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여름
바람과 향기는 그날의 여름을 함께 담고 지나갔다. 나는 무엇을 그리워하는 것도 아닌, 그저 허전함만 인식한 채 방황했다. 무엇을 담아갔는지 한참을 무겁게 지나던 바람은 뒷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체감했다. 감정도 무엇도 아닌 허전함은 그 공간이 너무나 투명해서 남아있던 감정들마저 담아버리고 지워버린다는 것을. 언젠가 물었다. 극복하지 못한다면 시도도 하지 말아야 하는 거냐고. 나는 진심으로 궁금했지만, 어느 누구도 귀담아듣지 않았다. 그중 유일한 사람이 당신이다. 스스로 던지는 질문에도 손을 빌어다 준. 더 이상 내 손은 오갈 곳 없는 손이 아니게 되었지. 가을과 겨울과 봄이 지나고. 또 한 번의 여름이 지날 무렵에는 버릇처럼 지나는 바람을 뒤돌아 본다. 익숙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