을 뿐

아빠육아휴직 선배가 쓰는 육휴문답 #6 <육아휴직 연장과 복직 사이에서>

⏰이거 찾으시면 여기 맞아요⏰


①육아휴직 할까, 말까 고민하는 시니어 직장인 아빠라면

②육아휴직 쓸까 고민 중인 남편을 둔 아내라면

③육아휴직이 막연하게만 보였던 유부남, 유부녀라면


육아휴직 2회 차, 복직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요즘은 육아휴직 연장과 복직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어요. 고민하는 포인트는 바로 이겁니다. 


"무엇이 더 행복한 길인가?"




계획적인 인간, 계획과 다른 일상


저는 J형, 계획적인 인간입니다. 목표 세우고 이루길 좋아하죠. 덕분에 휴직 중 목표했던 대부분을 달성했습니다(아빠의 방학계획표 다시 보기). 하지만 딱 하나, 현금 흐름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아내가 하는 공방브랜드제품 판매, 글쓰기 강의를 통해 200만 원 추가 소득이 있으면 살만하다였는데 안되더라고요. 둘이 합쳐 100만 원을 넘지 못했습니다. 아내도 처음 해보는 공방이라 매출이 들쭉날쭉 했고, 저는 초보 강사를 유료로 쓰려는 곳도 많지 않았고요. 


유급육아휴직자라도 외벌이 삶은 녹록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300만 원 남짓 총소득에서 가구원 4명이 써야 하는 데다, 주거비 명목으로 거의 100만 원이 나가다 보니 쉽지 않더라고요. 오르는 이자와 각종 관리비와 물가,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병원비나 의류비는 랜덤으로 있다 보니 굉장히 팍팍했습니다.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을 대비해 챙겨두었던 주식잔고는 바닥을 향해 가고 있었죠.


계획과 다른 생활이 복직을 고민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계획에 없던 행복


요즘은 생활비가 아니라 생존비를 쓰는 느낌입니다. 다만, 쪼들려도 복직보다 휴직 연장을 고민하고 있어요. 아마도 계획에 없던 행복감을 꽤 느꼈기 때문일 겁니다. 


7살 아들과 함께 하는 아침 큐티의 은혜로움, 아이들을 등원시키며 함께 하는 2분 기도와 아이들과의 스몰토크가 주는 따뜻함, 아이들을 등원시켜 놓고 성경 읽고, 글 쓰고, 다른 분들을 코칭하며, 나를 비우고, 채우는 시간이 주는 생동감, 이따금씩 나가는 강의에서 느끼는 생존감, 세 살배기 딸을 하원시키며 산책하고 놀고 나누는 소소한 즐거움, 저녁시간 아들과 보드게임 하며 수다 떨고, 일기를 함께 쓰며 느끼는 돈독함, 아이들을 재우며 함께 우리 가족과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 위해 하는 가족기도가 주는 풍성함, 아이들을 재운 후 아내와 나누는 삶에 대한 이야기가 주는 다정함. 이런 행복은 계획에 없었지만 휴직연장의 큰 이유가 되고 있어요. 


휴직 연장도 계획에 없었지만 행복하겠죠? 




행복연장  위한 휴직연장의 꿈


내년엔 첫째가 초등학생이 됩니다. 성공이 아니라 섬기는 길로 가며, 하나님을 따르는 사람을 가르치는 대안교육을 받기로 했습니다. 저와 아내가 연애할 때부터 계획했던 일인데 아이에게 부디 좋은 교육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남다른 교육을 받는 아이 적응도 돕고, 더 깊이 챙기기 위해 아빠가 좀 더 곁에 있어주려 합니다.


내년엔 아내 공방 브랜드 브랜딩에 더 힘쓰려 합니다. '소중한 날, 소중한 사람을 띄웁니다'를 슬로건으로 쓰는 '띄움'이라는 브랜드인데요. 네이밍부터 슬로건까지 제가 돕고, 이후 아내 홀로 애쓰고 있어 좀 더 브랜드를 챙겨 보려고 해요. 아내에게도 제 도움이 더 필요합니다.


딸과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해요. 등하원할 때는 물론 일과 중에도 아빠와 자주 논 덕분에 어린이집에서든 어디서든 아빠 이야기를 자주 하는 딸이 어찌나 기특하고 귀여운지. 아빠 사랑이 충만한 딸이라면 분명 커서도 그 사랑을 자양분 삼아 마음도 건강한 아이로 잘 자라겠다 싶어요. 딸에게도 제 사랑이 더 필요합니다.


그리조 저도 글을 더 꾸준히 쓰고, 더 많이 알려 드리려고 해요. 복직 전에 제가 제일 잘할 수 있고, 제일 잘 알려 드릴 수 있다고 믿고, 글쓰기 역량을 완전한 제 무기로 만들어놓고 돌아가려 합니다. 회사 밖에서 살아남을 힘이 제대로 길러지면, 회사 안팎에서 균형 잡힌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요? 분명 그럴 겁니다.


가족에게, 저에게 24배 꽉 찬 24년이 될 겁니다.


아빠육아휴직 2년 쓰신 분, 혹시 있나요? 여기 있어요. 




⏰1분 요약 


"행복을 연장하려 육아휴직을 연장합니다"


 계획대로 잘 됐습니다. 목표한 것을 대부분 달성했죠. 하지만 재정이 계획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생활비가 아니라 생존비가 됐죠. 그런데 계획보다 더 행복했습니다. 그래서 육아휴직을 연장하기로 마음먹었어요. 계획대로 되지 않겠지만 괜찮아요. 인생은 성공과 과정만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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