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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빈은채아빠 Jan 07. 2022

공지영 <사랑 후에 오는 곳들>

[내 마음대로 책읽기] 한일의 사랑 이야기

공지영 작가의 소설 중에서 해피엔딩으로 결말을 내는 소설은 처음인듯 싶다. 작가도 스스로 언급했듯이,  책은 절절한 사랑 이야기이고, 마지막은 행복하게 결말을 맺는다. 주인공 홍은 아버지를 도와 출판사 기획실장으로 일한다. 7  일본에서 어학연수를 하며 일본 남자와 연애했던 경험으로 인해, 펑크난 일본 작가 통역을 맡게 된다. 그런데,  일본작가가 홍과 연애하던 사사에 (또는 준고)였다. 며칠 동안 준고와의 추억을 더듬으며, 홍은 자신의 추억 속에 잠기고, 그녀가 얼마나 그를 사랑했는지 알게 된다.  옆에는 15 동안 곁을 지켜준 민준이 있었고, 민준은 홍과 결혼하기를 원하지만, 홍은 자신이 얼마나 준고를 사랑하는지 알고, 준고 또한 7년전 헤어진 이후 홍을 잊지 못했었다. 민준이 홍에게 청혼을 하지만, 결국 홍은 준고와 재회를 하며 소설은 마무리된다.


이 소설은 <냉정과 열정 사이>의 작가 츠지 히토나리와 함께 원고를 주고 받으며 완성한 사랑 이야기이다. 두 작가는 한일간에 뿌리깊이 박힌 반목을 국적고 상관없이 사랑으로 조금씩 허물어뜨리려고 한다. 한국인이 일본인에 대해 가지는 적대감, 홍의 아버지는 결혼 전 일본 여자와 연애를 했지만, 할아버지의 반대로 사랑을 완성하지 못했었다. 할아버지의 일본에 대한 적대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반면, 홍은 일본 남자와의 사랑을 완성한다.


두 작가의 이러한 시도는 좋아 보인다. 하지만, 이 소설은 한일간의 반목을 뚜렷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아마도 한국인이라면 일본에 대해 가지는 악감정을 누구라도 가지고 있다고 작가가 가정하기 때문이리라. 축구든 야구든, 한일전에서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한국인들의 뜨거운 감정을 말이다. 그렇다고 홍이 일본 남자와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홍이 일본을 떠나 한국에 돌아온 것은, 할아버지가 위독하기도 했지만, 홍이 가진 지독한 외로움 때문이었다. 그것이 일본이었을 뿐이다. 준고가 홍의 외로움을 미처 알지 못했기 때문이지, 준고가 일본인이기 때문에 홍이 그 관계를 깨트린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어쨌든, 사랑은 완성된다.


두 작가의 이러한 시도는 좋아 보인다. 작가가 <괜찮다, 다 괜찮다>에서 언급했듯이, 작가는 일본 작가 츠지 히토나리와 함께 1년 동안 이 소설을 쓰면서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치관도 차이가 나고 소설에 대한 입장도 차이가 나기 때문일 것이다. 한일 두 작가가 이러한 소설을 시도한 것이, 한일간의 냉냉한 관계를 조금씩 허물어뜨리는 것일게다. 인물의 감정이 너무도 잘 묘사되어서, 읽는 내내 재미있었고, 가슴 따뜻했다. 공지영의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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