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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구 Sep 03. 2018

요가하면... 정말 그래?

수많은 '전문가'들이 무책임하게 쏟아내는 터무니없는 거짓말들

많은 사람들이 정말 궁금해하는 질문인 듯 하니, 결론부터 간단히 이야기하고 시작하겠습니다. 요가 해도 이효리처럼 안 됩니다. 스팅이나 마돈나처럼은, 어이쿠, 어림도 없습니다. 요가 해도 식스팩 복근이나 성난 기립근 안 생깁니다. 요가 해도 갑자기 어깨가 반듯해지거나 허리 통증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요가 해도 모든 스트레스가 눈 녹듯 사라지지 않습니다. 요가 해도 간이 좋아지거나 피가 맑아지지 않습니다. 요가 해도 내 안에 숨겨져 있던 나를 찾게 되거나 우주와 교감하게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하루 이틀 요가한다고 몇 년 동안 쌓아온 살이 빠질 리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말해, 등록해놓고 가지 않은 요가원 회원권, 큰 맘먹고 사놓았으나 방 한 구석에서 먼지만 쌓이고 있는 요가 매트 및 옷장 속의 요가복을 보며 스트레스나 받지 않으면 다행입니다. 네, 우리 모두, 스스로에 대해서, 많은 다른 것들에 대해서, 스스로가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해 솔직해집시다.


아, 다른 얘기입니다만 얘기가 나온 김에, 요가에서 가장 중요한 건, '스스로에게, 그리고 스스로에 대해 솔직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알면서 모르는 척 말기, 안 되는데 되는 척 말기, 아픈데 아닌 척 말기, 선생님 눈 속이려고 하지 말기 등등. 잘 속인다고 해서 상 주는 이 없고, 속이다 실수하면 다칩니다. 아야.


이곳 브런치뿐 아니라 인터넷 상의 대부분의 곳들에서, 요가를 담고 있는 글들의 제목을 보면 정말이지 기가 차서 헛웃음만 허허허 새어 나옵니다. 요가 관련 글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이러한 글들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하루 x 번씩만 하면 이러저러한 놀라운 효과를 볼 수 있는 (혹은 유명 연예인 누구도 효과 본) 요가 자세들'이고, 다른 하나는 요가만 하면 대우주와 하나가 되거나 매일 새로이 자신을 찾는 류의 이야기되겠습니다.


사실 후자(신비체험파)의 경우,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감성 에세이' 정도로 간주하면 딱히 문제없는, 개인의 이야기를 담은 경험담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요가를 수련해 오며 우주와 하나가 되거나 숨어 있던 제 자신을 마주한 경험은 개인적으로는 아직 없습니다만, 그건 그냥 제가 무뎌서 그런가 보다, 누군가는 정말 그런 강렬한 경험을 할 수도 있겠지, 하면 그만이니까요.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찾기 위하여 인도 여행도 가고 순례길도 떠나고 그러는데요 뭐 (물론 요가 강사가 수업 중에 할 줄 아는 얘기가 이것밖에 없으면 그것도 큰 문제입니다만, 그런 주제에 대해선 다음에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요가 정보'를 사칭하고 있는 전자의 경우, 이런 글들은 클릭수를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생산하고 있을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선 독자들에게(심지어 요가인들에게 까지) 피해를 줄 수도 있는 해로운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하루에 5분, 혹은 5번 정도 반복하는 것으로 뱃살이 빠지고 식스팩 복근이 생기고 어깨와 허리 통증이 사라지며 굽은 척추가 반듯하게 펴질 뿐 아니라 몸의 독소가 제거되고 피가 맑아지며 간과 신장이 젊음을 되찾는 그런 마법 같은 무언가가 지구 상에 (요가뿐 아니라 지구 상에!!) 존재할 리가 없습니다. 그런 게 있다면 인류 모두가 그것만 하면 건강히 만수무강할 텐데 왜 모두 그걸 안 하고 있겠습니까.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클릭 유도성 제목이 외치고 있는 이야기들, 헛소리라는 걸. 물론 그런 글의 저자들도 할 말이 있겠죠. '하루에 5분씩, 식스팩이 생길 때까지 꾸준히 열심히 매일 하면 된다'라던가, '5번씩 매일 계속 반복하면 간이든 뭐든 좋아지지 않겠냐'라던가, '내 말대로 안 되었다면 그건 네가 될 때까지 열심히 안 한 거다'라던가요. '될 때까지 하면 된다'라는 얘기에 뭐라고 할 말이 있겠습니까.


