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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구 Sep 10. 2018

"요가 좋아, 한 번 같이 가보자-"

요가는 여자들이나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남성들에게 #4

최근 '요가는 여자들이나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남성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생각해 오면서, 한편으로는 그러한 남성들이 많은 만큼이나 그런 남성들을 접하고, 가까이하고 있는 여성들 또한 많다는 당연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오늘의 이야기는, 그 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이다.


아내가 종종 내게 그런 이야기를 한다. 요가를 함께 해서 참 좋다고. 사실 아내가 참석하는 수업 등에 항상 함께 가는 것도 아니고, 딱히 아내를 위해서 하는 것도 아니고 해서,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기분이 좋으면서도 조금 민망하고 그랬더랬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아내랑 같이 하면 기분이 더 좋으니 아내도 그런 마음이겠거니 하는 그런 정도.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특히 최근 요가하는 남성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개인적으로 아는, 요가를 하는 여성들 중 남편이나 남자 친구 등 남자 파트너가 있는 여성들은 모두 상대 남성이 본인과 함께 요가를 하면 좋을 것을, 하는 생각을 했었다고 한다 (이효리도 이상순 요가 시키고 있지 않던가! 발가락 하나 꼼지락거리기 귀찮아 하는 것 같은 그 사람을!). 물론 그녀들 중 상당수는 상대에게 요가를 권해봤었고.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아는 소수의 샘플 내에서, 상대가 이미 요가를 하고 있던 사람이 아닌 이상, 결과는 모두 같았다. '난 요가는 좀...' 혹은 '푸합- 나는 괜찮아'. 내가 '요가를 하고 있는 남성'이라는 사실을 그녀들도 알고 있는 관계로 내게 직접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서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들의 상대 남성들이 한 이야기 - 그들이 입에 담았건 그렇지 않았건 간에 - 는 실제로는 '요가는 여자들 운동이잖아'였다는 것을.



한 사람의 남성으로서,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요가를 하는 사람으로서 그녀들에게 미안했고, 그녀들이 조금 안타까웠다. 우선, 요가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는 남성들이 여전히 많다는 사실이 조금 슬펐다. 내가 이 시리즈에서 써온 것처럼, 취미/여가 활동의 선택이 전적으로 '개인적인 취향'에 의존한다는 것이 아니라는 가정 하에, 차별적이고 억압적인 여성관/남성관을 가진 사람이 2018년에도 그렇게 흔하다니. 그리고 그 사람들의 그런 이야기들이 그렇게 쉽게 납득될 수 있다니. 다른 한편으로는, 무언가를 '여자들이나 하는 것'으로 쉽게 분류해 버리는 남성과 삶의 일부분을 나누는 것이 때로는 얼마나 별로일 수 있을까 하는 그런 생각. 이러저러한 것은 남자들의 세계이고 이래저래한 것은 여자들이 세계이고, 둘은 매우 분명히 나뉘어 있으며, 가끔 내가 '여자들이 하는 것'을 함께 해줄 수는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내가 매우 이해심 많은 쿨한 사람이기 때문이고... 우와우. 만약 남성 파트너가 저런 밑도 끝도 없는 세계관의 노예가 아니라면 둘이 훨씬 더 많은 것을 함께 하며 더 많은 행복한 시간들을 보낼 수 있을 텐데.


지슴 이 순간 당신의 머릿 속에 떠오르는 그 남자(남편이든, 애인이든, 친구든, 어떤 관계든)는 어떤가? 당신이 용기 내어 권한 무언가에 너무나 쉽게 웃으며 '그건 여자들이나 좋아하는 거고'라고 대답하는 그런 사람은 아닌지? 그리고 당신은 상대의 그 대답을 예상했던 당연한 것으로, 조금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쉽게 받아들이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그 후에 문득 때때로, 상대의 그런 대답을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을 조금 해본 적은 없는지?


사실 모든 선택은 한편으론 개인적인 취향 등등이 섞인 것이라, 당신이 무작정 강요하거나 실망할 것은 아니기도 하다. 하지만, 만약 당신의 권유에 대한 상대의 대답이 '그건 여자들...'이었다면, 그리고 당신이 생각하기에 그 대답이 어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에게 질문을 하나 더 해보는 건 어떨까? "왜 '그건 여자들이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라고. "여자들이 하는 것은 뭐고 남자들이 하는 것은 뭔데?"라고.



상당히 높은 확률로 상대를 당황하게 할 이 질문의 목적은 한바탕 거한 싸움도, 상대에게 내 요구를 관철시키는 것 - 예를 들면 요가원에 끌고 간다거나 - 도 아니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첫 번째 목표는, 말 그대로, 상대 남성을 스스로의 대답에 대해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아마도 그 남성은 그러한 방식의 대답 - '여자는.. 남자는..' - 을 너무나 오랫동안 자연스럽게 반복해왔던 관계로, 자신이 하고 있는 이야기에 대해 딱히 생각해 본 적조차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스스로가 왜 그런 분류를 하게 되었는지, 그런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의 내면이 얼마나 일그러져 있는 것인지, 그런 식의 대답이 한편으론 얼마나 무의미하며 다른 한편으론 타인에게 어떤 방식으로 상처를 주는지... 어떠한 고민도 없이 저런 이야기들을 그저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을 불행하고 민폐 끼치는 그 남성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그가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것이다.


"왜 요가는 여자들이나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왜 취향에 안 맞을 거라 생각하는데?", "뻣뻣한 거랑 요가 배워보는 거랑 아무 관계도 없다는데도 그렇게 생각해? 왜?", "나랑 같이 가면 딱히 부끄러울 것도 없지 않아?", "다른 여자들이 쳐다보는 것 같은 기분인 게 뭐가 문제야? 남자들은 다들 어디서든 여자들만 쳐다본다고 네가 그랬잖아? 그땐 그게 당연한 거라며?", "요가복 입은 여자들 많은 게 부끄러우면 수영장이나 바다는 어떻게 가?" 등등등.


두세 번 이어지는 '왜?'라는 질문은, 우리가 철석같이 믿어왔던 당연한 현실들, 굳건한 믿음들과 확고한 신념 체계들이 실제로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그리고 모든 것이 무너진 것 같은 그 순간부터, 우리는 스스로 무언가를 생각해 볼 수 있게 된다. 조금씩 조금씩, 조심스럽게.


만약 당신이 상대 남성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하는 것에 성공한다면, 그리고 그 상대가 그로 인해 흔들리게 된다면, 그리고 운이 조금 따른다면, 당신은 '함께 요가하는 남성 파트너'를 한 명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덤으로, 우리 인류는 '여자들.. 남자들..'을 되풀이하는 지루한 인간이 한 명 줄어든 조금 더 나은 세상을 가지게 될 것이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이건 모두 용감하게 질문을 던진 그대 덕이다. '그래 내가 너를 위해 쿨하고 넓은 마음으로 여자들이 하는 것 한 번 함께 해줄게'라고 거들먹거리는 '그 남자'의 덕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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