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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빈은채아빠 Dec 09. 2021

공지영 <먼 바다>

[내 마음대로 책읽기] 첫 사랑의 기억

장편 소설이지만, 왠지 누군가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소설이다. 작가의 말에서  소설은 허구라고 분명하게 말하고 있지만, 박완서 작가가 말했듯이, 소설은 작가의 경험이 녹아든 것이라면,  소설 또한 공지영 작가의 경험이 바탕이 되어, 사실과 허구가 섞여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된다.


주인공 미호는 60을 바라보는 대학 교수다. 40년 전, 같은 성당을 다녔던 성당의 신학생과의 짧은 추억을 가지고 있었다.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서 그가 뉴욕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마이애미를 방문한 김에 뉴욕에서 40년만에 그를 만나게 되었다. 미호는 군사 정권으로부터 대학 교수였던 아버지가 죽음을 당하고 난 뒤, 독일로 떠나게 되고, 그 신학생 오빠에게 몇번의 편지를 보냈지만, 더이상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없었다. 신학생은 미호가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미호를 향한 사랑으로 신학교를 그만둘 결단까지 내렸지만, 아직 어렸던 미호는 도망치듯이 자리를 떠나게 되고, 40년 세월이 흐르게 된다. 40년 후, 뉴욕에서 그 둘이 만나지만, 서로 애틋한 것 같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 둘은 서로를 향한 마음을 오랜 시간 간직해 왔다. 미호는 미호대로, 그 오빠는 그 나름대로 말이다.


미호는 공지영 작가와 어느 정도 닮았을까? 또 다른 장편 소설 <즐거운 나의 집>은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볼 수 있을텐데, <먼 바다> 또한 그렇게 자전적 소설로 보인다. 물론, 작가만의 비밀이겠지만 말이다.


미호의 어머니가 미호에게 한 말이 기억에 참 많이 남는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해 주고 미워하는 사람들에게 날씨가 춥죠? 하고 말하는 것 외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니." 상처를 크게 입은 사람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입게 되지만, 그 상처가 "외상 후 성장"도 줄 수 있다는 말 또한 기억에 남는다. 인간의 인생은 항상 좋은 일만 일어나지 않는다. 아픈 일, 기쁜 일, 슬픈 일, 상처 되는 일, 별의 별 일들이 인생에서 일어난다. 그래서 어른들은 항상 말했었다, "살아보면 안다"고 말이다. 어렸을 적에는 모든 일이 다 잘 되는 것 같았지만, 삶은 전쟁터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삶은 더 단단해지는 것 같다. 지나간 과거의 삶이 전혀 쓸모 없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의 나는 지나온 수많은 세월이 만들어 낸 결과물 일테니까. 공지영의 <먼 바다>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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