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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구 Sep 18. 2018

'요가하는 여자'를 바라보는 어떤 시선에 대해

성과 외모 상품화의 최전선으로서의 요가

이유와 과정이 어떻게 되었던, 다수의 사람들이 '요가는 여성들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은 아마도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지 싶다. 그리고 내 브런치에 유입되는 검색어들을 보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날씬해지고 싶어서, 예뻐지고 싶어서, 혹은 이효리가 하는 것을 해보고 싶어서 요가라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 싶다. 제주도에 계신 이효리의 요가 선생님을 찾아가서 요가를 배우는 것이 이효리처럼 되는 것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을 모두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별(젠더) 역할 등의, 자연스럽지 않은 구분들은 반드시 특정한 방식으로 규범들을 만들고, 이러한 규범들은 적지 않은 경우 우리들의 삶을 피곤하게 한다. 특히,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구분들은 다양한 방식의 억압과 차별, 혹은 (특히 현대 사회에선) 상품화의 동력으로 작용하곤 한다. '요가는 여자들이나 하는 것' - 혹은 매우 '순화'된 언어로 말해 '요가는 여성들이 하는 것'이라는 구분 또한 그렇다. '요가는 여자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문장의 어순을 조금 바꾼 '요가하는 여자'라는 딱지를 통해, 여성들과 그녀들의 몸은 다시 한번 상품화되고, 시장화되고, 성적 대상화된다. 물론 매우 남성적인 시선 male gaze을 통해.


검색어(좌측 상단부터): Yoga Nike, Yoga Lululemon, Yoga wear, 요가복


위의 사진들은, 요가복으로 나름 유명한 브랜드 두 개, 그리고 Yoga wear, 요가복으로 구글에서 검색한 화면들이다. 매우 공통적으로, 사진 속의 모델들은 젊고 예쁘고 날씬한 여성들이고, 모두 밝고 진지한 표정을 하고 있으며. 가장 결정적으로, 매우 효과적인 방식으로 자신들의 육체적 매력을 과시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저렇게 입는 것일 뿐이다'라는 반론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물론 본격적인 수련을 위해서는 짧고 가볍고 몸에 잘 달라붙는 '요가복 스타일'의 옷을 입는 것이 편리하기는 하지만 (나도 늘 쫄바지 쫄티 입고 수련한다), 그리고 나이키와 룰루레몬의 광고 사진들은 실제 요가 동작들을 담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요가 수련이 저런 방식으로 육체를 드러내는 행위는 전혀 아니다. 특히 3, 4번째 결과물들 속 사진들은 포르노그라피의 시선과 매우 노골적으로, 절묘하게 섞여있다. 내가 비뚤어진 시선으로 바라보는 거라고 소리 지르고 싶은 사람들이 많겠지만, 좀 솔직해지자. 게다가, 검색 결과들의 첫 화면들에는 남성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Nike running wear', 'Nike swimming'으로 검색을 해보니 위의 요가 관련 검색어들의 결과가 한층 더 충격적으로 느껴졌다 (물론, '수영복' 등으로 검색하면 훨씬 더 상품화된 여성들의 이미지가 등장한다. 하지만 그 내용은 본 글의 주제를 벗어난다). 더헛.


각각 Nike running wear, Nike swimming의 검색 결과. 요가 관련 검색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요가복을 입은 여성들에 대한 이러한 성적 대상화는 '요가는 역시 여자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구분을 강화하는 한편, 다른 한편으로는 '요가하는 여성들의 몸'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을 생성, 보급함으로써, 여성들이 '선망해야 하는 몸'을 한층 더 강요하는 장치로 작동하게 된다. 다시 말해 (그리고 좀 단순하게 말해), 남성의 입장에서는 '요가하는 여성'을 포르노적으로 과장된 '요가복'과 '그것을 입고 하는 요가 동작'으로 상상해 볼 수 있는 시선을 가질 수 있게 되고, 여성의 입장에서 자신의 몸은 '요가복을 입을 자격이 있는지', '요가복을 입은 몸을 타인에게 보일 자격이 있는지'를 평가해야 하는 대상이 되는 것이다. 다시 한번. 이러한 맥락에서, 실제 요가원에서 어떤 사람들이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수련을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물론 전혀 중요해지지 않게 된다. '여자나 가는 곳'에 들어가지 않는 남성들은 요가원 밖에서 여성들의 몸을 평가할 수 있는 수단이 하나 늘어나는 것이고, 절대다수의 여성들에게 요가원은 그저 감불생심의 장소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나 스스로 요가를 꽤나 오랜 시간 접해왔고 좋아하는 사람인 것과는 별개로, 그리고 요가가 정말 건강한 생활양식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것과 별개로, 미용, 식품, 패션 등의 산업과 연계하며 요가 산업이 돌아가는 방식들, 그리고 요가 업계가 생산하는 이미지들은 정말 건강하지 못한 구석이 있다. 모든 것을 다 아는 것 같은 시니컬한 표정으로 '그게 현대 사회가 돌아가는 방식이지'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딱히 해줄 말은 없지만, 당신이 만약 요가에 관심이 있다면, 혹은 요가를 좋아한다면, 건강한 삶의 방식을 건강하지 않은 방식으로 판매하고 소비하는 것에 대해 한 번씩은 깊이 생각해 보면 어떨까 싶다. 혹은 본인 스스로가 요가나 요가 업계에 딱히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요가하는 여성들을 어떤 방식으로 바라보았는지, 여성의 몸이 어떠한 방식으로 대상화되고, 상품화되고, 그리고 궁극적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여성들 본인들에 대한 억압과 강요의 방식으로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면 어떨까 싶다. 요가 산업이 생산하는 요가, 요가하는 여성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들은, 모델들이 젊고 날씬하고 예쁜 만큼이나 어둡고 폭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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