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빈은채아빠 Dec 19. 2021

김훈 <내 젊은 날의 숲>

[내 마음대로 책읽기] 오늘을 만들어낸 어제

김훈 작가의 소설은 한번 읽고  뒤에 뭔가 마음이 개운치 못하다. 소설 자체가 어렵거나 대중적이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내용은 깊이가 있는데, 독자인 내가 따라가는데 시간이  걸리는  같다.   <젊은 날의 > 그랬다.  읽고  뒤에, 작가가 독자들에게 전해주고자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생각을 했다.


소설 속 주인공은 연주다. 비리를 저질러 실형을 살고 있는 아버지와, 그 아버지를 증오하는 어머니를 둔, 디자인을 전공한 20대 후반의 여자이다. 연주는 민통선 안에 위치한 국립 수목원에서 계약직의 전속 세밀화가를 찾는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을 했고 일을 시작하게 된다. 민통선 안의 부대에는 김민수 중위가 있다. 그는 유해 발굴단으로 파견을 받고, 한국 전쟁 당시 치열했던 장소의 유해를 발굴하게 된다. 연주는 유해와 발굴 현장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부탁을 받는다. 수목원의 안요한 실장은 꽃의 색깔을 연구하는 학자로, 자폐를 가진 신우와 둘이 산다. 소설은 이들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이야기한다.


내게는 두 가지 이야기가 기억난다. 식물과 나무의 세밀화를 그리는 연주의 이야기와, 유해를 발굴하는 군인들의 이야기이다. 연주가 그리는 그림을 묘사하는 작가의 서술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글을 읽으며 연주가 어떠한 그림을 그리는지를 내 머리 속으로 그려볼 수 있다. 그러한 세밀한 묘사는 유해 발굴 현장에서도 드러난다. 한국 전쟁에서 하나의 고지를 두고 매일 고지의 주인이 바뀌는 현장에서, 국군과 인민군의 시신이 섞여 있는 곳을 발굴하는 현장을 작가는 세세히 묘사한다. 마치 그 곳에서 현장을 본 사람처럼 말이다.


작가는 왜 소설의 제목을 <내 젊은 날의 숲>이라고 지었을까. "숲"은 수목원의 온갖 식물들과 나무들을 가리키는 것이고, "젊은 날"은 수십년 전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군인들을 가리키는 것은 아닐까. 전쟁 당시에는 수많은 포탄으로 인해 식물이라고는 찾아 볼수 없던 곳이, 휴전이 되고 철책이 세워지면서, 각종 식물과 나무들, 그리고 희귀 생물들이 사는 곳으로 바뀌었다. 기나긴 세월은 자연의 풍요로움을 가져다 주었는데, 그러한 풍요로움은 젊은 날 생을 마감한 수많은 생명에서 기인한 것은 아닐까. 그러한 이야기를 작가가 하고자 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한국 전쟁 당시, 죽음을 앞두고 어머니에게   군인의 편지는, 고향에 돌아가서 상추쌈을 먹고 싶다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발굴된 유해들은 가족들을 찾지 못했지만,  군인은 DNA 검사를 통해 이미 70 넘은 여동생을 찾아냈고, 가족들에게 유해가 인계된다. 그와 동료 군인들의 희생으로, 그의 여동생과 수많은 한국인들이 지금껏 평화롭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감사한 일이다. 역사를 그저 글로만 배우고, 시험을 위해서만 인물과 사건을 외우기만 하는 학생들은, 때때로 자신들의 평안한 삶이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잊고 있는  같다. 그래서 역사 시험 점수를   받으면, 역사  인물들 탓을 하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가 보고 평안함을 누리는 빽빽한 숲은, 과거의 수많은 사람들이 젊은 날을 바쳤기 때문일 것이다. 잊지 말아야겠다. 김훈의 < 젊은 날의 > 읽고.

작가의 이전글 공지영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