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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빈은채아빠 Dec 15. 2021

미치 앨봄 <단 하루만 더>

[내 마음대로 책읽기] 오늘도 사랑하기

내게 가장 좋아하는 영화 하나만 선택하라고 질문한다면, 나는 영화 <코코>라고 대답할 것이다. 영화의 내용에 대한 신학적인 입장은 잠시 접어두고, 사람들의 기억으로 살아가는 죽은 자들의 세상이라는 배경이 가슴을 적셨다. 유명한 가수는 수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있고,  세대가 흐르면서 후손들의 기억에 남아 있지 않은 사람은 완전히 소멸되게 된다. 기억한다는 , 사랑하는 사람을 기억한다는 것은 삶의 기운을 불어넣어주게 된다.


소설 <단 하루만 더>에서 주인공 찰스 베네토는 청소년 시절 부모의 이혼을 경험한다. 엄마와의 갈등이 많았고, 엄마의 삶을 이해하지도 못했다. 미국의 60-70년대의 이혼녀는 사람들의 좋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결혼을 한 찰스 베네토는, 그저 그런 야구 선수로의 삶을 마감하고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한다. 결혼도 하고 딸도 낳았지만, 술주정뱅이로 살다가, 아내와 이혼을 하고, 결국 딸 마리아의 결혼식에도 초대받지 못한다. 자살을 결심하고 고속도로를 달리던 찰스 베네토는 트럭과 정면 충돌을 하면서, 오래 전 돌아가신 어머니를 만날 수 있는 하루를 선물로 받는다. 하루 동안 어머니와 대화 하면서, 자기 자신을 용서해야 한다는 어머니의 말을 듣는다. 결국 자신의 삶을 용서해야, 타인과의 관계도 회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으며 사랑하는 사람을 기억한다는 것,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삶에 대해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부분도 많다는 것을 새삼 생각해 본다. 찰스 베네토의 엄마는 간호사였지만, 이혼을 한 뒤,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과 오해로 병원에서 쫓겨나게 되고, 미용사가 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계속 할 수 없었고, 자신의 집에 토요일마나 와서 청소를 해주는 가정부의 소개로 청소일을 했다. 주어진 하루 동안 어머니와 이야기를 하던 찰스 베네토는 어머니가 청소일을 한 것을 안스러워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말한다. 자식들을 위해서 하나도 창피하지 않았다고 말이다.


미국 유학을 오기 몇달 전, 교회 소그룹에서 성경 공부를 하시던 인천 사시던 어머니가 내게 손편지를 보내셨다. 소그룹 반의 숙제였다고 나중에 말씀하셨다. 교회로 날아온 편지를 사무실에서 열었다가, 부랴부랴 화장실로 달려가 변기에 앉아 큰 소리로 엉엉 울고 말았다. 배움이 짧은 어머니가 아들에게 주는 담담한 말, 유학을 앞두고 헤어져야 한다는 아쉬운 마음을 표현하는 그 글이 내 마음을 너무 아프게 했다. 오랜 시간 내 엄마도 창피함도 모른 채 자식들을 키우셨을테고,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날마다 아들을 위해 기도하신다. 아들은 그러지 못하건만. 죄송스럽다.  


미치 앨봄의 소설들은 죽음이 중심 주제이다. <모리와 함께  화요일>,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 모두 죽음에 대한 것이다. 죽음과 같은 극적인 상황이 없이도 사랑으로 충만한 삶을 살면 얼마나 좋을까. 소위 사랑하기에도 부족한 세상에 말이다. 사랑하지 않으면 언젠간 후회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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