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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우진 Apr 10. 2023

손원평 <아몬드> 후기


  내가 처음 느낀 손원평 소설 <아몬드>의 인식은 청소년 소설이다. 청소년들이 필요한 타인에 대한 감정의 해석과 공감법을 배울 수 있는 소설. 그게 아몬드였다. 실제로 소설에서 감정은 매우 중요한 요소로 등장한다. 감정 없는 청소년 윤재가 감정을 알아가는 과정이 주된 이야기다. 그 과정에서 두 명의 청소년이 더 등장한다. 바로 곤이와 도라다.

  곤이는 윤재와 매우 상반된 색깔을 가지고 있다. 감정이 없는 윤재와는 반대로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둘의 관계는 단순히 감정의 차이만 있는 것이 아니다. 둘은 ’사랑‘의 차이도 있다. 감정은 없지만 윤재는 어머니와 할멈에게 사랑을 받았다. 어쩌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아몬드가 엄마가 윤재에게 준 사랑의 상징 일지도 모른다. 곤이는 윤재와 달리 사랑을 받지 못했다. 그러니 둘은 감정과 사랑을 기준을 놓고 대비해 봤을 때 서로 대조되는 셈이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윤재와 감정이 격한 곤이, 사랑을 받지 못한 곤이와 사랑을 받은 윤재. 그리고 둘의 부족한 점은 이야기가 흘러가면서 채워지게 된다. 곤이가 철사 형에게 붙잡힐 때 윤재는 곤이를 구하러 간다. 어쩌면 일종의 감정을 느낀 거다. 그리고 자신을 구하러 온 윤재를 보고 곤이는 일종의 사랑을 느낀다. 이성적인 사랑이 아니다. 관심, 일종의 사랑을 받게 된 것이다. 둘은 서로를 통해서 각자의 부족한 점을 채우게 된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청소년 도라. 도라는 윤재에게 ‘두근’거리는 감정을 느끼게 해 준다. 청소년에게 있어서 이 감정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다른 어떤 감정보다 밀도가 강해서, 사랑하는 사람의 말 한마디에 그날의 기분이 정해지기도 한다. 날아갈 듯 기쁘기도 하지만 때로는 땅으로 꺼져가는 기분도 느낀다. 나는 소설을 보면서 윤재가 감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곤이는 문, 도라는 그 문을 열어주는 열쇠가 되어주었다고 생각한다.

  소설 <아몬드>는 손원평 작가의 소신이 담긴 이야기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성공과 실패가 아닌, 그 사이 변화 될 수 있는, 변화 중인 ’나‘를 이야기한다. 물론 작가의 다른 작품인 <튜브>도 그렇지만, 작가의 포커스는 항상 변화에 중점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주인공은 청소년이지만, 성인이 된 지금의 나도 어느덧 변화된 나를 느끼고 또 다른 변화를 불러올 수 있지 않을까. 소설은 중요성을 알려주고 가능성을 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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