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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빈은채아빠 Aug 22. 2021

[내 마음대로 책읽기] 황석영 <바리데기>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가져야

주인공 바리는 90년대 북한의 "고난의 행군" 시기에 가족을  잃고  뒤에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넘어와 공안을 피해 숨어 지내다가, 밀항선을 타고 영국으로 건너가게 되고,  마사지사를 하면서 파키스탄 남자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아이를 잃고...  여자의 이야기를 90년대와 2000년대 세계사적 이슈와 맞물려서 풀어낸다. 탈북, 밀항, 9/11 테러, 영국 지하철 테러, 이라크 전쟁 속에서  여자의 인생에 아픔과 슬픔이 끊임없이 발생한다. 바리는 이승과 저승의 중간을 오갈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죽은 사람의 이야기를   있고, 살아 있는 사람의 과거 이야기도  사람의 발을 만지면서   있다.

바리의 파키스탄인 시할아버지는 이런 말을 한다: "어떤 지독한 일을 겪을지라도 타인과 세상에 대한 희망을 버려서는 안 된다." 그는 무슬림이지만, 그의 말이 계속 머리에 남는다. 특히나 코로나19로 일 년 반 정도 팬데믹 상황이지만, 사람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에 필요한 말이 아닐까 싶다. 많은 사람들이, 모든 세대의 사람들이 절망 속에서 허우적 대고 있는 지금, 그 절망을 품고도 타인에 대해서, 그리고 언제쯤 회복될지 모르는 팬데믹으로 고통받는 세상에 대해서 희망을 가져야 한다.

소설을 읽는 내내, 죽은 자들을 보고 대화하는 능력을 가진 바리의 이야기는 조금 불편했지만, 한 여자의 고통스러운 삶은 참으로 잘 묘사가 되었다. 공안을 피해 산속에 움막을 짓고 겨울을 나는 이야기, 중국에서 화물선 배 밑바닥에서 죽음과 사투를 벌이며 영국으로 가는 이야기, 돌 지난 아이를 잃고 고통으로 절망 속을 헤매는 이야기, 그러한 이야기들이 잘 묘사되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인간의 삶은 그런 것 같다. 기쁜 일이 있다가도 슬픈 일이 있고, 아픈 일이 있다가도 행복한 일이 있고 말이다. 그러한 인생 속에서도 내일을 향해 희망을 가지면 좋겠다. 내가 그랬으면 좋겠다. 황석영의 <바리데기>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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