대충 적당히 짜깁기 해서 아무 이야기나 던지는 저런 신빙성 없는 글들이 가지는 더 큰 문제는, 정확한 지식과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제목에 혹해 잘못 따라 하다간, 어깨나 허리 등을 크게 다칠 수도 있다는 겁니다. 흔히 '스트레칭'이라고 말하면 누구나 어느 정도 할 줄 아는, 새로운 것들도 손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그런 활동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거 절.대.로. 아닙니다.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허리 돌리기나 어깨 돌리기 등도, 척추나 어깨 박살내기 딱 좋은 방식으로 하고 있는 분들, 실제로 정말, 정말, 정말 많습니다. 오늘은 멀쩡히 넘어갔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관절들을 확실히 망가뜨릴 방식으로 하고 있는 사람들이, 정말로 절대다수입니다. 그런데 하물며 '요가 자세'로 알려져 있는 자세들은 어떻겠습니까.


요가 자세 - 아사나 Asana - 들은,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의 사진에서 얼핏 보이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정교한 움직임들입니다. 어떤 방송에서 어느 연예인이 별 것 아닌 것처럼 슬쩍 보여주는 동작들은, 매우 높은 확률로, 긴 수련 기간과 충분한 사전 몸풀기가 필요한 동작들입니다. 언제부턴가 척추의 만병통치약처럼 알려진 고양이 자세 같은 것도, 자칭/사칭 '정보글'을 두어 줄 읽고 그냥 할 수 있는 그런 만만한 동작이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제멋대로 마구 하다간 허리 크게 다치기 딱 좋은 자세죠. 요가는 관절들을 다양하고 낯선 방식/방향으로 움직여가는 것에 중점이 있는 운동이기에, 무지한 상태에서 멋대로 하다간 관절이나 척추에 크게 무리를 주기 십상입니다 (아마도 요가 중 남성의 부상률이 여성의 그것보다 높은 이유가 결국 이거지 싶습니다. '몸 좀 쓴다'는 자신감, '여자들도 저렇게들 다하는 운동인데'하는 인식, 그리고 상대적으로 센 힘. 이 셋이 어느 순간 잘못 만나면, 몸 어딘가가 우지지직!... 하는 겁니다).


게다가, 클릭성 글들의 해악은 저런 직접적 위험 요소뿐이 아닙니다. 다치지 않고 흉내내고 따라 해 보는 데 성공했다 하더라도,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정보들은 결국 그것을 실행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실행과 포기, 기대와 실망만을 반복하게 합니다. 그리고 '하라는 대로 한 것 같은데 왜 안 될까'하는 실망감은 '나는 역시 안 되나 보다'하는 자기혐오와 '요가 그거 효과 없더라'라는 비난으로 변해가기 마련입니다. 그리곤 자신을 믿기보다는 점점 더 '정보'들이나 좇게 되고, 스스로를 위한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기보다 '어느 연예인도 한다는' 글을 찾아 클릭을 하게 되겠죠. 그리고 물론 그런 '정보'들도 실망과 좌절만을 남겨줄 테고요. 장기적으로, 육체도 정신도 망가져갈 뿐입니다.


하루 10분씩 세 달로 몸짱 만들어 주는 운동도, 젊음과 건강을 되찾아주는 신비의 음식도 세상에는 없습니다.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그런 제목에 혹해 그런 글들을 클릭하는 사람도, 그런 글들의 저자들도,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그 글들이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혹세무민 하는 그런 글들이 언젠가는 자취를 감추길, 그리고 사람들이 그런 제목에 현혹되어 클릭수를 올려주지 않기를 바랍니다. 무언가를 배우고, 무언가를 바꾸고 싶다면, 마음 가는 무언가를 하나 적당히 고른 후, 스스로에게 시간을 좀 주시길 바랍니다. 적어도 한 1년, 혹은 한 3년 정도, 그리고 괜찮은 것 같다면 5년이나 10년 정도. 1개월 만에 환골탈태하고 3개월 만에 지구를 구하고 6개월 만에 우주와 하나가 될 수 있는 길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리고 혹시라도 요가를 배워보는데 마음이 가신다면, 좋은 요가원, 좋은 선생님을 찾아가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잘 배워보시길 바랍니다.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요가는 요가 선생님에게, 이니까요.




*표지 사진 - 무시무시한 고수 중 한 명인 Laruga Glaser.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저 자세 (Chaturanga dandasana)만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팔 굽혀 펴기'와 저언혀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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