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대로 책읽기] 황석영 <바리데기>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가져야

by 은빈은채아빠

주인공 바리는 90년대 북한의 "고난의 행군" 시기에 가족을 다 잃고 난 뒤에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넘어와 공안을 피해 숨어 지내다가, 밀항선을 타고 영국으로 건너가게 되고, 발 마사지사를 하면서 파키스탄 남자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아이를 잃고... 한 여자의 이야기를 90년대와 2000년대 세계사적 이슈와 맞물려서 풀어낸다. 탈북, 밀항, 9/11 테러, 영국 지하철 테러, 이라크 전쟁 속에서 한 여자의 인생에 아픔과 슬픔이 끊임없이 발생한다. 바리는 이승과 저승의 중간을 오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죽은 사람의 이야기를 알 수 있고, 살아 있는 사람의 과거 이야기도 그 사람의 발을 만지면서 알 수 있다.

바리의 파키스탄인 시할아버지는 이런 말을 한다: "어떤 지독한 일을 겪을지라도 타인과 세상에 대한 희망을 버려서는 안 된다." 그는 무슬림이지만, 그의 말이 계속 머리에 남는다. 특히나 코로나19로 일 년 반 정도 팬데믹 상황이지만, 사람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에 필요한 말이 아닐까 싶다. 많은 사람들이, 모든 세대의 사람들이 절망 속에서 허우적 대고 있는 지금, 그 절망을 품고도 타인에 대해서, 그리고 언제쯤 회복될지 모르는 팬데믹으로 고통받는 세상에 대해서 희망을 가져야 한다.

소설을 읽는 내내, 죽은 자들을 보고 대화하는 능력을 가진 바리의 이야기는 조금 불편했지만, 한 여자의 고통스러운 삶은 참으로 잘 묘사가 되었다. 공안을 피해 산속에 움막을 짓고 겨울을 나는 이야기, 중국에서 화물선 배 밑바닥에서 죽음과 사투를 벌이며 영국으로 가는 이야기, 돌 지난 아이를 잃고 고통으로 절망 속을 헤매는 이야기, 그러한 이야기들이 잘 묘사되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인간의 삶은 그런 것 같다. 기쁜 일이 있다가도 슬픈 일이 있고, 아픈 일이 있다가도 행복한 일이 있고 말이다. 그러한 인생 속에서도 내일을 향해 희망을 가지면 좋겠다. 내가 그랬으면 좋겠다. 황석영의 <바리데기>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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