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1.
너무 좋은 날씨에는 늘 약간의 불안과 슬픔이 같이 했다.
이 아름다움을 머무르게 할 도리가 없다는 걸 느끼기 때문일까.
특히 가을 초엽의 선선함은 쾌적함과 동시에
결국 이 시간까지 오고야 말았다는 약간의 초조를 일으킨다.
2.
채드윅 보스만의 죽음 소식을 들으니
새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독하고 위태롭게
따로 또 같이 일하고 있는 중인지
가늠해 보게 된다.
고독은 공평한 구석이 있다.
3.
악수하는 순간을 좋아했었다.
상대방의 악력을 느끼는 순간.
차거나 따뜻한 손의 온도.
손을 흔들며 마주치는 눈빛.
그런 것들을 좋아했다.
4.
요양병원에 계신 할머니가 보고 싶다.
안아드리고 싶다.
자주 찾아뵙지 못했다.
아들이 자기 할머니에게 입바른 소리하며
칭찬받고 사랑받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의 할머니가 생각난다.
돌려 드리지 못한 큰 사랑.
5.
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막상 만났다고 상상해보면
그리 길게 할 이야기가 없다.
내가 보고 싶은 건, 그 시절 우리 사이의 관계와
그 관계 안에 있던 나 자신이겠지.
6.
가을 타네,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